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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로 Jul 24. 2023

[D-161] 매일매일 놀 수 있다면

205번째 글

오늘은 월요일, 새로운 한 주의 시작이다. 언제나처럼 주말은 짧고 월요일은 늘 운명처럼 닥쳐온다. 회사 일이 안 맞는 것도 아니고 팀원들과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도 월요일 아침이 되면 늘 '회사를 가기 싫다'거나 '주말이 조금만 더 길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인지 월요일 아침은 다른 날보다 더 피곤하고 더 고단하다.


하지만 오늘은 그렇지 않다. 오늘은 연차를 냈기 때문이다. 어제 나는 몇 달 전부터 예약해 둔 리조트에 가서 쉬기 위해 기차에 몸을 실었다. 그리고 어제 리조트에 가서 편안히 쉬면서 실컷 놀았다. 그림도 그리고, 영화도 보고, 요가도 하고, 맛있는 음식도 먹으면서. 그래서 오늘은 월요일 아침인데도 피로나 짜증이 없다. 오히려 즐거운 기분이 든다. 오늘도 '놀면서'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 아침에 기분 좋게 일어나서 푹신한 침대에서 뒹굴거리며 오늘 뭘 하면서 놀지를 고민하다가, 매일 아침마다 오늘 같은 생각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매일매일이 쉬는 날, 노는 날이었으면 좋겠다고, 아침에 일어나면 아무런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그냥 '오늘 뭐 하고 놀지?'만 고민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이다.


매일매일이 주말이라면 주말은 아무 의미 없어지고, 매일매일 놀 수 있다면 더 이상은 노는 것이 재밌지 않을 것이라고 사람들은 이야기한다. 주말이 즐거운 이유는 주중이 있기 때문이고, 노는 일이 재밌는 이유는 그게 특별한 일이기 때문이라고. 나도 어느 정도는 이 말에 공감하는 편이다. 우리가 무언가를 특별하다고 생각하기 위해서는 특별하지 않은 평범한 일들이 있어야 한다. 내가 오늘 아침 늘어져라 누워서 기지개를 켜며 느꼈던 행복은 내가 직장인이 아니었다면 겪지 못했을 행복인 것처럼.


하지만 또 이런 생각도 든다. 우리가 겪을 수 있는 경험과 할 수 있는 놀이는 정말 무궁무진한데, 과연 매일 논다고 해서 지루할까? 예를 들어 나는 공연을 보는 것을 정말 좋아하는데, 매일 공연을 본다고 해서 그게 지루해질 것 같지는 않다. 매일 같은 공연을 본다면 지루해질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매일 다른 공연을 본다면 공연 관람 자체가 지루해지기까지는 꽤나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다. 또 내가 좋아하는 수많은 것들을 하나씩 돌아가면서 한다면 절대 지루해지지 않을 것 같다. 오늘은 훌쩍 발리로 여행을 떠나고, 발리의 풍경이 익숙해질 때쯤 뉴욕으로 가서 브로드웨이에 올라온 모든 공연을 한 번씩 관람하고, 한국으로 돌아와 매일 영화를 보고, 몸이 근질근질하다 싶으면 평소에 배워보고 싶었던 스포츠나 악기 레슨을 시작해 보고, 가족들이나 친구들과 수다를 떨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다니고……. 무언가 한 가지 놀이가 지겨워질 때쯤 다른 놀이를 하면 영원히 놀면서도 영원히 지루하지 않게 재밌는 인생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누군가 이 가설을 실험해 보기 위해서 내게 금전적인 지원을 해 주었으면 좋겠다. 이런 실험이라면 정말 열심히 참여해서 잘할 자신이 있는데.



/

2023년 7월 24일,

침대에 기대앉아서 내 숨소리 들으며.



*커버: Image by Yuliya Pankevich from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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