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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로 Apr 15. 2023

[D-261]  2년 만에 다시 찾은 헬스장

105번째 글

어제 오랜만에 헬스장을 찾았다. 거의 2년 만이다. 원래 꾸준히 PT를 받으며 헬스장을 다녔었는데, 팬데믹이 시작되면서 헬스장을 다니지 않게 되었다. 그동안 코로나에 걸릴까 봐 최대한 몸을 사리며 밖에 잘 안 나갔기 때문에 실내에서 여러 사람이 함께 운동을 하는 헬스장은 내가 가장 먼저 발길을 끊은 장소들 중 하나였다. 대신 나는 지난 2년간 집에서 운동을 했다. 그 시기에 다른 많은 사람들이 그랬듯이, '홈 트레이닝'을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집에서 보낸 시간 동안, 나는 내가 나름대로 운동을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PT 선생님이 나를 위해 짜 준 운동 루틴을 적어도 일주일에 3일 정도는 빼놓지 않고 열심히 했고, 집에 있는 사이클 운동기구로 유산소 운동도 자주 하는 편이었기 때문이다. 온라인 헬스 서비스를 구독해서 관련 강좌를 보고, 다른 수강생들과 함께 화상으로 수업을 듣기도 했다. 나는 나름대로 운동을 계속하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그게 나름대로 괜찮게 흘러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다시 헬스장에 발을 들이기 전까지는.


2년 만에 다시 찾은 헬스장은 익숙하면서도 낯설었다. 2년 만에 화면 속이 아닌 현실에 존재하는 선생님에게 코칭을 받는 일도 익숙하면서도 낯설었다. 하지만 익숙함이 생소함보다 더 컸던 탓일까, 처음에 느낀 낯선 기분은 곧 사라지고 나는 금세 적응을 할 수 있었다. 그런데 내 몸은 그렇지 못했다. 나는 적응을 했다고 생각했지만 내 몸은 생각보다 쉽게 운동을 해내지 못했다. 집에서 할 때는 잘만 했던 스쿼트 동작도 헬스장에서 선생님과 함께 하려니 제대로 되지 않았다. 다리도 후들거리고 무릎도 아팠다. 자세를 제대로 잡는 것도 쉽지 않았다. 몸의 균형을 잡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체력이 아주 많이 떨어져 있었다.


나는 지난 2년간 내가 '제대로' '괜찮게' '잘' 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어제 PT를 받으면서 깨달았다. 집에서 혼자 운동을 할 때는 내가 내 사정을 많이 봐주면서 했던 모양이다. 힘들면 잠깐 쉬고, 한 세트 덜 하고, 동작을 작게 하고, 힘을 적게 주는 식으로. 그래서 제대로 운동이 되지 않았던 거다. 안 하는 것보다는 물론 나았겠지만 그래도 내 생각만큼 잘하고 있던 건 아니었다.


그렇다고 해서 내 지난 2년간의 노력이 헛된 것은 아니다. 내가 운동을 아예 하지 않았더라면 아마 자세와 균형은 물론, 체력도 훨씬 더 많이 나빠졌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내 정신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하는 면도 없잖아 있었어서, 운동을 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큰 효과를 보았다. 다만 내가 전문가가 아니다 보니 채우지 못한 부족한 부분이 있었을 뿐이다. 당연한 일이다. 이 사실 때문에 실망하거나 후회하거나 자괴감에 빠질 필요는 없다. 그리고 이제 다시 헬스장에 나가기 시작했으니 좋아질 일만 남은 거다. 앞으로 더 좋아지기만 할 텐데 지금 괜한 후회를 할 이유가 뭐가 있단 말인가. 내가 후회한다고 해서 돌이킬 수 있는 것도 아닌데.


헬스장도 다시 끊었겠다, 앞으로 운동을 열심히 해볼 계획이다. 내게는 할 일이 명확하게 있고 그 일은 내가 노력하면 이룰 수 있는 것이니까. 떨어진 체력을 다시 기르고, 안 좋아진 자세를 교정하는 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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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4월 15일,

침대에 기대앉아서 발끝을 스트레칭하며.



*커버: Image by Jelmer Assink from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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