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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로 Feb 12. 2023

[D-323] 누구나 원하는 것을 가질 수는 없다

43번째 글

모든 사람이 자신이 원하는 모든 것을 다 가질 수는 없다. 이 점은 인류 역사 초반부터 지금까지 변하지 않는 진리이다. 우리는 언제나 선택의 갈림길에 놓이게 된다.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 우리는 다른 무언가를 포기해야만 한다. 어떤 소원은 아무리 간절하더라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누군가는 꿈을 이루지만 다른 누군가는 꿈을 이루지 못한다.


왜 우리는 이렇게 설계된 세상에서 살아가야 하는 걸까? 왜 모두가 모든 걸 가질 수는 없는 걸까?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소원을 빌기만 해도 다 이루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영화 <브루스 올마이티>에서는 이런 장면이 나온다. 갑자기 신의 전지전능한 권능을 갖게 된 평범한 사람인 주인공 브루스에게 사람들의 기도가 끊임없이 들려오게 된다. 브루스는 이 많고 많은 기도들을 다 확인하고 답해 주기 힘들어서, 그냥 모든 소원을 다 들어주기로 한다. 그는 이메일처럼 정리해 놓은 소원들에 전부 'Yes'라고 일괄적으로 대답해 버린다. 그러자 몇십만 명의 사람들이 로또 1등에 당첨되고, 이 일 때문에 폭동까지 일어나서 마을 전체가 아수라장이 되고 만다. 모두가 소원을 이루었는데도 전혀 행복하지 않은 상태가 된 것이다.


생각해 보면 무언가를 원하는 행위의 핵심은 그것이 누구나 가질 수 없는 것이라는 데에 있는 것 같다. 우리는 모두 특별하고 희귀한 가치를 원한다. 다른 사람들이 갖지 못하는 것을 '나만' 가질 수 있기를. 내가 로또 1등에 당첨되기 위해서는 로또를 산 다른 사람들은 모두 당첨되지 않아야 한다. 내가 시험에 합격하기 위해서는 어떤 사람들은 떨어져야 한다. 내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다른 사람들은 실패하거나, 나보다 못한 성공을 거두어야만 한다. 우리는 슬프게도 이런 것들을 원하는 성향을 타고났다. 독점적이고 제한적이고 한정되어 있는 것들을 말이다.


그래서 누구나 원하는 것을 가질 수는 없다. 누구나 꿈을 이룰 수 없고, 누구나 모든 것을 가질 수는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노력할 수 있다. 여기가 우리의 인생이 아름다워지는 지점인 것 같다. 이루어지지 않을 꿈일 수도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꿈을 꾸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는 것. 누구나 원하는 것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계속해서 노력할 수 있다는 것. 나누어 가지기 어려운 것들을 갈망한다는 점이 인간의 슬픈 점이라면, 좋은 결말이 보장되어 있지 않는데도 그것을 갈망하기를 멈추지 않는다는 점이 인간의 대단한 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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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2월 12일,

TV 앞에 앉아서 여행 다큐멘터리 소리를 들으며.



*커버: Image by invisiblepower from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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