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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로 Apr 17. 2023

[D-259] 교토삼굴(狡兎三窟)과 파부침주(破釜沈舟)

107번째 글

속담이나 격언을 보다 보면 가끔 의아해질 때가 있다. 서로 상반되는 말을 하고 있어서다. 예를 들면 '아는 것이 힘이다'와 '모르는 것이 약이다'가 그렇다. 이 두 속담을 나란히 놓고 보면 그래서 아는 게 좋다는 건지 모르는 게 좋다는 건지 헷갈리기 시작한다. 재미있는 것은 두 속담이 정반대의 말을 하고 있는데도 어느 하나가 맞고 다른 하나가 틀리다고 할 수 없다는 점이다. 둘 다 맞는 말이다. 지식과 경험을 갖추면 살아가는 데에 힘이 된다. 또 너무 많이 알게 되면 괴로워질 때도 있다. 차라리 몰랐으면 좋았겠다고 바랄 때가.


이 두 속담이 서로 상충되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도, 우리는 둘 다 맞는 말이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고 있다. 왜냐하면 인생은 아주 많은 것들이 복잡하게 얽혀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또 모든 것은 상대적이기 때문이다. 어떤 상황에서는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속담이 옳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어떤 상황은 '모르는 것이 약이다'라는 속담과 맞물린다. 어떤 속담이 더 어울리는지는 내 앞에 놓인 상황에 달려 있다. 그래서 상황을 먼저 파악하고 그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 조언을 떠올려야 한다.


'교토삼굴(狡兎三窟)'과 '파부침주(破釜沈舟)'라는 고사성어도 그렇다. 전국시대 맹상군과 풍훤의 일화에서 유래된 '교토삼굴'은 꾀 많은 토끼는 달아날 구멍을 세 개는 파 놓는다는 뜻으로, 위기에 대비해 미리 준비해서 언제나 빠져나갈 길을 마련해 두어야 한다는 뜻이다. 반면 '파부침주'는 빠져나갈 길을 아예 막아 버리라는 정반대의 뜻을 담고 있다. '솥을 깨트리고 배를 가라앉힌다'는 뜻인데, 항우가 진나라의 대군을 상대로 전투를 치르기 전에 밥 짓는 솥을 모두 깨트려 버리고 돌아갈 배도 일부러 침몰시켜 버려서 병사들이 죽기 살기로 싸우게 만든 데에서 유래되었다. 


이 두 가지 고사성어는 성공하는 방법에 대해 정반대의 가르침을 주고 있다. 고사성어는 옛 사람들이 미리 실천해 보고 얻은 깨달음을 요약해 놓은 조언집이다. 그런데 이렇게 서로 상반되는 조언을 해 주고 있으니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다. 풍훤처럼 미리 위기에 대비해서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 놓아야 성공할까? 아니면 항우처럼 돌아갈 길을 막아 놓고 올인해야 성공할까?


이 경우도 역시 상황을 먼저 파악해야 하는 것 같다. 지금 내 상황에 어떤 결정이 더 어울릴지를 고민해 보는 거다. 최선을 다해 도전하되 실패할 때를 대비해서 잡을 동아줄을 좀 마련해 두어야 실패를 거듭하고도 끝내 성공할 수 있을 것 같은지, 아니면 '이게 아니면 안 된다'는 심정으로 죽기 살기로 덤벼야 성공할 수 있을 것 같은지를. 객관적으로 놓고 봤을 때 둘 중 어느 것이 더 낫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우선 내 상황에 적용을 한번 해 보아야 한다. 내가 바라는 것의 특징과 내 성격과 성향을 모두 고려해서 결정을 내리면 된다.


그래서 성공적인 삶을 살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덕목은 '정확하게 상황을 파악하는 능력'이 아닐까 싶다. 어떤 조언을, 어떤 마음가짐을 내가 취하고 택할 것인지를 판단하려면 상황을 먼저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이 때 현명한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정확한 상황 파악 능력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올바른 선택을, 내가 후회하지 않을 선택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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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4월 17일,

책상에 앉아서 주변의 인기척을 들으며.



*커버: Image by Joshua Sortino from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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