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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로 Mar 16. 2023

[D-291] 한 끗 차이

75번째 글

세상 모든 것은 동전처럼 양면이 있다. 좋은 것이라고 해서 꼭 좋기만 한 것은 아니고, 나쁜 것이라고 해서 꼭 나쁘기만 한 것도 아니다. 관점을 살짝 바꿔서 보면 좋다고만 생각했던 일에서도 부정적인 부분들을 발견하게 되고, 나쁜 줄만 알았던 일에서 긍정적인 면을 보게 되기도 한다.


그래서 좋은 일이 나쁜 일이 되는 것, 또 반대로 나쁜 일이 좋은 일이 되는 것은 딱 한 끗 차이다. 딱 한 끗 차이로 소신 있는 발언이 불쾌한 발언이 되기도 하고, 딱 한 끗 차이로 사려 깊은 행동이 불편해지기도 한다.


예를 들어서 어떤 사람이 '나는 가진 것이 더 많고, 운 좋게 더 많은 것들을 누릴 수 있었으니, 내가 가진 것을 다른 사람을 위해 써야 한다.'라고 생각한다면, 이 사람을 봉사 정신이 뛰어나고 베풀 줄 알고 겸손하다고 평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자칫 잘못하면 이런 생각은 선민의식에 젖은 오만하고 불쾌한 생각이 되기도 한다. 딱 한 끗 차이로 말이다.


그래서 어떤 생각을 할 때는, 어떤 말과 행동을 할 때는, 내가 지금 하려고 하는 이 생각과 말과 행동이 과연 어떻게 여겨질 수 있을 것인지를 고민하는 일이 필요한 것 같다. 아무리 내가 선의로 하는 행동이어도 한 끗 차이로 다른 누군가에게는 무례하게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 발짝 떨어져서 나를 바라보는 과정을 꼭 거쳐야 하는 것 같다. 이건 나의 모든 생각과 말과 행동을 검열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불의를 보고도 비겁하게 침묵하라는 뜻이 아니며, 힘과 특권을 가진 사람들이 기분 나쁠지도 모르니 말을 가려서 하라는 뜻은 더더욱 아니다. 이 고민은 약자를 위해 이루어져야 한다. 내 경솔한 생각과 말과 행동으로 인해 상처를 받고 타격을 입을 사람들을 위해서 말이다. 그들을 위해서, 그리고 나 자신을 위해서, 나는 내가 과연 이 생각과 말과 행동을 올바른 의도를 갖고 올바르게 하고 있는지를 이따금씩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내가 바른말을 하려고 하는 의도가 문제를 지적하고 개선하려고 노력하기 위해서인지, 아니면 '내가 이렇게나 깨어 있는 사람이다'라는 사실을 과시하고 싶어서인지 그 의도를 한 번씩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또 내가 누군가를 비판하는 의도가 그 사람의 잘못된 행동에 'No'라고 말하고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서인지, 아니면 그저 화풀이를 하며 감정을 쏟아내고 싶어서인지를 잠깐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나의 의도가 올바르지 못하다면 그 부분을 고쳐나갈 필요가 있다. 또 의도가 올바르더라도 방식이 잘못되지는 않았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한 끗 차이로 모든 것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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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3월 16일,

지하철역에 앉아서 열차가 오기를 기다리며.



*커버: Image by Siora Photography from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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