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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로 Aug 14. 2023

[D-140] 나 자신을 속인다는 것

226번째 글

이번 주말 동안, 나는 거의 하루도 빼먹지 않고 계속하던 운동을 전혀 하지 않았다. 무려 이틀이나 운동을 쉬었다. 가벼운 스트레칭조차도 거의 하지 않았다. 이틀 전인 지난 금요일에 맞은 예방접종 주사 때문이다. 주사를 맞은 팔에 근육통처럼 뻐근한 통증이 있었고, 식은땀과 열감 등 몸살 기운도 좀 올라와서 주말 동안은 운동을 거르고 쉬었다. 몸도 아프고 이참에 지난주에 쌓인 피로를 다 날려 버려야겠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래서 지난 이틀을 나는 그냥 침대에 누워서 보냈다.


그렇게 운동도 거르고 누워 지낸 탓일까? 오늘 아침 컨디션이 그다지 좋지 않다. 단 이틀간만 운동을 걸렀을 뿐인데도 곧바로 몸에 티가 난다. 다리는 평소보다 더 많이 부었고, 등은 뻣뻣하고, 몸이 무거운 느낌이다. 스트레칭을 안 해서 그런지 발바닥 통증도 심해졌다. 내 몸은 정말 솔직하다. 온몸이 내가 이틀 동안 운동을 하지 않았다고 말해 주고 있다. 겉으로는 전혀 티가 안 날지 몰라도 내게는 선명하게 느껴진다.


나 자신을 속이는 일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다른 사람은 속일 수 있어도 나 자신을 속이기란 쉽지 않다. 지금 내가 다른 사람에게 "나는 주말 동안 운동을 정말 열심히 했어."라거나, 더 구체적으로 "나는 하루에 한 시간 반씩 사이클을 타면서 유산소 운동을 하고, 아침저녁으로는 스트레칭을 했어."라고 거짓말을 한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믿을 것이다. 내가 그렇게 말하면 그러려니 할 것이다. 심지어는 헬스장에 가서 내 PT 선생님에게 거짓말을 할 수도 있다. 운동을 열심히 했다고, 지금 몸이 굳은 건 운동을 너무 많이 해서 그런 거라고 변명을 해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거짓말들로는 남을 속이는 것만 가능할 뿐이다. 나 자신을 이렇게 속일 수는 없다. 나는 이미 이 말을 하는 순간부터 거짓말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 자신을 속이려면 조금 더 깊이 들어가야 한다. 이 말은 거짓말이 아니라고 믿어야 할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서 내가 거짓말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처음부터 차단해야만 한다.


이렇게 나 자신을 속이는 데에는 엄청난 노력과 정성이 필요하다. 정말 독한 마음을 먹어야만 나 자신을 속일 수가 있는 거다. 그리고 조금만 틈이 생기면 내가 거짓말이라는 걸 알아챌 수 있을 것이기 때문에 아주 철저히 속여야만 한다. 의심조차 하지 않을 수 있을 만큼 아주 깊은 무의식에서부터 가벼운 잡념까지를 모두 통제해야만 한다.


나를 속이겠다는 결심. 나를 속이기 위해 해야 하는 일들. 나 자신을 속인다는 것. 생각만 해도 정말 불필요하고 귀찮은 일이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일. 괜히 이런 데에 힘을 뺄 필요는 없는 일. 그러니까 처음부터 내게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게 낫다.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는 거짓말을 한다고 해도, 적어도 나 자신에게는 솔직해지는 게 훨씬 더 편하고 쉬운 삶을 살아가는 방식이다.



/

2023년 8월 14일,

버스에 앉아서 덜컹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커버: Image by Oxana Lyashenko from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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