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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로 May 03. 2023

[D-243] 나의 영원한 수호천사

123번째 글

우리는 언제나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여 줄 사람을 구한다. 이건 인간의 가장 열렬한 본능 중 하나인 것 같다. 우리는 누군가에게서 완벽히 이해받고 싶어 한다. 누군가의 조건 없는 사랑을 받길 원하고, 그 어떠한 꾸밈도 없이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줄 수 있는 누군가가 나타나기를 열망한다. 말하지 않아도 완벽하게 소통할 수 있는 사람을, 나와 같은 방향으로 서고 같은 것을 보며 같은 생각을 할 수 있는 사람을 갈망한다. 무슨 일이 있어도 나를 떠나지 않을 수호천사 같은 존재가 나타나기를 꿈꾼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 제각각 다른 삶을 제각각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나만을 위해 만들어진 듯한 그런 사람을 찾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 사람은 전 우주를 통틀어서 단 한 명밖에 없기 때문이다. 바로 나 자신. 나 자신만이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다. 나 자신만이 나와 완벽하게 같은 곳을 바라보며 완벽하게 같은 생각을 할 수 있고, 나 자신만이 어떠한 오차도 없이 나를 온전히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다. 나는 나와 가장 오랜 시간을 함께해 온 존재이기 때문이다. 가장 어두운 날들부터 가장 환희에 찬 순간까지, 내 삶 전부를.


라민 카림루의 노래 'Constant Angel'은 힘든 시간을 겪고 있는 사람에게 건네는 위로 같은 노래다. 노래의 화자인 '나(I)'는 '너(you)'에게 이야기한다. 영원히 너의 천사가 되어 주겠다고. 힘겨울 때마다 네 영혼 속에서 언제나 나를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여러 가지로 해석될 수 있는 가사지만, 나는 언제나 이 노래에 나오는 '나'와 '너'가 동일인물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나 자신을 들여다보며 부르는 노래라고 말이다. 가장 힘든 시간을 보내는 동안에도 단 한순간도 나를 떠나지 않고 내 곁에 있어 주는 사람, 내 영혼에 가 닿으면 만날 수 있는 사람은 나 자신이 아닐 리 없으니까.


Don't lose your faith
Don't turn away
Everything that makes you who you are
Will not lead you astray

믿음을 잃지 마.
외면하지 마.
너를 너답게 만드는 모든 것들은
결코 너를 길 잃게 만들지 않을 테니.

When it gets cold
Too dark to see
Reach in your soul and find me there,
I'll always be your constant angel

추위가 찾아들고
어두워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땐
네 영혼에 다가가서 나를 찾아봐.
내가 언제나 네 영원한 천사가 되어 줄 거니까.

- Constant Angel 중에서.


나의 영원한 천사, 그 천사는 바로 나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여 줄 사람, 그 사람은 바로 나다. 나를 나답게 만드는 모든 것들은 결코 내가 길을 잃어버리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다. 다시 말해, 오직 나만이 나를 길 잃지 않게 만들 수 있다. 나다워지는 것만이.



/

2023년 5월 3일,

버스에 앉아서 덜컹이는 소리를 들으며.



*커버: Image by Marc-Olivier Jodoin from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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