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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로 Aug 12. 2023

[D-142] 남의 시선을 의식하는 일

224번째 글

나는 다른 사람의 시선을 많이 의식하는 편이다. 내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보일지, 내 말과 내 태도와 내 외모와 내 목소리와 내 차림새를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평소에 이런 것들을 늘 염두에 둔다. 사람들은 나를 평가할 것이라는 전제를 늘 깔아 두고 거기에 맞춰서 나 자신을 검열한 다음에 내 모습을 밖으로 내보내는 듯한 느낌이다. 그러니까 간단히 말하면 나는 눈치를 많이 보는 사람이다.


그런데 살면서 내가 깨달은 것 중 하나는 사람들은 의외로 내게 별로 관심이 없다는 뜻이다. 사람들은 내 일거수일투족을 모두 평가할 만큼 내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그들은 자기 자신을 생각하고 자기 자신에 집중하느라 내게 신경 쓰지 않는다. 나는 지하철을 탈 때면 지하철에 탄 모든 사람들이 나를 쳐다보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종종 하고 그들의 시선을 의식하는데, 사실 그들은 핸드폰을 보거나 이어폰을 꽂거나 다른 생각에 잠겨 있는 경우가 많다. 내가 지나가는지도 알아채지 못할 만큼 내가 아닌 다른 것들에 집중하고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생각보다 사람들은 내게 관심이 없고, 나도 생각보다 다른 사람들에게 관심이 없다.


그런데 그렇게 생각하면서 마음을 놓고 살다 보면, 어느 순간 또 이런 깨달음이 찾아온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에게 정말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는 것이다. 나에 대해서 사람들은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 관찰하고 평가하기도 한다. 예전에 어떤 사람이 내게 '눈썹 앞머리를 더 도톰하게 그려라'라고 조언해 준 적이 있다. 나와 두세 번밖에는 만나지 않았고 그마저도 개인적인 일로 만난 게 아니라 무슨 일 때문에 잠깐 마주쳤던 사람이었는데도, 이 사람은 내 눈썹 앞머리가 어떤지까지 관찰했던 것이다. 그 정도로 내게 관심이 많았던 것이다. 이 관심을 감사하게 받아들여야 할지 아니면 불편하게 받아들여야 할지 당시의 나는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사람들은 평가하고 지적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도움을 주기 위해서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갖기도 한다. 내 도움이 필요한 사람은 없는지, 상대방은 지금 편안한지, 내가 더 해줄 수 있는 일은 없는지, 섬세하게 살피고 관심을 갖고 지켜보기도 한다. 그래서 이런 관심은 협력과 화합과 배려로 이어지기도 한다.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많이 갖는 행동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뜻이다.


인생은 이렇게, 사람들이 내게 생각보다 별로 관심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과, 사람들은 생각보다 남의 일에 관심을 가지기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의 반복인 것 같다. 나 역시도 나 자신에게만 관심을 집중하기도 했다가, 또 어느 순간 다른 사람들을 끊임없이 둘러보고 훑어보고 있게 되기도 한다. 이 관심과 무관심 사이에서 무례하지 않을 정도로만, 나를 괴롭히지 않을 정도로만 균형을 잡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적당히 남의 시선을 의식하고, 적당히 내 방식대로 밀고 나가는 태도가 말이다.



/

2023년 8월 12일,

소파에 앉아서 에어프라이어가 돌아가는 소리를 들으며.



*커버: Image by Amel Majanovic from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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