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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로 Nov 04. 2023

[D-58] Take 보다는 Give

308번째 글

인생은 기브 앤 테이크(give and take)의 연속이라고 한다. 주는 게 있어야 받는 게 있고, 받는 게 있다면 꼭 주는 것도 있어야 한다고. 내 인생에 주어지는 것들에는 대가를 치러야 하고, 내가 치른 대가에 대해서는 충분한 보상이 꼭 필요하다고 말이다.


그동안 나는 이 기브 앤 테이크에서 'take' 측면에 더 집중했었다. 내가 이 삶을 살면서 과연 어떤 것들을 얻어갈 수 있는지를 늘 고민했었던 거다. 어떤 기회가 주어진다면, 나는 그 기회를 내 것으로 만들기 전에 내가 그 기회를 통해서 무엇을 얻어 갈 수 있는지, 무엇을 배우고 무엇을 내 인생에 추가할 수 있는지를 고민했다. 직장에서 내게 업무가 주어질 때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그 일을 해서 얻을 것이 무엇인지를 먼저 생각했었다. 무슨 경험을 할 수 있는지 무슨 능력을 쌓을 수 있는지 내 이력에 무엇을 추가할 수 있는지를. 나는 그런 것들을 기준으로 무언가를 할지 말지를 결정하곤 했다.


그런데 이제는 'take'보다는 'give'에 집중한다. 내가 무엇을 얻어갈지보다 내가 무엇을 줄 수 있는지를 먼저 생각하게 된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그렇게 기회와 경험, 새로운 일을 대한 태도가 바뀌었다. 내가 이 일이 이루어지는 데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나는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고 그 능력이 이 일에 어떻게 쓰일 수 있는지, 내가 갖고 있는 것들을 어떻게 사용하고 나누어야 할지를 고민하게 되었다. 내가 가져갈 수 있는 몫을 셈해 보는 것이 아니라. 또 만약 내가 이 일에서 줄 수 있는 부분이 거의 없다면, 여기서 배워 갈 수 있을 거라는 마음으로 새로운 것들을 대하게 되었다.


재미있는 부분은 이렇게 태도가 바뀌고 나자 얻어가는 것들이 더 많아졌다는 점이다. 내가 무엇을 얻어 갈 것인지를 덜 생각하게 되자 더 많은 것들을 얻어갈 수 있게 되었다고나 할까. 아이러니하지만 더 많이 주려고 할수록 내가 받는 것이 많아졌다. 주는 것에 대해 더 생각하게 되면서 오히려 더 많이 가져가게 되었다.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보았는데, 아마 이 두 가지 이유 때문인 것 같다. 첫 번째는 바로 자기 객관화를 충분히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줄 수 있는 것들에 대해서 먼저 생각하니까 내가 어떤 자질, 어떤 능력, 어떤 경험치를 갖고 있는지를 더 심도 있게 파악할 수 있었다. 그러고 나서 그 일을 할지 말지를 결정하기 때문에 내게 맞는 일을 더 잘 찾을 수 있고, 더 많은 것을 얻어갈 수 있는 것이다. 또 두 번째는 내가 더 적극적인 태도로 임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내가 받아갈 것을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수동적인 태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이 일의 결과로 내가 얻는 것을 생각하게 되니까. 그런데 내가 줄 것을 생각하면 더 적극적이고 더 능동적으로 참여하게 된다. 내가 해줄 수 있는 포인트들도 계속 고민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 결과적으로 내가 배우고 얻어갈 수 있는 것들이 더 많아지고 더 풍부해지게 된 것이다.


인생은 어느 정도는 기브 앤 테이크의 법칙대로 돌아간다. 그걸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싶은 마음도 없다. 하지만 give and give를 하면 take할 수 있는 것들이 더 많아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누고 나눌수록 내가 얻어가는 부분도 커진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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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1월 4일,
자동차 뒷좌석에 앉아 가야금 연주곡을 들으며.



*커버: Image by jessie daniella from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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