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언어로 주고 받는 우리의 온도는 어디쯤일까요

대화로 담기지 못하는 언어는, 우리를 특별한 세계로 이끕니다.

by 이유미
우린 가끔 누군가에게 이런 얘기를 하죠.


"난, 이 사람 만나면 참 편하고 좋아. 본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내 이야기를 하게 되고, 속 깊은 이야기까지도 털어놓게 돼. 나 원래 이런 사람 아닌거 알잖아, 그치? 나도 내가 이상하더라니까."


그렇습니다. 당신이 느낀 그 감정의 미묘한 파장과 깊이, 색깔, 그리고 그 안에 투영된 나와 상대의 비언어의 교류는 생각보다 많은 의미를 담고 서로에게 뜻밖의 메시지를 안겨다주죠. 그리고, 그 메시지는 '우리는 뭔가 잘 통하는것 같아' 내지는, "우리 관계는 특별해" 라는 생각으로 이끌죠. 사람들은 왜 이런 감정의 교류를 경험하고, 이것에 이끌리며, 누군가에게 닿고 싶어 할까요? 그건 바로, 대화로는 보이지 않는 비언어 즉, 표정과 말투, 사람을 대하는 진심, 제스쳐, 그 사람에게 특별함으로 채워지는 온도 같은 것들이 관계의 여러 의미를 내포하고, 우리에게 생각 이상의 것들을 긍정적으로 안겨다주기 때문이죠.


저는 사람과 사람간에 통하는 진심을 너무도 사랑하고 믿는 사람이에요. 저와 마주하고 알아가고 또 다른 세계로 가는 사람들을 마중하고 배웅하길 여러 차례 세월이 가는동안 반복하는 여정 속에서 그 안에서 사람간에 느껴지는 진심의 깊이, 비언어가 주는 메시지는 생각보다 관계를 특별하게 이끈 적이 많았거든요. 물론, 그 특별함을 상대에게 너무 많이 안기는 바람에 제가 오히려 부담이 된 적도 있었지만, 어찌 되었든 누군가를 대할 때 느껴지는 언어 외에 나와 너 안에 흐르는 넘실거리는 여러 유무형의 잡히지 않는 분위기와 여운은 그 사람과의 관계를 놓기 어렵고 계속 이어가고 싶다는 결단과 의지를 보여주기도 해요.


얼마 전, 소개팅으로 만났던 분이었어요. 처음 만나뵙자 마자 서로 통성명을 하고 대화를 이어가는데, 초면에 상대 남성분이 이런 이야기를 불쑥 하는 겁니다. 요즘 진로 고민이 많다고 하면서 현재 하는 일이 신축 아파트 A/S일을 하는 것인데, 그 일이 안정성이 담보가 되지 않아, 택시 기사일을 생각한다구요. 그리고 생각보다 본인은 그 생각을 마음 안에서 갈팡 질팡하고 있는데, 실제로 택시기사로 가는 합격 관문이 덜컥 손에 쥐어졌다고 하더랍니다. 아니, 소개팅으로 처음 만난 저에게 진로고민에, 자기 속 깊은 얘기, 직업에 대한 불안정성, 삶에 대한 고민이라니요. 짐짓 웃음이 나기도 하고, 저란 사람이 누군가에게 이렇게 편해질 수 있는 존재인가 싶어 감사하기도 했고, 또 당황한 나머지 계속 의미없는 웃음을 짓기도 했었죠.


단편적인 제 일화를 잠시 꺼내서 들려드린 것이지만, 우리는 모두 누군가를 자신의 프레임 안에서 생각하고 규정지으려고 하는 경향이 조금씩 있어요. 그래서인지 그게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올수도 있고, 부정적인 여파를 나타내기도 하고 늘 동전의 양면처럼 관계의 향방을 알려주는 신호가 되기도 해요. 결국 누군가가 편하다는 것도 자신 안의 생각과 마음에서 만들어낸 형상이니까요. 아무튼, 소개팅 어땠냐구요? 저는 상담사 역할만 하고, 그 상대 남성분은 내담자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다가 흐지부지 끝나 버렸네요.


웃자고 말씀드린 것이지만, 이렇게 우리는 누군가에게 속 깊은 이야기를 꺼내고 싶어하고 드러내 보이고 싶어하는 존재인것 같아요. 그리고 그 모습을 알아봐줄 누군가를 애타게 늘 기다리는 존재같기도 하고요. 저 역시도 그래왔고, 지금도 그렇습니다. 아무 판단없이 강요없이, 그저 나의 상황과 모습을 담아주고 안아주고 그저 따뜻한 온도와 시선으로 바라봐주는 일. 이거 생각보다 참 어렵거든요.


때로는 언어로 담지 못하는 말들을 우리는 비언어로 담아내고, 또 표현하고, 은연 중에 상대가 좋은 사람이고 인연을 이어가고 싶다는 신호를 줍니다. 우리만의 고유한 비언어 방식과 감정의 온도로요. 그리고 상대는 우리의 신호를 알아내고 맞춰서 적절히 감응해야 하는 열쇠인거죠. 그렇게 신호를 보내고 내 마음의 온도에 딱 맞는 열쇠를 누군가가 열고 들어온다면 얼마나 기쁠지, 그래서 우리는 오늘도 그런 관계를 희망하고, 바라고, 또 누군가와 그러한 정서적인 깊이감을 주고받길 그토록 열망하나 봅니다.


요즘은 다들 그런 이야기를 여기저기서 하는것 같아요. 누군가에게 내 진심을 다 드러내보이면 안된다는 말이요. 물론, 맞는 말이에요. 상대가 어떤 사람일지 모르기에 어느정도 경계해야 한다는 말이기도 하거든요. 하지만, 우리는 경계해야 할 포인트를 알아내고 지혜롭게 관계를 영위해 가야지, 사람 자체를 경계'만' 해서는 안되요. 그러면 어떠한 관계에서도 나와 상대의 진심, 민낯은 전혀 알 수가 없거든요. 그 사람의 본래의 모습들, 나의 불편한 모습들도 꺼내 보이려면 결국 그러한 관계의 형상들과 흐름들이 쌓이고 퇴적되어야 한층 더 견고해지고 신뢰감이 싹트는게 아닐런지요. 마치 꽃 봉우리에 꾸준히 물을 주고, 햇살과 바람으로 비춰가면서 정성의 온도를 식히지 않는 것처럼요. 우리의 관계 또한, 그렇게 조금씩 무르익지 않을까요.


p.s) 다음 화가 궁금하다면, 구독 버튼 눌러주세요 :)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월, 수, 금,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