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기혼자들이라면 공감할만한 명절 스트레스.
시대가 바뀌었다고 하더라도 대부분의 집에서는 아직도 명절 스트레스가 존재한다.
나도 그랬다.
지금은 해외에 있어서 언제가 명절인지도 가물가물
때에 맞춰서 용돈만 전달드리고 전화드리는 정도라 스트레스일 게 없지만
한국에 있을 때는 나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나는 결혼 전에 집이 서울이고 우리 집이 큰집이어서 명절 이동이 없었다.
귀경길, 귀성길 정체는 티브이를 통해서나 보는 나와는 먼 이야기였을 뿐.
그런데 아뿔싸, 내가 대구남자랑 결혼을 해버렸다.
그게 그렇게 큰 의미일지 몰랐다.
극 보수적인 성향까지는 아니더라도 이 남자는 보수적인 편이고
시댁은 너무나도 멀었다.
서울에서 대구까지 4시간~4시간 반이면 간다고 하지만
그건 서울톨게이트 기준일 뿐이고 거기서도 한첨 먼 곳에서 살던 나는
차가 막히면 8시간은 그냥 우습게 걸리곤 했다.
차 없이 움직이는 것을 힘들어하는 남편은 그렇게 차가 막힘에도 차를 타고 이동을 했다.
거기다 본가에 내려가고 나면
그동안 못 봤던 지인들을 만나기 위해 밤낮으로 나가기 일쑤였고
나는 어색하고 무거운 분위기 속의 시댁에 혼자 덩그러니 남겨져있었다.
딱히 일을 시키시는 것도 아니고 시집살이를 시키는 것도 아니지만
나는 왜 이곳에 와서 혼자 남아있어야 하는지 많이 억울했다.
그러나 남편은 나를 이해하지 못했다.
다른 지인들도 다 와이프를 놔두고 외출을 하고
일 년에 두어 번 있는 일인데 왜 그것조차 이해를 못 해준냐는 것이었다.
그렇게 2박 3일 동안 나는 답답하고 갑갑하고 열 통이 터지는데
그 와중에 시어머니는
"주변 사람들은 애들이 명절 앞뒤로 휴가를 하루씩 더 내서
길게~ 왔다가 간다는데 너희는 왜 이렇게 짧게 있니?"라고 하셨다.
제 주변에는 그런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답변하고 말았지만
기분이 좋지 않은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이러한 사유들로 명절을 앞두면 언제 내려가는지, 언제 올라오는지,
남편 혼자 얼마나 외출을 할 건지를 가지고 신경전과 다툼이 계속됐다.
지금은 떨어져 있고 그런 상황에 처해있지 않기 때문에
그냥 내가 조금 더 참아줄 수도 있었겠구나 싶기는 하다.
하지만 이게 한쪽만 참는다고 되는 문제일까?
얼마 전 남편과 같이 밥을 먹다가 한국에서 명절 때 나를 혼자 두고 나가버려서
나는 너무 힘들었다는 이야기를 했다.
이 사람도 나이를 먹은 건지 철이 든 건지
처음으로 응 그랬겠네..라는 대답을 했다.
공감을 받았다는 생각에 그동안 있었던 감정이 어느 정도 수그러들었다.
서로의 입장이 다르고 상황이 다르다.
하지만 하나 분명한 건 시댁에 가 있는다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
믿고 결혼했던 배우자로 인해서 다른 집에 들어가게 되는 것이고
그 배우자가 나를 배려하고 보호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많은 집에서 문제가 되는 설거지 문제도 그렇다.
내가 손님으로 대접받아야 하니 설거지는 시어머니가 해야 한다는 게 아니라
배우자, 혹은 그 집의 형제자매도 같이 도와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설거지할 사람=며느리, 과일 깎을 사람=며느리
이렇게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