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살, 나는 모로코 아내를 위해 정비복을 입었다

언어 장벽보다 높은 기계치 정비공의 생존기

by 살라킴

나는 마흔한 살이다.
그리고 마흔이라는 늦은 나이에, 인생의 가장 큰 행운을 만났다.
​2023년 3월 14일, 운명처럼 그녀를 알게 되었다. 아내는 모로코라는 아주 먼 나라에서 온 이방인이었다. 호기심에 켠 소개팅 어플에서 시작된 연락은 만남으로 이어졌고, 처음 마주한 그녀는 내 기억 속에 선명하게 각인될 만큼 아름다웠다.
​그녀를 만나기 전, 나는 직업도 희망도 없이 그저 하루살이 같은 인생을 살고 있었다. 하지만 사랑은 사람을, 아니 한 남자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꾼다. 그녀는 나와 결혼하고 싶어 했고, 나는 결심했다. '이 여자를 책임져야겠다.' 그 다짐 하나로 나는 버스 기사가 되었다.
​운전대를 잡은 초기에는 좋았다. 내가 좋아하는 오디오북을 실컷 들을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버스 일은 새벽 별을 보고 나가 달이 떠야 들어오는 고된 일상이었다. 한국에 온 지 얼마 안 된 아내는 하루 종일 빈집에 홀로 남겨져야 했다. 신혼의 아내를 외롭게 둘 수 없었다.
​그래서 회사의 권유로 '정비직'으로 보직을 변경했다. 주말을 쉴 수 있다는 점, 그 하나가 나에게는 가장 큰 매력이었다. 하지만 기름 밥을 먹는 정비 일은 결코 만만치 않았다.
​나는 평생 손재주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남들은 뚝딱 고치는 기계가 내 눈에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미지의 영역처럼 보였다. 아내에게 한국어가 낯설듯, 나에게는 무엇을 조이고 고치는 일이 마치 넘을 수 없는 '언어 장벽'과도 같았다.
​직장 상사들이 가르쳐 주는 기술은 내 머릿속에 머물지 못하고 흘러나가기 일쑤였고, 나는 하루가 다르게 점점 더 바보가 되어가는 기분을 느꼈다. 동료들에게 나는 어엿한 '정비사'가 아니었다. 그저 허드렛일이나 돕는 존재. 말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그 시선들은 나를 점점 작게 만들었고, 나는 스스로를 초라한 구석으로 추락시켰다.
​보통 사람들은 이럴 때 '독기'를 품는다고 한다. 무시당하지 않으려 이를 악물고 기술을 배워 보란 듯이 성공한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정반대였다. 나에게는 그 오기가 생기지 않았다.
​왜냐하면, 나는 정비소 한구석에서 다른 꿈을 꾸고 있었기 때문이다.
차가운 금속을 만지면서도 나는 뜨거운 이야기를 상상했다. 나는 작가가 되고 싶었다. 장르가 무엇이든 상관없었다. 그저 내가 쓴 글을 누군가 읽어주길, 내 목소리가 세상에 닿길 간절히 바랐다.
​현실은 기술 하나 제대로 못 익힌 무능력한 가장이지만, 내 머릿속에서만큼은 나도 주인공이었다. 비록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몰라 두려움에 떨고 있을지라도 말이다.
​오늘도 나는 몽상과 현실 사이에서, 기름때 묻은 장갑을 낀다. 이것은 정비공이 되지 못한 남자가, 작가가 되기 위해 써 내려가는 첫 번째 기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