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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로 Mar 28. 2023

[D-279] 에세이를 쓰다 보니 소설이 쓰고 싶어

87번째 글

요새 하루에 하나씩 짧은 에세이를 쓰고 있다. 올해 1년간 챌린지 형식으로 1일 1에세이에 도전해 보기로 결심했기 때문이다. 나에 대해서 글을 쓰면서 스스로를 조금 더 알아가고, 결과적으로 나에게 조금 더 너그러워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시작한 챌린지다. 그리고 2023년이 시작된 지 87일째인 오늘, 나는 87번째의 에세이를 쓰고 있다.


이렇게 매일 글을 쓰다 보니 요즘 부쩍 소설이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뭔가 다른 형식의 글을 쓰고 싶다. 에세이에 질려버렸다거나 에세이를 쓰는 것이 지루하다거나 재미없다는 것은 아니다. 아주 즐겁게 에세이를 쓰고 있다. 하지만 에세이는 나에 대한 글이기 때문에 소재가 나와 내 머릿속에 든 생각, 나의 일상뿐이다. 이미 만들어져 있는 세계, 이미 내가 살고 있는 익숙한 세계에 대한 글이다. 최대한 진솔하게 적어 보려고 하다 보니 새롭게 만들어낼 수 있는 부분들이 한정적이다. 원래 그러려고 시작한 챌린지이기는 하지만, 87일째 나를 거듭 들여다보고 나의 이야기를 계속 쓰다 보니 처음부터 끝까지 내가 만들어내는 세계를 창작하고 싶은 욕구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그래서 오랜만에 소설이 쓰고 싶다.


만약 내가 매일매일 소설을 조금씩 이어서 써 나가는 챌린지를 했다면 아마 나는 에세이를 쓰고 싶어 했을 것이다. 인간은 만족을 모르는 생물이라 욕심이 끝이 없고 늘 가지지 못한 것을 바란다고 했던가. 몇 년 전 내가 소설을 쓰는 것에 한참 열중하고 있을 때는 글의 내용이 모두 내가 꾸며낸 '가짜' 세계처럼 느껴져서, 소설을 쓰며 즐거워하면서도 진심을 담은 에세이를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정작 지금처럼 에세이를 매일같이 쓰게 되자 이제는 소설이 쓰고 싶다. 그 '가짜' 세계를 만드는 경험을 그리워하게 되었다.


그래서 요즘 시간이 될 때마다 조금씩 세계를 구성해 나가는 중이다. 본격적으로 소설 쓰기를 다시 시작하려는 것은 아니고 그냥 내 안에 있는 창작욕을 적당히 만족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가볍게 생각해 보고 있다. 이러다 보면 또 본격적으로 소설에 몰입하게 되는 때가 올지도 모르고, 잠시 흥미를 잃고 다시 에세이에 열중하게 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내가 원하는 것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누가 시켜서 하는 글쓰기가 아니니까. 내가 좋아서 하는 글쓰기니까.



/

2023년 3월 28일,

소파에 기대서 TV 소리를 들으며.



*커버: Image by Rudy and Peter Skitterians from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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