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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리피언 Aug 27. 2022

세상은 사탕이 아니라 초콜렛이다

달콤함 뒤에 따라오는 씁쓸함

지인이 모처럼 만나자길래 나갔더니 쉬고 있는 나에게 일을 제안했다. 그닥 좋아하는 사람은 아닌데 그래도 내 생각을 해주는구나 싶은 게 고마워서 열심히 들었다.


한참 듣다보니 허울은 좋지만 들이는 공에 비해 남는 게 없는 일이다. 왔다갔다 교통비 빼고 뭐 빼고 하다보면 힘만 빼는 일. 집에 와서 생각해보니 짚이는 부분이 있다. 내가 애써주면 자기 일이 줄어드는 부분이 있어서 제안한 거구나. 선심쓰듯 적은 비용으로 혹 떼고 싶은 거구나.

웃으며 잘 얘기하고 헤어졌지만 돌아서면 참 입맛이 쓰다. 가마니있으니까가마니로보이니에서 썼던 것처럼 내가 순딩이처럼 굴면 아무것도 모른다고 생각해서 사람을 찜쩌먹으려고 하는 부류들이 있다.


내가 이들을 싫어하는 이유는 상대를 무시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내가 자기 본심을 알아채지 못할 거라는 착각. 자기가 여태까지 해 온 행동이 있는데 내가 저게 사탕인 줄 알고 덥썩 받아 먹으리라고 생각할걸까. 그게 참 괘씸하다.


이봐요, 내가 평화주의자긴 해도 사람 만나는 일을 15년을 했다고. 니 본심을 모를거라 생각하진 말아줄래.


마음이 닳고 깎이면서 일한 15년에 그래도 소득 중 하나가 저 달콤한 말에 가려진 본심을 그래도 조금은 알게 된 것이다. 안 겪었으면 좋았겠지만 몇 번 데이다보면 알게 된다. 세상에 나 좋으라고 사는 사람은 없다는 걸. 공짜는 없다는 걸.


나는 몸으로 마음으로 겪어 알지만, 아이들은 그저 친절히 예쁘게 말해주는 사람이 좋은 사람인 줄 아는 게 걱정이다. 직접 겪어 알게 되는 것도 애처롭고, 말로 알려주기도 참 씁쓸하다.

영아들은 웃는 표정으로 "아이 못생겼다" 말하면 웃고 무서운 표정으로 "아이 예쁘다" 하면 운다. 아직 언어에 서투니 다른 시그널로 정보를 파악한다. 하지만 가면 쓴 시그널을 파악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커도 크게 바뀌지 않는다. 특히 순진한 사람일수록 달콤한 표정에 다정한 말에 숨겨진 본심을 알아채지 못한다. 혹은 달콤함이 좋아 알아도 모른 척하기도 한다.


아이들에게 어떻게 알려주면 좋을까. 달콤한 뒤에 숨겨진 쓴 맛을. 세상은 사탕이 아니라 초콜렛 같다는 것을. 가마니 같은 우리 아이들을 위해 오늘도 나는 고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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