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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정착서비스

나와 제제가 호주에서 살 집은 어디에

by 라라미미

비자 신청 이후, 한동안 기다릴 일만 있어서 조금 여유를 부리고 있었는데, 어제 오후쯤 유학원에서 연락이 왔다.

'정착서비스와 관련해서 통화가 가능할까요?'

여기서 말하는 정착서비스란, 처음 호주에 가서 정착하기 위해 필요한 다양한 서비스에 관하여 도움을 받는 것을 말한다. 집 렌트 계약 및 유틸리티 연결(전기, 가스, 수도, 인터넷 등), 공항 픽업, 유심칩 개통, 은행 계좌 개설, 차량 구입, 교통카드 구입, 호주 운전면허 변경 신청 등의 다양한 서비스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물론, 이 모든 것들이 공짜는 아니다. 각각 서비스별로 비용이 따로 책정되어 있으며, 유학 수속을 받는 고객에 한하여 이 모든 것들을 함께 묶어 제공받고자 할 경우, 패키지 금액인 300만 원으로 이용할 수 있다고 한다.

처음에는 크게 생각하지 않고, 내가 가장 필요한 서비스인 집 렌트와 차량 구입 서비스만 한다고 생각했을 때, 각각의 비용(집 렌트 계약 서비스 200만 원, 차량 구입 서비스 50만 원)을 합한 것이나 전체 패키지 금액인 300만 원이랑 아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것 같아서 온전히 도움을 받고 마음 편하게 있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전체 서비스를 이용한다고 말씀드렸다.

그런데 남편과 다시 이야기를 나누며 곰곰이 생각해 보니, 공항 픽업이라든지, 유심칩 개통, 은행계좌 개설 등의 일들은 어찌 보면 우리 스스로도 충분히 할 수 있으리라 생각되었다. 그리고 50만 원 차이도 생각보다 크다는 생각에 이르자, 그냥 집과 차량에 대해서만 도움을 받기로 결정했다.


유학원에서는 아직 호주 1년 학기가 마무리되기 전이라 집 매물이 나오기엔 이른 시기라고 말하면서, 일단 지금 매물로 나온 집 하나를 소개해 주었다. 멜버른 Barkers Road 길가에 있는 아파트로 10O호였는데, 일단 호주에서 1층은 우리나라로 따지면 2층을 의미한다고 한다. 그리고 아쉽게도 Unfurnished라 가전, 가구들도 없어 내가 구입해야 했다.

그리고 또 하나, 호주에서 집을 렌트할 때 우리와 달리 인스펙션 시스템이라는 것이 있다고 한다. 이는 내가 원하는 집을 구매하고 싶을 때 집주인 혹은 부동산에 연락해서 원하는 시간에 나 혼자만 집을 보는 것이 아니라, 부동산 업체에서 특정 매물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인스펙션이라는 일종의 신청을 받아 일정한 날짜를 정해서 함께 집을 둘러보게 되는 시스템을 말한다.

그래서 내가 원하는 집을 누군가도 원할 경우, 집주인이 나의 기존 렌트 이력이나 재정 상황을 살펴보고 집을 빌려줄지 말 지를 결정하게 되므로 조건이 충족되지 못하면 일종의 '불합격' 판정을 받아 해당 집을 빌릴 수 없게 되고, 이 경우 또 다른 매물을 찾아 인스펙션 지원을 해야 한다고 한다. 정말 운이 나쁘면 여러 번 이 작업을 반복했는데도 집을 렌트할 수 없게 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나는 문득 궁금한 점이 생겨 물어보았다.

"혹시 저처럼 이렇게 단기로 오는 사람 중에서 돌아오는 1월에 한국으로 귀국하게 되는 경우가 없을까요? 가전이나 가구를 다 구매해야 한다면 그런 분들 중에서 저같이 새로 오는 사람에게 넘겨주고 싶어 하는 분들도 계실 것 같아서요."

유학원에서는 내 말을 듣고

"아 그러고 보니 제 고객분 중 한 분이 1월에 한국으로 가시는 분이 있는데, 그 집이 지금 제제가 등록하게 될 초등학교에서도 아주 멀지 않았던 것 같네요. 그리고 그 집이 좋은 게 Full-furnished라 가전, 가구가 다 있는 집이에요. 그리고 중요한 건 방충망이 설치되어 있는 집이에요. 이거 아주 중요해요. 호주는 기본적으로 방충망이 설치되어 있지 않거든요. 한 번 그 집에 대해서 알아볼게요. 제가 관리하는 분이라 그냥 인수인계식으로 넘기게 되면 굳이 인스펙션까지 안 하셔도 되어서 그것도 큰 장점이에요."

얼마 뒤, 연락이 왔다. 1월 27일에 한국으로 돌아갈 예정이라 입주는 아무래도 그 날짜에서 1~2일 후부터 가능하고, 주당 $740 금액으로 렌트가 가능한 집이라고 말해 주면서 이 집을 하게 되면 가능한 빠른 시일 안에 정해서 알려달라는 연락이었다.

호주 집 렌트 비용은 기본적으로 주당 $650~750 선에서 생각하면 된다고 한다. 물론 더 저렴한 곳도 찾아볼 수 있긴 하겠지만, 그런 집들은 대부분 Ground이거나(우리의 1층을 말한다.) Unfurnished거나 혹은 우리로 따지면 원룸처럼 집이 작아서 주방과 침실이 한 공간에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말해 준 집이 나름대로 좋은 조건의 집인 것 같아 하루정도 남편과 이야기를 나누며 고민한 끝에 이 집을 계약하기로 마음먹고, 오늘 오전에 다시 유학원에 연락을 했다. 유학원에서는 우리가 하고 싶다고 하더라도 집주인이 이제 내년부터는 렌트를 하지 않기로 했다거나 금액을 터무니없이 올리는 경우들도 있으니 그런 점도 고려해 달라는 말도 덧붙여 주었다.

나는 이미 1월 15일에 출발하는 멜버른행 비행기 티켓을 끊어놓은 상황이라 이 집을 하게 된다면 1월 29일 정도까지 지내야 할 멜버른 숙소가 추가로 필요해진 상황이 되었다. 그렇게 되면 2주 정도를 호텔이나 에어비앤비에서 지내야 할 텐데 알아보니 숙박비가 정말 만만치 않았다. 그러다가 차라리 결제한 항공권을 약간의 수수료를 물고 환불하더라도 1회 정도 경유하는 저렴한 항공권으로 바꾸는 게 나을지, 멜버른으로 가는 날짜를 조금 미루어 숙박비를 하루라도 아끼는 게 나을지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두고 계산을 해 보았다.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올 때 즈음, 유학원에서 반가운 연락이 왔다. 말해준 집을 계약할 수 있다는 좋은 소식과 함께, 퇴거일자가 1월 27일이 아닌 1월 17일이라는 점, 그리고 주당 렌트비가 앞서 말한 금액보다는 저렴하다는 더욱 좋은 내용도 덧붙여 있었다. 그리고 따로 인스펙션을 진행하지 않아도 되어 그 서비스 비용까지 아낄 수 있었다.

갑자기 묵은 체증이 확 내려가는 느낌이 들며, 가장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큰 숙제 하나를 처리한 것 같아 무척 기분이 좋았다. 기존 세입자의 퇴거일도 당겨져 굳이 호주 입국 날짜를 바꾸지 않아도 될 것 같아 다행이었다. 아이의 학교 첫 등교일인 1월 28일에도 크게 무리가 되지 않을 것 같고, 또한 호주로 같이 갔다가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남편의 인천행 티켓 날짜인 1월 29일보다 앞서 입주할 수 있어 남편의 도움도 어느 정도 받을 수 있을 듯하다.

집이 가장 큰 걱정이었는데 생각보다 수월하게 결정할 수 있게 되어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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