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쾌한 골짜기
중세 시대 이래로 부자들은 아메리카와 아시아, 아프리카 대륙의 원숭이를 지위 과시용 구매 품목으로 삼아왔으며, 이들의 장난기와 묘기에 탄복하곤 했다.…아무도 사람과 원숭이 간의 이 가까운 관계를 위협적으로 느끼지는 않았다.
하지만 대형 유인원은 달랐다. -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브라이언 헤어, 버네사 우즈
로봇 연구가 모리 마사히로森政弘는 인체형 로봇이 점점 더 사람의 모습과 흡사해질수록 우리는 로봇에게 더 호감을 느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동시에 사람과 구별이 어려울 정도로 흡사하거나 사람이라고 할 수 없는 어떤 지점에 이르면, 으스스한 느낌을 주면서 오히려 반감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도 말했다. 모리는 이 현상을 ‘불쾌한 골짜기The uncanny valley’라고 불렀다. -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브라이언 헤어, 버네사 우즈
- 이 책에서 바카 피그미족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들은 동물원에 수용되었고 콩고 지배종족인 반투족에 의해 전시되었다. 바카 피그미족인 스물셋 벵가는 동물원에 있는 우리에 갇혀 천 하나를 몸에 걸치고 구경거리가 되었고 그 천을 세탁하는 날이면 나체상태로 동물원에 전시되었다. 이후 벵가는 고아원에 가고 서른 살 자살을 한다. 벵가는 그 당시 과학자들이 유인원들과 사람을 같은 범주에 묶는 걸 반대하던 불쾌한 골짜기에 들어맞는 대형유인원이었다.
유인원 비유는 노예무역을 정당화하는 것으로 끝이 아니었으며, 그 대상이 아프리카인으로 국한된 것도 아니었다. 19세기에는 영국과 미국에서 아일랜드인이 유인원이라는 소리를 들었고, 제2차 세계대전 시기에는 일본인들을 원숭이라고 불렀다. 20세기 전 세계가 대규모 전쟁을 향해가는 시기에는 독일인, 중국인, 프로이센인, 유대인 모두가 유인원 취급을 당했다 -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브라이언 헤어, 버네사 우즈
-영화 킹콩은 대표적으로 흑인을 유인원화 한 인종차별 영화이다. 문화의 탓인가? 소수 사이코패스 지도자 때문인가? 하지만 인종차별은 소수가 아닌 다수에 의해 이루어진다. 그래서 등장한 사회심리학.
사회심리학자들의 연구를 통해서 세 가지 중심 요인이 도출되었는데, 바로 편견, 순응 욕구, 권위에 대한 복종이다. 고든 올포트Gordon Allport*는 편견을 “오류가 있으나 완고한 일반화가 기반이 되는 혐오”라고 기술한다. -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브라이언 헤어, 버네사 우즈
밴듀라의 예상과 달리 학생들을 살짝 비인간화하자 책임을 분산할 때보다 훨씬 큰 효과가 나타났다. 학생들에 대해 인간적인 평가를 들은 감독관들은 가장 약한 강도의 충격을 주었고, 비인간적인 평가를 들은 감독관들이 가한 충격의 강도는 2배에서 심지어 3배까지 높았다. -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브라이언 헤어, 버네사 우즈
-애쉬의 순응실험, 밀그램실험에 이어 반두라의 비인간화 실험을 소개한다. 편견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것들 제노사이드와 같은 것들은 이러한 비인간화, 유인원화에서 비롯된다. 오늘날에도 흑인들에게 유인원같이 묘사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대통령도 예외는 아니었다. 대선기간 오바마를 비난하는 원숭이 티셔츠가 상점에 걸렸다. 일부 보수주의자들의 행태 아닐까? 싶을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 백인들이 인간상승척도에서 흑인 들이 덜 진화했다고 답변했다. 그러면 교육부족이 아닐까? 백인의사들은 흑인들의 피부가 두껍다고 생각하며 흑인들은 고통에 둔하기에 실제 진통제 처방도 덜 하는 경향을 보인다.
조사 결과를 들여다보면서 알게 된 것은, 이 경향이 새로운 형태의 은근한 인종차별주의가 아니었다는 점이다. 흑인들은 인간성 자체를 부정당하는 것으로 보였다.” 2017년 애슐리 자디나가 한 말이다. -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브라이언 헤어, 버네사 우즈
- 2017년 조사 결과라니 믿을 수가 없다. 비교적 최근 연구에서 노골적인 인종차별이 드러났다니 놀랍다.
자신들이 사람으로 대우받지 못한다고 느끼는 집단은 역으로 다른 집단 사람들을 비인간화하게 된다 … 외부인을 비인간화하는 능력은 자신과 같은 집단 구성원으로 보이는 사람에게만 느끼는 친화력의 부산물이다 -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브라이언 헤어, 버네사 우즈
-뭔가 당연한 소리처럼 들린다. 내가 공격받으면 나도 공격적으로 하는 게 당연하니까. 나를 비인간화 취급했어? 너도 인간 아니야!
“그냥 사람을 더 다정해지게 번식시킬 수는 없습니까?” 우리 종이 성공한 비결이 친화력이 커졌기 때문이라면 거기서 친화력을 더 키우도록 선택하면 되는 것 아닌가? …“
안타깝지만 이런 생각은 으레 우생학으로 통하게 되어 있다. 우생학은 영국 과학자 프랜시스 골턴Francis Galton이 만든 말로 ‘우수하다’는 뜻의 그리스어 ‘eu’와 ‘품종’을 뜻하는 ‘genos’를 조합한 ‘eugenics’이지만,64 사람을 선택적으로 번식시킨다는 것은 우생학이라는 말이 나오기도 전에 이미 나온 묵은 생각이었다. -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브라이언 헤어, 버네사 우즈
-20세기쯤엔 우생학이 첨단과학으로 통한다고 한다. 우생학 때문에 수많은 장애인, 문란한 여자, 빈곤층, 사실혼 부부, 흑인, 미혼모 등이 수많은 죽음을 당했다고 한다. 범죄자들이 죽임을 당하고 정신질환자들이 죽임을 당했다고 하는데 악질의 살인마들을 죽이는 것, 조현병이 있는 자가 자신을 치료하는 정신과의사를 죽이는 것과 같은 요즘 행태를 보면 나도 모르게 우생학에 동조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물론 살인을 한 사람을 똑같이 고통스러운 죽음으로 되갚고자 하는 생각이다. 우생학에 따르면 나도 어딘가 ‘바람직하지 않아’ 보이기 때문에 죽임을 당했을지도 모른다. 아무튼 결론적으로 친화력을 보장하는 유전자 집합을 찾기도 어렵고 친화력 있는 사람의 번식이 가능하지도 않다.
첨단 기술이 우리 일상의 면면을 뒤덮은 오늘날, 우리는 자연스럽게 머지않은 미래에 어떤 신기술이 생겨 우리보다 우리 사회를 더 잘 운영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팀 쿡Tim Cook이 말했듯이, “기술 하나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기술 그 자체가 오히려 문제의 원인인 경우도 있다.” …더 다정하고 친화적인 미래를 위한 해결책에는 새로운 기술이 필요하겠지만, 그것만으로는 우리의 어두운 본성을 길들일 수 없을 것이다. 사회적으로 야기된 문제에는 사회적 해법이 필요할 것이다. -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브라이언 헤어, 버네사 우즈
-나 또한 기술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똑똑하고 지능 높은 소수의 인간들이 지금 현 인구에 직면한 위기를 극복할 기술을 개발할 것이라는 생각말이다. 기후온난화 같은 중대한 위기 말이다. 하지만 핵 개발이 전쟁이 되기도 하고 친환경 에너지 원자력이 되기도 한다. 기술을 선한 도구로만 사용할 것이라는 착각은 버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