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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로 Jan 31. 2023

[D-335] 스스로를 칭찬해 주기

31번째 글

한 달 전, 1월 1일, 나는 나와 화해하기로 결심했고, 올해 365일 동안 매일 짧은 글을 한 편씩 쓰며 나의 화해 과정을 기록하기로 결심했다. (글 보러가기) 그렇게 글쓰기 챌린지를 하나 시작하게 되었다. 그리고 며칠 뒤인 1월 4일, 작은 목표를 세우는 것에 대한 글을 썼었다. (글 보러가기) 거창하게 1년을 기준으로 목표를 설정하기보다는 하루 단위로 365개의 작은 목표를 이루고, 일주일 단위로 52개의 약간 더 큰 목표를 이루고, 한 달 단위로 12개의 중간 목표를 이루고, 분기 단위로 4개의 큰 목표를 이루고, 그렇게 1개의 최종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말이다.


그리고 오늘은 내가 이 글쓰기 챌린지를 시작한 지 꼭 한 달이 되는 날이다. 나는 지금까지 30개의 작은 목표를 이루었고, 4개의 더 큰 목표를 이루었다. 그리고 오늘 이 글을 통해서 1개의 중간 목표를 이루게 된다.


벌써 일 년의 12분의 1이 지났다니, 정말 믿기지가 않는다. 내 최종 목표의 12분의 1을 벌써 해냈다. 매일매일 하루도 빼놓지 않고 조금씩 글을 쓰는 것을 성공했다. 아직 이 글쓰기가 나와의 '화해'에 얼마나 효과가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내가 잘 해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렇다, 나는 나 자신을 칭찬해 주는 중이다. 원래 나는 칭찬을 받는 것을 잘 못한다. 누군가 내게 짧은 칭찬을 건네기라도 하면 바로 얼굴이 새빨개지고 말을 더듬는다. 그리고 손을 내저으며 그 칭찬을 부정한다. "에이, 아니에요." "아 진짜요? 그런 말 처음 들어 봐요." 같은 식으로. 부정하기만 하는 건 그래도 괜찮은 편이다. 단지 겸손한 거라고 생각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나는 칭찬을 들으면 나 자신을 스스로 깎아내리는 나쁜 습관까지 있다. 누군가 내게 "정말 꼼꼼하시네요."라고 한다면 나는 아마 "아, 제가 쓸데없는 데에 신경을 많이 쓰는 타입이라 그래요."라는 대답을 하고 말 것이다. 칭찬을 잘 받아들이지 못해서.


하지만 칭찬을 잘하는 것만큼이나 칭찬을 잘 받는 것도 중요한 것 같다. 칭찬을 잘 받는 것은 자존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내가 나를 잘 알고 나를 스스로 인정해 준다면 내게 주어진 칭찬을 당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자존감이 낮으면 그럴 수가 없다. 내가 나를 인정해주지 않기 때문에 누군가 나를 칭찬해 주는 것을 못 견디는 것이다. 그래서 나를 깎아내리고 헐뜯고 폄하해야만 성이 찬다. 이런 내 태도가 누군가에게 '겸손'해 보일 수는 있어도 건강하지는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칭찬을 잘 받아들이기 위해서 노력 중이다. 내가 지난 한 달 동안 적은, 그리고 앞으로 남은 열한 달 동안 적게 될 이 '화해 일기'가 나 스스로에게 조금 더 너그러워지고자 하는 시도의 일부인 것처럼, 칭찬을 잘 받아들이는 연습을 하는 것도 이 시도의 일부다.


이 '칭찬 잘 받기' 연습은 그래도 성과가 좀 있는 것 같다. 지난주에 있었던 일만 봐도 그렇다. 지난주 금요일, 회사에서 "문서 정리를 정말 깔끔하게 잘하시네요"라는 칭찬을 들었다. 이 때도 늘 그랬듯이 칭찬을 부정하거나 나를 헐뜯는 말이 목 끝까지 올라왔다. 하지만 나는 "아니에요."나 "제가 평소에 정신이 없어서 글로 이렇게 정리해 놓지 않으면 이해를 못 해서요."라고 말하는 대신 그냥 "아, 감사합니다."라고 대답했다. 사실 칭찬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이렇게 아주 간단한 일이었다. 누군가 칭찬을 해 주면 그냥 고맙다는 말을 하고 끝내면 되는 거다. 그 외에 부정이나 자기 비하를 추가할 필요는 없다. 내가 나 자신에게 칭찬을 할 때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무언가 잘했다고 느껴지는 일이 생기면 그냥 나를 칭찬해 주면 되고, 스스로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면 된다.


그래서 오늘은 나를 칭찬해주고 싶다. 잘했다고, 수고했다고, 고맙다고, 그리고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고.



/

2023년 1월 31일,

침대에 엎드려서 유튜브로 노래를 들으며.



*커버: Image by Guillermo Latorre from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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