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빛이 감도는 새삥 여권
지난주 목요일쯤 여권 발급을 신청하러 구청에 들렀을 때, 여권이 새로 발급될 때까지는 2주 정도 소요된다는 안내를 받았었는데,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은 이번 주 수요일에 여권발급이 완료되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생각보다 여권이 빨리 발급되어 좋았다. 다행히 남편이 아직 복직 전이라, 학교 끝나고 갈 수 있게 아이 병원 진료 예약을 해두었는데 때마침 그날 오전 구청에서 연락이 온 것이다. 그래서 아이 병원에 가기 전에 구청을 들러서 여권을 수령할 수 있었다.
나는 여권이 전면 교체되기 전에 갱신한 것이라 녹색 표지의 옛날 모습인데, 새로 받은 아이와 남편의 여권 표지는 예쁜 남색이었다. 속지도 조금 새롭게 바뀌어 있었다. 제제는 자신의 여권을 보며 마치 당장이라도 해외여행을 떠날 것처럼 들떴다.
여권이 발급되어 미처 작성하지 못했던 다른 서류들과 함께 여권 스캔본을 유학원에 보냈다. 그러자 며칠 뒤, 유학원에서 호주 교육청으로 지원 서류를 접수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아이의 두 번째 여권을 살펴보며 나는 몇 년 전에 아이의 여권을 처음 만들던 때를 떠올려 본다. 지난 2019년 초, 당시 두 돌도 되지 않았던 제제와 함께 첫 해외여행을 가기 위해 나는 제제의 첫 여권을 만들기로 했다. 가만히 앉아서 사진을 찍기 어려울 것이라는 나의 걱정이 무색하게 제제는 생각보다 가만히 앉아 사진을 잘 찍었던 기억이 난다. 그 당시엔 의젓하다 생각했는데 지금 돌이켜보니, 사진관의 낯선 공간에서 제제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르는 채 긴장하고 얼어있었던 것 같다.
그렇게 만든 첫 여권으로 제제는 나와 외할머니, 외할아버지와 함께 일본 오키나와로 첫 해외여행을 다녀오고, 그 후 1년 뒤쯤 코로나가 터졌다. 코로나가 터지고 난 후로 나는 지금까지 한 번도 해외여행을 가지 못 했다.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면서 남편과 제제와 우리 가족끼리 동남아시아라도 짧게 다녀와야지 했지만, 하루살이처럼 하루를 보내기 바쁘게 지내다 보니 그 후 벌써 몇 년이 흘러버렸다.
아이의 여권은 갱신 기간이 짧다. 짧은 시간 동안 아이의 얼굴이 금방 변하기 때문일 것이다. 두 돌 때쯤 찍은 제제의 여권사진은 지금의 제제의 모습과는 확연히 달랐다. 다시 찍은 증명사진이 박힌 새 여권을 보고 있자니 새삼 아이가 많이 큰 것이 느껴진다. 아이는 그 사이 초등학생이 되고, 호주라는 먼 나라로 나와 함께 떠날 계획을 갖게 되었다.
아직은 너무나 막연해서 나와 제제의 1년 해외살이가 현실감 있게 다가오지 않는다. 이제 여권이 나왔으니 남은 서류를 마저 제출하고, 본격적인 준비를 시작하다 보면 조금씩 실감이 나리라 생각한다. 나는 새롭게 나온 아이와 남편의 여권 속 번호를 서류에 적으며 이 선택이 후회 없는 선택이 되길 기도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