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공부 힘 빼고 하기

재미가 최고의 공부 방법이다.

by 제주 늘보


내가 외국어 교육 전공으로 미국에서 석박사를 했다고 하면 으레 듣는 첫마디가 "영어 공부 어떻게 해야 해요?" 혹은 "아이들 영어 공부 어떻게 시켜야 해요?" 다.


대한민국에서 나고 자란 사람 치고 아마 영어 때문에 고민 안 해본 사람이 아마 없을 테다. 온 나라가 영어 공부에 투자하는 돈이 연간 7조 원에 달한다고 한다. 그런데 그렇게 열심히 하는 것에 비해서는 결과가 안타깝다. 다들 10년은 영어를 배운 양반들이 외국에 나가면 벙어리가 되기 일쑤다. 말하기 뿐만 아니다. 10년을 죽도록 영어 공부하고 고작 짧은 영어 소설 하나 읽기가 버겁게 느껴지는 게 뭔가 이상하다 생각되지 않는가?


남 이야기가 아니다. 영문과를 졸업하고 고등학교 영어 교사로 재직을 했던 내가 처음 미국에 갔을 때 헤매었던, 때론 눈물 나게 쪽팔리는 이야기를 다 모으면 그것만으로도 브런치 북 한 권쯤은 거뜬일 것이다.


영어 때문에 눈물 나게 "쪽팔려" 본 적이 있는가?



아인슈타인이 말했단다.


The definition of insanity is doing the same thing over and over again, but expecting different results.
똑같은 일을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것은 미친 짓이다.

만약 아인슈타인이 맞다면 영어 공부에 관한 한 우린 지금 모두 미친 짓을 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아니, 우리 모두는 분명 미친 짓을 하고 있음에 틀림없다.


외국어를 배우기 위해서는 시간적, 정신적 투자를 많이 해야 한다. 하지만 외국어 학습자와 교육자들을 상담하는 일을 오랫동안 하다 보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외국어 공부에 대해 잘못된 시각을 가지고 있어 안타까웠다. 많은 사람들이 불필요한 곳에, 좀 더 전문적인 용어로 말하자면 “쓸데없는 일”에 소중한 시간과 노력을 쏟아붓고 있다.


더 안타까운 것은 이 사람들이 공부의 결과가 나오지 않는 것이 자신이 더욱더 노력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믿고 있다는 것이었다. 더 열심히, 뼈를 깎는 노력을 들여야만 영어를 잘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 너무나도 많다. 그리고 노력만 하면 영어를 잘 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도 정말 많다. 착각은 자유다. 하지만 그 대가가 너무 크다.


영어 공부는 힘을 빼고 해야 한다.


영어 공부야말로 힘을 빼고 해야 더 잘 된다. 힘을 빼고 재미있게 해야 한다. 무슨 일에서나 재미가 중요하지만 언어 학습은 특히 더 중요하다. 힘을 빼고 공부한다는 것은 공부를 안 한다는 것이 절대 아니다. 오히려 힘을 빼고 공부하면 공부를 더 많이, 그리고 오래 하게 된다. 힘들지 않기 때문이다. 괴롭지 않기 때문이다.


하기 싫은 데 억지로 하는 공부는 오래갈 수 없다. 물론 하고 싶을 것을 하기 위해서는 하기 싫은 것도 해야 하는 게 인생이지만 인생이든 영어 공부든 진정한 고수가 되려면 하기 싫은 것을 하고 싶은 것으로 승화할 수 있어야 한다. 그 비결은 힘을 빼고 하는 것이다. 결과만, 목표만 바라보면서 온 몸에 힘을 꽉 주고 억지로 할게 아니라 힘을 빼고 목표를 향해 가는 과정을 즐기는 것이다. 한 발짝 한 발짝 떼어놓을 때마다 그 한 발짝의 즐거움을 만끽하는 것이다.


영어 공부는 똑똑하게 해야 한다.


무작정 힘을 빼라는 것은 아니다. 똑똑하게 힘을 빼야 한다. 무조건 힘을 뺀다면 아마 말 그대로 당신은 하고 싶은 것만 하게 될 것이다. 그게 영어 습득에 도움이 되든 안되든 말이다. 그런데 그 하고 싶은 것이 영어 습득에 도움이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사실 하고 싶은 것이 재미라도 있으면 괜찮다. 적어도 하는 동안 즐겁기도 하지 않는가. 그리고 내 경험에 즐겁게 공부하는 학생들은 결국에는 외국어를 정복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문제는 수많은 학생들이 그저 영어 공부를 해야는 하겠으니 남이 하는 말을 따라 이것저것 시도해보다가 포기를 한다. 아니면 영어 습득에 도움이 안 되는 것에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고는 '거봐. 해도 안돼잖아' 하고 실망하고 포기한다.


똑똑하게 공부한다는 것은 내가 주인이 되어 공부한다는 것을 뜻한다. 영어 공부를 시작하기 전에 내가 왜 영어를 공부하는 지를 안다는 것을 뜻한다. 나에게 도움이 되는 공부가 무엇인지, 어떻게 하는 게 도움이 되는지 실력이 안는다면 왜 안 느는지 스스로 결정하고 반추하고 개선한다는 것을 뜻한다. 무엇이 나를 춤추게 하는지, 무엇을 어떻게 공부하면 신이 나고 즐거운지, 왜 계속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지, 왜 그만두고 싶은 생각이 일어나는 지도 알아야 한다. 어떤 일이든 자기를 아는 것이 먼저다. 영어 공부의 주인은 내가 되어야 한다.


영어 학습의 전문가가 되어라.


아는 것이 힘이다. 지난 수십 년간 외국어 학습에 대한 연구와 실증이 많이 이루어졌다. 안타깝게도 그 내용이 학자들 사이에서만 공유되고 논쟁이 된다. 서점에는 영어 학습에 대한 조언이 차고 넘치지만 개인의 경험에 기반한 내용이 많다. 경험에 근거한 조언이 도움이 될 때도 많다. 하지만 그 사람의 경험이 나에게 꼭 맞지는 않을 수도 있다. 과학적으로 잘못된 것으로 증명된 조언도 없지 않다.


나는 대한민국의 모든 영어 학습자들이 영어 학습의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탄탄한 이해가 기반되었을 때 비로소 제대로 힘을 뺄 수 있다. 제대로 영어를 공부할 수 있다. 영어를 진정으로 잘하고 싶은 학습자라면 외국어 학습의 기본 원리를 알아야 한다. 그래야 힘을 빼야 할 곳에서 힘을 빼고 힘을 주어야 할 곳에서 줄 수 있다. 힘을 제대로 뺄 수 있다. 그래야 자신에게 가장 맞으면서도 효과적인 공부방법과 교수방법을 스스로 찾아갈 수 있다. 영어 공부가 신나는 자기 발견의 기회가 될 수 있다.


self-discovery.jpg 영어 공부가 신나는 자기 발견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앞으로 브런치에 힘 빼고 영어 공부하는 방법에 대한 글을 계속 써 볼까 한다. 언어 학습에 대한 과학적인 연구 결과도 소개하겠다. 우선 제일 먼저 흔히들 갖고 있는 영어 공부에 대한 착각을 파헤치는 것으로 시작해 보련다.




마지막으로 글머리에 말한 영어 공부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묻는 사람들에게 나는 그 긴 이야기를 다 할 수 없어 일단은 이렇게 대답한다. 계속하라고. 그만두지 말고 계속하면 된다고.


외국어 습득에 대한 무수한 연구 논문이 있다. 논문들은 많은 다른 말을 한다. 상충되는 내용도 많다. 하지만 가끔 누구나 다 동의하는 말도 있다. 그중 하나가 Contact Hour (노출 시간)가 무엇보다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그 어느 누구도 이견이 없다. Language Input (언어 입력)이 부족하면 당연히 영어가 안 는다. 그러니 이 간단하고 너무나도 무성의 해 보이는, 아주 상식적인 말, "계속하라"는 말이 실은 객관적으로도 실증적으로도 아주 훌륭한 조언이다.


Keep going.jpg 영어 공부 최고의 조언은 Keep Going!


뭐라고? 그럴 의지가 안 생긴다고? 영어 공부를 계속하기가 너무 힘들다고? 자꾸 시작했다가 멈추게 된다고? 매번 작심삼일만 반복하고 있다고?


그러니까 재미있게 해야 한다. 재미가 있으면 계속하게 된다. 그러니 뭐든, 어떻게 하든지 간에 영어 공부는 그냥 재미있게 하면 된다. 내 경험에 외국어 공부를 하면서 가슴이 뛴다고 말하는 학생은 무조건 외국어 정복에 성공했다.


재미가 최고의 공부 방법이다.


얼마 전에 힘을 빼고 사는 삶의 비밀에 대한 글을 쓰며 삶의 거센 물살을 자꾸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려고만 하지 않아도 된다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그런데 영어공부도 마찬가지다.


물살이 거센 영어의 강을 자꾸 거꾸로 올라가려고만 애쓰는 것은 좋지 않다. 너무 애를 쓰다 보면 지친다. 지치면 강에서 금방 헤엄쳐 나오게 될 수 있다. 차라리 영어의 강에 둥둥 떠서 물살이 흐르는 데로 유유자적 흘러가며 오래오래 경치를 즐기는 편이 낫다. 그렇게 매 순간순간을 즐기다 보면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해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Cartoon 2.jpg 영어의 강에서 흐르는 물살에 온 몸을 맡기고 오래오래 경치를 즐기자.



사진 출처

1. Creative Commons. "Embarrased" by milkisprotein is licensed under CC BY 2.0

2. Creative Commons. "undiscovered self" by cdrummbks is licensed under CC BY 2.0

3. Creative Commons. "Keep Going" by rightee is licensed under CC BY 2.0




안내 드리는 말씀

앞으로 영어 공부에 관한 글은 블로그에 쓰겠습니다. 브런치에는 에세이만 올립니다. 전혀 다른 주제와 성격의 글이라 각각 다른 곳에 올리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입니다. 영어 공부에 관한 글을 계속 읽고 싶으시면 제 블로그로 오시면 되겠습니다. 그동안 읽어 주신 모든 분들께 깊이 감사합니다. 항상 평안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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