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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바심 나는 마음

호주의 더딘 처리 속도

by 라라미미

지난 9월 17일, 시댁에서 추석 명절을 보내고 있을 때 유학원에서 연락이 왔다. 8월 말쯤 여권이 발급되자마자 보냈던 서류를 바탕으로 호주 빅토리아 주 교육청에 제제의 서류를 제출했고, 교육청에서 연락이 갔다고 하는데 받았냐는 내용이었다. 살펴보니 9월 초쯤, 빅토리아 교육청에서 메일이 왔는데 외국 계정의 이메일 주소라 스팸메일로 들어가서 나도 모르게 그 소식을 놓치고 말았다.

빅토리아 교육청 산하 초등학교 입학을 신청하기 위한 비용을 결제하라는 내용의 메일이었는데, 메일에 첨부된 링크로 들어와서 호주 달러로 302달러의 신청비용을 결제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명절을 보내고 있는 상황이라 급한 대로 가져간 아이패드로 접속해 겨우 결제를 마쳤다.

그렇게 입학 서류 신청을 마치고, 한참이 지났는데도 결과가 나오지 않아 9월 말쯤 다시 문의를 했다. 그런데 하필 지금 시기가 호주 공립학교의 term 3이 끝난 시기라 중간 방학에 들어간 학교가 많은 상태였고, 내가 1순위로 지원한 학교도 역시 방학 기간이라 서류 처리가 늦어진다는 답변을 받았다. 방학이 끝나는 10월 7일쯤 되어야 결과가 나올 수 있을 것 같다는 연락을 받고 다시 조금 더 기다려보기로 했다.

그렇게 신청했다는 사실도 잊은 채 보내다 며칠 전인 10월 7일이 되어서야 호주 빅토리아 교육청에 제제가 1순위로 접수했던 초등학교에서 오퍼레터를 받을 수 있었다. 다행히 제제가 수업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교육청에 서류를 접수한 것이 9월 중순이었는데 한 달이 다 되어서야 연락이 온 것이다. 오퍼레터에는 1학기 학비를 결제해야 한다는 내용, 학생 비자 발급에 대한 내용 등이 담겨있었다. 이렇게 학교가 정해지고 나니, 이제야 어느 정도 실감이 난다. 구글 지도를 열어 제제가 다니게 될 학교를 검색해 보았다. 막연하게 생각했던 호주 생활이 무언가 눈앞에 그려지는 것만 같아 걱정이 반, 설렘이 반 함께 몰려온다.

열몇 쪽에 해당하는 오퍼레터를 천천히 읽어보니 다양한 내용에 대한 결제 내역이 나와 있었고, 6개월 동안의 총학비를 결제해 달라는 내용이었는데 결제해야 할 학비는 6800달러 정도였다. 분명 적은 돈은 아니다.

이제 학교가 정해졌으니 학교에서 제시한 학비를 결제해야 하고, 그러고 난 후엔 제제의 학생 비자와 나의 가디언 비자를 신청할 것이라는 내용도 알 수 있었다. 다만 학교에서 학비 결제 내용이 담긴 인보이스를 발급받은 뒤에 학비를 낼 수 있어서 조금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인보이스는 보통 2~3일이면 받아볼 수 있다는 내용도 함께 전달받았다.

금방 결제를 할 수 있겠지 싶었는데 웬걸, 아무리 기다려도 인보이스 발급 메일은 오지 않았다. 도저히 기다리다 안 되겠다 싶어 알아보니 현재 교육청 시스템 상에 오류가 생겨 조금만 기다려달라는 답변을 받을 수 있었다.

또 기다리라니, 답답한 마음이 한가득이었지만 딱히 뾰족한 수가 없어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연락받은 것이 10월 10일이었는데, 10월 22일인 오늘에서도 아직 인보이스 메일은 받지 못했다. 직접 내가 발로 알아보고 교육청에 연락을 해 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더 답답한 노릇이었다.

한국인들이 다른 나라 사람들보다 대부분 성격이 급하고 평소에도 '빨리빨리'를 달고 살아서 인지 때론 눈총을 받을 때도 있지만, 대부분의 관공서나 기타 서류처리 과정은 정말 세계에서 알아주게 빠른 것 같다. 이런 사회 분위기에 익숙해져있다 보니 호주의 서류 처리 과정이 정말 답답하게만 느껴진다.

비자 발급, 살 집 마련, 비행기 티켓 발권 등 굵직하게 해결해야 할 일이 산더미이고, 차량이나 통신, 필요한 짐 등 세세하게 알아봐야 할 사항들도 많은데 시간만 흘러 보내는 것 같아 더 속이 탄다. 앞으로 남은 기간인 2~3달 기간 동안 이 모든 일을 다 처리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내가 직접 알아보는 상황이 아니라 더욱 그런 것 같다. 알아보기 시작한 것이 8월 말인데, 10월이 다 지나가는 지금에도 학교가 결정된 것 외에는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다니. 호주에 갈 수 있긴 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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