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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로 Feb 27. 2023

[D-308] 나만의 목표와 작은 성취

58번째 글

나는 2023년 1월 1일부터 매일 한 편씩 에세이를 쓰기로 결심했다. 나 자신과 화해하기 위해서라는 이유를 붙여서. 그렇게 매일 글쓰기를 하고 있고 매일 화해를 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결심한 대로 잘 해내고 있는 중이다.


이 작은 프로젝트는 어느새 나만의 목표가 되었다. 처음에 이 프로젝트를 시작했을 때까지만 해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처음에는 단지 나에 대해서 더 깊이 생각하고, 생각한 내용을 글로 적어 보면서 마음을 정리해 보겠다는 취지로 시작한 프로젝트였다. 그 과정에서 나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더 너그러워지고, 꽁꽁 싸매서 짊어졌던 무게를 조금이라도 내려놓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가지고. 그런데 이제 이 프로젝트는 그런 의미를 넘어서서, 내가 나를 위해서 들이는 시간과 노력을 의미하게 되었다. 온전히 나 자신만을 위해서 하는 일 말이다.


살면서 우리는 다양한 목표를 가지게 된다. 그런데 우리가 생각하는 목표의 대부분은 사회적인 나를 위한 것이다. 예를 들면 "시험에서 1등을 해야지", "오늘 내 몫으로 주어진 업무를 다 끝내야지.", "직장에서의 성공을 위해서 새로운 기술을 익혀야지.", "영어회화 공부를 해야지." 같은 것들. 아니면 관계 속에서의 나를 위한 것일 수도 있다. "착한 딸이 되어야지."라던가 "좋은 부모가 되어서 아이를 잘 키워야지.", "믿을 수 있는 친구가 되어야지."처럼 말이다. 우리는 보통 이런 목표들을 성취하기 위해 달려 나간다.


하지만 이렇게 나를 둘러싼 관계나 사회가 내게 부여해 준 역할이 존재하기 이전에 그냥 '나'가 먼저 존재한다. 누군가의 딸, 누군가의 가족이나 친구, 어떤 직장의 근로자, 대한민국의 국민이기 이전에 나는 그냥 '나'이다. 이런 본질적인 '나'를 위한 목표를 세우는 것을 우리는 때로 잊어버린다. 사는 것이 너무 바빠서 그럴 수도 있고 인간이 원래 사회적 동물이라 그럴 수도 있다. 이유가 뭐가 됐건, 우리는 스스로의 내면을 들여다볼 생각을 잘 하지 못한다. 그래서 수많은 목표를 세우고 수많은 목표를 달성하면서도 오직 나만을 위한 목표는 미처 생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하지만 나만의 목표를 갖는다는 것은 정말 중요한 일이다. 사회 속에서 나에게 주어진 역할과 무관하게 오직 '나'라는 개인을 위해서 세우는 목표가 있다는 것. 내가 나를 '나'로서 온전히 인식하는 순간이 있다는 것. 이런 것들은 나를 나 자신으로 존재하게 만들어 준다. 내가 길을 잃지 않을 수 있도록 해 주고 나를 붙잡아준다. 이런 나만의 목표는 내가 나 자신에게 신경을 쓸 수 있도록 해 주고, 그 목표를 이뤄내면서 얻는 성취는 나를 기쁘게 하고 나 자신을 더 사랑할 수 있도록 해 준다.


그래서 누군가 내게 2023년에 가장 잘한 일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나는 망설임 없이 '매일 글쓰기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아직 2월밖에는 되지 않았고 2023년을 58일밖에는 살지 않았지만 곧장 그렇게 대답할 수 있다. 왜냐하면 이 글쓰기가 나를 꼭 붙잡아 지상에 발을 붙일 수 있도록 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

2023년 2월 27일,

버스에 앉아서 창문 밖의 바람 소리를 들으며.



*커버: Image by StockSnap from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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