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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로 Jun 19. 2023

[D-196] 리듬을 되찾아야 한다

170번째 글

리듬을 다시 찾아야 한다. 어제 그렇게 결심하며 잠들었고 오늘 그렇게 다짐하며 일어났다. 다시 내 평범한 하루로 복귀해야겠다고, 일상의 리듬과 생활 패턴을 되찾아야겠다고 말이다.


지난 수요일, 할머니께서 돌아가신 이후로 나는 그동안 유지해 왔던 리듬과 전혀 다른 하루를 보내 왔다. 평소라면 아침에 일어나서 운동을 하고 회사에 갔다가 저녁에 퇴근하는 하루를 보냈을 것이다. 수요일 아침까지만 해도 그런 하루로 아침을 시작했다. 하지만 그날 오전 할머니께서 임종하셨다는 연락을 받은 이후로 하루의 패턴은 완전히 달라졌다. 수요일은 장례식장에 있다가 늦은 밤에 집으로 돌아왔고, 목요일에는 새벽에 일어나서 바로 장례식장으로 향하고 하루종일 그곳에 있다가 밤늦게 집에 돌아와서 잠드는 하루를 보냈고, 금요일에는 장례식장에서 화장장으로, 화장장에서 납골당으로 이동한 뒤 저녁에 집으로 돌아와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토요일은 내내 집에서 쉬었지만 이런저런 뒷정리들을 하느라 또 정신이 없었다. 일요일은 삼우제 때문에 새벽 5시 즈음에 일어나서 성당과 납골당을 오갔었고.


불평을 하려는 것은 아니다.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갑작스러운 상황은 누구도 예상할 수 없고,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다. 지난 며칠간 나는 평소와 다르지만 평소처럼 충실하게 하루를 보냈다. 하지만 이제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야 한다. 오늘부터는 출근을 해야 하고, 밀린 일을 해야 하고, 나를 둘러싼 관계들 속에서 내 역할을 해내야 하니까. 그러기 위해서는 빨리 일상을 회복해야 한다. 집중력을 되찾아야 한다. 쌓인 피로를 빨리 날려 보내야 한다. 제때 밥을 먹고 제때 잠을 자야 한다. 며칠간 거른 운동도 다시 시작해야 한다.


일상의 리듬을 다시 찾아야 한다. 나는 오늘을 살아야 하니까. 어쩌면 내일도.



/
2023년 6월 19일,
버스에 앉아서 라디오 소리를 들으며.



*커버: Image by Laurynas Mereckas from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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