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갑자기 울음이 새어 나왔습니다.
사람이 자신의 감정을 다룰 수 있다면, 이 세상은 무채색으로 가득했을 것입니다.
감정에 서툴기에, 우리 모두 이 세상에서 감정을 안고 살아가는 것은 처음이기에 그만큼 더 아름답죠.
그래서 갖가지 색으로 물든 이 세상이 좋지만, 이와 다르게 제 감정은 무채색이길 하고 바라봅니다.
그런 날이 있습니다.
방 안에서 이렇다, 저렇다 할 감정도 없이 할 일을 하다가 갑자기 울음이 나는 그런 날이 있습니다.
마음껏 소리 내어 울지는 못합니다. 우는 이유조차도 모르니까요.
끝도 없이 두 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계속 손으로 훔칠 뿐입니다.
소리 내어 울 수 있는 사람은
자신의 감정을 보아 달라며 다른 이들에게 소리칠 수 있는 사람은
자신이 왜 우는지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숨죽여 우는 것에 익숙해진 사람은
자신이 우는 이유를 알고 있었다가도
자꾸만 흐르는 눈물에 그 이유를 그만 까먹어버립니다.
마치 빗물에 내 안의 이유들이 흘러내려 어디론가 가 버리는 느낌이 듭니다.
그 많은 목소리를 잡기에는, 너무나 힘이 듭니다.
할 일을 하다가 갑자기 눈물이 새어 나왔습니다.
마치 두 손으로 간신히 들어 올린 바닷물이 잘 고여 있는 듯하다가 결국에는 틈 사이로 새는 것처럼요.
현관으로 가서 새벽까지 밤새 울었지만 아무도 몰랐습니다.
이미 숨죽여 우는 것에 익숙해졌거든요.
왜 우는지도 몰랐습니다.
그저 눈물로 뿌연 눈앞 아롱거리는 가로등의 한 빛만이 느껴졌을 뿐입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눈물은 눈에서 흐르고 있지만 점차 심장에 그어진 미세한 틈에서 울음이 새어 나오는 것 같다,
속에 있던 울음이 그만 때를 못 참고 새어 나오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 말입니다.
- 속에 있던 울음이 새어 나와버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