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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로 Jan 30. 2023

[D-336] 단 한 가지 이유만 있다면

30번째 글

나는 주로 아침에 운동을 하는 편이다. 아침잠이 없어서 일찍 일어나는 편인 데다가, 아침에 운동을 하면 몸이 좀 풀어진 느낌이 들어서 개운하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주말은 이틀 내내 아침 운동을 하지 못했다. 토요일은 가벼운 스트레칭만 했고 일요일은 그것마저도 아예 안 했다. 이렇게 운동을 거른 데에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다. 그냥, 이틀 다 평소보다 늦게 일어나서 내 루틴이 깨졌고, 주말에 하려고 계획한 일들이 많아서 그걸 하다 보니 운동을 빼먹게 되었을 뿐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 아침에는 반드시 운동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이틀이나 운동을 걸렀더니 다리도 좀 부은 것 같고, 몸도 좀 굳은 것 같아서. 뭐 대단한 운동을 하는 건 아니고 30분 정도 사이클을 타는 것뿐이니까 충분히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늦잠만 자지 않는다면 말이다. 그리고 오늘 아침 일찍 일어나는 데에 성공했다. 그래서 나는 내가 운동을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나는 오늘 아침 운동을 하지 못했다. 아니, 하지 '않았다'라고 하는 게 더 정확할 거다. 오늘 아침에 일어나자 월요일이라는 사실에 피로와 짜증이 몰려왔고, 자꾸만 눈이 감기고 너무 피곤해서 운동을 하고 싶지 않았다. 운동을 하면 더 피곤해져서 출근한 후 오전 시간을 더 힘들게 보낼 것 같다는 생각만 들었다. 운동을 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수백 가지 떠올랐다. 그래서 나는 운동을 거르고 그냥 샤워를 하러 들어갔다. 그리고 지금, 나는 이 결정을 아주 후회하고 있다. 다리와 목이 뻣뻣하게 굳은 것처럼 약간 아파 와서다. 만약 오늘 아침에 운동을 했다면, 유산소 운동은 거르더라도 가벼운 스트레칭이라도 했다면, 몸이 풀려서 이렇게 뻣뻣한 기분은 안 느꼈을 텐데.


예전에 운동과 관련해서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 일을 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100가지가 있더라도, 그 일을 해야 하는 이유가 단 한 가지라도 있다면, 그 일을 해라."라는 말이다. 자신의 스포츠웨어 브랜드를 런칭한 배우 라민 카림루가 온라인 레슨에서 이 말을 했었다. 나는 이 말을 되새기면서 하기 싫은 운동이더라도 거의 매일같이 조금씩은 하는 습관을 들일 수 있었다.


오늘 아침에 이 말을 떠올렸다면 운동을 했을 텐데 그러지 못했다. 운동을 하지 말아야 할 100가지 이유를 생각했을 뿐, 운동을 해야 하는 한 가지 이유가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 어쩌면 이미 알고 있었는데도 모르는 척했을 수도 있다. 운동을 하기 싫어서. 사실 운동을 해야 하는 이유는 많았는데 말이다. 오늘을 개운하게 시작하기 위해서라는 이유, 어젯밤 나와 약속을 했다는 이유, 꾸준히 운동을 하고 싶다는 이유, 건강상의 이유…. 생각해 보면 이런 많은 이유들이 있었는데.


내가 지금 운동을 해야 한다면 그냥 운동을 하면 된다. 아무 생각도 고민도 하지 말고 일단 매트 위에 앉으면 되고, 사이클 위에 앉으면 된다. 운동을 해야 하는 단 한 가지 이유라도 있다면.


오늘 저녁에는 집에 가서 꼭 아침에 못 한 운동을 할 것이다. 내게는 운동을 해야 할 이유가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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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월 30일,

출근하는 버스에 앉아서 바람과 바퀴 소리를 들으며.



*커버: Image by Jonas Fehre from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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