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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리피언 Aug 25. 2022

물려주고도 미안한 글수저

문과 재질 아이도 이과 가야하나요?

아이가 학교 글쓰기 대회에서 상을 타왔다. 중학교 들어가서 첫 상이고, 글로 받은 첫 상이다보니 아이도 나도 마음이 참 즐거웠다. 내가 별 생각없이 해준 이야기를 그날의 글감 주제와 잘 연결했어서 '읭 이거 상 탈 수도 있겠는데' 했었는데 결과로도 연결돼 더 마음이 좋다.


큰 아이는 글 쓰고 말하는 걸 좋아하는 아이. 고슴도치 어미 눈에는 제법 잘하기도 한다. 커서 선생님이 되는 게 꿈이라고 한다.

부부가 다 기자(였으)니까 그 영향도 있을까. 아이는 이과 쪽에는 관심이 없다. 남편 회사 후배가 자기 아버지가 작가셨다고, 자기는 '글수저'라고 했다는데 우리 아이도 조금은 글수저려나. 별 생각을 다 한다.

글수저는 왠지 금도 은도 동도 아닌 이런 나무 수저 느낌. 픽사베이

하지만 요즘은 문송한 시대가 아닌가.


입시에서도 문과 가고 싶은 아이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불리하다고 해서 울며겨자먹기로 이과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무엇보다 가뜩이나 취업이 힘든데 문과는 더더욱 힘들다니 학원 선생님들에게도 "웬만하면 이과 보내시라"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


글을, 말을 언어를 좋아하는 아이도 설득해서 이과로 돌려야할까. 문과 전공을 희망하는 아이를 둔 부모들은 고민이 많다. 이와 관련해 얼마 전 온라인 입시설명회에서 전문가가 한 이야기가 있는데 나에게는 제법 인상깊게 남았다.


그 분은 "아이가 완전히 문과인데도 이과를 보내려고 할 필요는 없다"고 다. 문과 일자리 25%, 이과 일자리가 75% 정도 되다보니 이런 이과 쏠림 현상이 일어나는 건데 세상에 없어서는 안되는 문과 쪽 전공의 자리가 있다고. 법조, 언어, 교육 등은 아무리 이과가 득세하는 세상이어도 없어질 수 없는 분야라고. 아이가 이런 방향을 좋아하고 적성에 맞다면 보내라는 이야기였다.

아이는 앞으로 어떤 꿈을 써내려가게 되려나. 픽사베이

사실 아이가 문과 적성이라면 일자리가 25%가 아니라 5%라도 보낼 수밖에 없는 것이 아닌가. 아이에게 세상에 맞추라고 는 건 맞지 않는 일을 경험해 본 입장에서 참 못할 짓이다. 그럼에도 세상이 그렇다니 고민은 해봐야하나 싶은 갈대 같은 마음에 저 말은 제법 안정감을 주었다.


다만 내가 걱정인 것은 부모가 모두 문과다보니 아이가 다른 길은 보지 못하고 스스로를 '문과 재질'로만 고정시키지는 않을까 하는 것이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 자기가 뭘 좋아하는지 아는 아이로 자랐으면 좋겠다. 그러고도 마음이 바뀌지 않는다면 세상 흐름이 뭐 그리 중요하겠나. 갈 길 가는 것이지.


아이야, 세상이 아무리 문송해도 설일 것 없어. 너는 너의 길로 가려무나. 우리는 네가 어느 길을 택한다 해도 너 응원할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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