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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에서의 첫 날, 생존이 시작되다

호주 은행계좌 개설 그리고 중고차 차량 구매하기

by 라라미미 Jan 23. 2025

1월 15일 오전 5시 40분부터 인천공항에 도착하여 시작된 출국 수속은 정말 오래 걸렸다. 위탁 수화물을 맡기기 위해 선 줄은 마치 한창때의 놀이공원을 연상시키듯 길게 늘어서 있었고, 가지고 온 수화물도 규정 무게를 넘어 따로 오버차지를 내야 하느라 시간이 더 지체됐다.

비행기 탑승구 앞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7시 30분. 시간 안에 도착하지 못할까 봐 걱정했는데 그래도 겨우 맞출 수 있어 다행이었다. 10시간 30분의 지겹고도 지루한 비행을 어렵사리 견디고 나니 드디어 멜버른 툴라마린 국제공항에 안전하게 도착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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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하며 해가 뜨는 것을 보고, 호주에 도착할 땐 해가 지고 있었다


Luggage Claim에서 우리의 짐이 한참 뒤에 나와 출국장을 빠져나오는 것이 늦어지긴 했지만(세관에 신고할 물건이 있어 따지고 들까 우려했는데 다행히 서류를 보여주고 그냥 나올 수 있었다.) 밤 10시가 넘은 시간쯤 공항밖을 나올 수 있었고, 미리 예약해 둔 스카이버스(멜버른 공항에서 멜버른 시내까지 연결)를 타기 위해 승강장을 찾았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멜버른 공항 밖은 무척 시원했다. 공항으로 나오는 출구 쪽에서 스카이버스 안내표지판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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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y Bus는 2층 버스이고, 1층에는 수화물 보관칸이 넓게 있어 짐을 실을 수 있다


짐이 너무 많았던 데다 가져온 이민가방 중 하나의 바퀴가 말썽을 부려 끌고 가기 쉽지 않아 애를 먹었는데, 정말 의도치 않게 예약한 에어비앤비 숙소가 스카이버스 시내 쪽 도착 장소 바로 옆에 있어 또 한 번 가슴을 쓸어내렸다.

밤늦게 숙소에 와서 짐을 내려놓고 첫날부터 해야 할 일들을 정리하니 어느새 시간은 새벽 2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물론, 멜버른이 우리나라보다 2시간 빠르긴 하다.) 너무 피곤해서 당장 내일부터 써야 하는 호주 esim을 신청하고 바로 잠이 들었고, 새로운 날이 밝았다.

Optus에서 esim을 신청하고 아무리 기다려도 컨펌 메일이 오지 않아 기다리다 지쳐 그냥 잠이 들었었는데, 아침에 확인해 보니 메일이 와서 호주 esim을 개통할 수 있었다. 호주에서 내 전화번호가 생긴 것이 생소하고 신기한 기분이 들었다.

Optus 앱으로 7-days 30GB 무료 사용 이벤트가 있어 신청했다Optus 앱으로 7-days 30GB 무료 사용 이벤트가 있어 신청했다

묵직한 몸을 겨우 일으켜 창밖을 내다보니 어젯밤 공항에 도착했을 때 내렸던 비는 다 그치고 무척 화창한 했다. 하루사이에 계절이 바뀌어 선선한 아침바람을 맞고 있자니 낯선 기분이 들면서도 잠깐동안 여행 온 듯한 설렘도 느껴졌다.

에어비앤비 숙소에서 바라본 이른 아침 멜버른에어비앤비 숙소에서 바라본 이른 아침 멜버른

오늘은 나름대로 바쁜 날이었다. 우선 가장 급한 체크카드 발급을 처리하러 사전에 온라인으로 신청해 놓은 커먼웰스 은행(멜버른 센트럴 지점)을 들르기로 했다. 그리고 차량을 인수하고 내가 살 집도 구경할 겸 호손에 있는 집에서 오후 1시 30분쯤 이전 세입자와 자동차 중개인(유학원에서 연결)을 만나기로 한 상태였다.

오전에 일찍 은행을 들러해야 할 일을 한 뒤에 간단히 점심을 해결하고 약속장소인 우리가 살 집으로 이동하면 되겠다 싶어 구글맵으로 경로를 알아보던 중, 유학원에서 자동차 중개업무를 맡고 있는 강대표님에게서 연락이 왔다.

- 안녕하세요? 멜버른 잘 도착하셨죠. 이따가 약속 장소까지 픽업해 드리려고 연락드렸습니다.

순간 정말 잘됐다는 생각과 함께 안도감이 밀려들었다. 우리가 묵고 있는 에어비앤비 숙소 주소를 알려주고, 숙소 건물 앞에서 1시에 만나기로 약속을 했다.

약속 장소까지 대중교통을 이용해 가려던 생각에 마음이 촉박했는데, 어느 정도 여유가 생겨 조금 늑장을 부리다 10시쯤 숙소에서 나와 무료 트램구간에 있는 은행을 가기 위해 5분 정도 거리의 트램역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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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버른은 트램의 도시로 유명하다

우리가 탄 트램은 35번 트램이었는데, 오래된 느낌의 트램이었다. 15년 전쯤 첫 해외여행지였던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타던 올드트램이 떠올랐다. 트램을 타고 두 정거장 정도만 가면 되는 곳이라 금방 내려 구글지도에 표시된 은행을 찾았다. 그런데 아무리 찾아봐도 은행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일단 표시된 건물을 들어가 보았는데도 은행은 없었다. 당황했지만, 검색하며 이리저리 찾아보니 콜스라고 쓰인 입구 아래쪽으로 내려가면 왼쪽에서 바로 찾아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원래 있던 곳에서 한 층만 더 내려가면 바로 알 수 있었는데, 참 허탈하기도 하고 은행이 이렇게 구석진(?) 곳에 있어 당황하기도 했다.

커먼웰스 센트럴지점은 이 입구로 내려가면 왼쪽에서 바로 찾아볼 수 있다커먼웰스 센트럴지점은 이 입구로 내려가면 왼쪽에서 바로 찾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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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버른 센트럴 건물에서 만난 테니스 선수 앤디 머레이

은행이 있는 건물이 쇼핑몰 같은 큰 규모의 건물이라(나중에 알고 보니 내가 방문한 커먼웰스 은행 멜버른 센트럴 지점은 Melbourne Central이라는 엄청난 복합 쇼핑몰 및 기차역 건물에 속해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남편과 아이보고 그곳에 있는 쇼핑몰을 둘러보고 있으라고 한 뒤 나는 은행으로 들어갔다. 미리 신청해 둔 온라인 예약확인 메일과 내 비자발급 확인증, 그리고 여권을 지참했다.

우리의 흔한 은행 내부처럼 창구가 있고 대기하는 공간이 있는 게 아니라 입구에서 안내하는 직원이 내 이름과 업무목적을 물어보고 대기공간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개별공간으로 나뉜 곳으로 안내받는 방식이었다.

10분 정도 대기하자 직원의 안내를 받고 창구로 이동했다. 나는 챙겨간 비자발급서류, 온라인 계좌발급 신청서와 내 여권을 보여주었다. 눈가에 주름이 멋지게 패인 중년의 남자 직원분이 기분 좋은 미소로 나를 맞이했다. 호주에 어떤 비자로 오게 되었는지, 얼마나 있을 예정인지 물어보았다. 긴장된 상태에서 호주 억양을 들으려니 귀가 멍해진 것처럼 잘 들리지 않았다. 그래도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어떤 이유로 오게 되었는지 대답했다.

중간중간 내 이름 철자 문제, 한국 주소로 신청한 것에서 호주 주소로 변경 등의 고비로 소통 위기가 찾아오긴 했지만, 무사히 1시간에 걸쳐 은행계좌 개설을 마무리하고 발급된 체크카드를 수령했다.(2주 전 온라인으로 카드를 신청하면 이렇게 내가 신청한 호주 은행 지점으로 카드가 배송되어 호주에 도착해서 바로 카드를 받아볼 수 있다.)


지난번 구한 집에 살고 있는 한국분에게 공교롭게도 차까지 인계받아 사용하게 되었는데, 집도 보고 주차장에 주차되어 있는 차량도 직접 보고 점검할 겸 집에서 만나기로 했다. 오후 1시가 되어 숙소까지 우리를 픽업온 강대표님과 만났다.

멜버른 시티 중심가에서 내가 살 집까지는 차로 20여분 정도였는데, 차를 타고 주변을 둘러보게 되니 생각보다 도로에 차도 많고 도시 자체가 무척 복잡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평소 호주하면 시드니만 떠올리고 멜버른은 잘 몰라서인지 그저 바닷가 옆 도시로 인구가 500백만 정도라는 것만 듣고 부산 정도의 도시겠거니 했는데, 그보다도 훨씬 규모가 커 보였다.

강대표님이 집까지 가는 길에 보이는 여러 관광포인트들을 알려주어 시티투어를 하는 기분으로 가긴 했지만, 나는 관광모드로만 맘 편히 주변을 돌아보지 못하고 여러 교통표지판, 도로 상황 등 운전자 모드로 시선을 두게 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당장 차를 인계받으면 운전좌석이 오른쪽에 위치하여 좌측통행을 하는, 우리와 완전히 반대인 나라에서 내가 직접 운전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내가 살 집에 도착했다. 내가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깔끔하고 우아해 보였다. 우리로 따지면 빌라 같은 건물의 집이었는데, 집은 건물 3층에 위치해 있었다. 호주는 보통 0층(혹은 Ground를 뜻하는 G층)이 있는데, 우리의 1층을 의미한다. 그래서 내가 배정받은 집은 2OO호였다.

일단은 지하 1층(여기서는 -1층이다) 주차장에 주차된 차를 직접 살펴본 뒤 큰 이상이 없어 수월하게 중고 차량 명의 이전 및 등록신청서를 작성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날 집을 구경하고 난 후, 인근의 VicRoads(호주 정부에서 운영하는 차량 등록 및 운전면허 관리 기관)를 방문하여 차량 명의 이전까지 완료했다. 물론, 우리로 따지면 취등록세 같은 차량 등록비를 내야 했는데, 차의 등급과 연식에 따라 금액이 정해진다. 나는 등록비로 952달러를 지출했다.ㅠㅠ


 예상은 했지만, 역시 남의 나라에서는 뭐 하나 쉬운 일이 없었다. 이른 아침, 차량을 등록하기 위한 호주 면허 등록 넘버(Customer number)를 발급받고 추후 호주 운전면허증으로 교체도 할 겸 VicRoad 홈페이지에 접속해 신청할 때도 호주 주소가 계속 한글로 입력되어 그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않아 애를 먹었다. 여기저기 수소문한 끝에 구글 크롬에 설정된 기본 언어를 영어로 바꾸어야 영문 주소 검색이 가능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래도 가장 급한 일들을 마무리해 놓고 나니 그제야 긴장이 풀리며, 숙소로 돌아왔을 때는 몸이 천근만근 무거워 노곤노곤 잠이 쏟아졌다. 일단 오늘은 자고, 내일부턴 멜버른 시티도 돌아보며 그다음 일들을 처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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