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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주 늘보 Oct 10. 2020

어느 쪽이든 당신이 옳다

당신에게 삶은 즐거운 것인가 아니면 괴로운 것인가?

당신에게 산다는 건 어떤 느낌인가? 당신이 가진 삶에 대한 이미지는 어떤 모습인가?  

 

한창 결혼과 미래의 삶에 관심이 많던 젊은 미국 유학 시절의 어느 날이었다. 지금의 남편이 그때는 대학원 수업을 같이 듣는 친구 중 하나였을 때인데 어느 날 남편을 포함한 여러 다른 나라에서 온 친구들과 점심을 먹던 중 각자의 연애관이나 결혼관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그때 내가 말했다.  


“살다 보면 힘든 일이 많이 생길 거야. 힘들고 지칠 때 기댈 수 있고 내 편이 되어 줄 수 있는 게 가족이라고 생각해. 그래서 나는 미래를 함께 꿈꿀 연인이라면 힘들 때 힘이 되어 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어야 한다고 생각해.”

 

테이블 저쪽 건너편에서 조용히 그 말을 듣던 남편이 글쎄 이렇게 말하는 거다.


“사는 게 왜 힘들 거라고 생각해? 난 사는 건 즐거운 거라고 생각해. 그래서 난 내 연인이나 가족이 그 행복한 시간을 함께 할 수 있고, 그래서 같이 즐거울 수 있기를 바래.”  

 

 순간 "!"하고 머릿속에 번개가 치는 느낌이었다. 그때  나이 이십대 후반, 여태껏 산다는  힘든 일의 연속이고 그래서 힘들고 지칠  마음을 위로받을  있는 관계가 소중한 가족이라고 생각해 왔는데아니,  친구는 사는 것이 즐겁고 행복한 것이란다. 그리고 위로가 아닌 즐거움을 함께 나누는  가족이라는 거다!

 

이상하게도 그 말을 듣고 나서 기분이 상당히 나빴다. 그래서 이내 반박했다. 아니라고. 삶은 힘든 거라고. 세상살이가 원래 다 고된 거 아니냐고. 한국 유행가에도 이런 가사들이 많이 있다고. "이렇게 지치고 힘든 세상에 너를 만나서 행복하다는… 당신이 지치고 힘들 때 힘이 되어 주겠다는… 세상이 모두 그대를 져버려도 난 당신 곁에 있겠다는..."


당시 잘 알지도 못했던 남편을 꾸짖듯 말했다. 만약 네가 삶이 즐거운 거라고 생각한다면 넌 정말 힘든 일을 겪어보지 못했다고. 모든 사람이 다 너같이 행복하기만 하진 않았을 거라고. 사실 말은 안 했지만 속으로는 이렇게도 생각했다. '그게 아니라면 왜 이렇게 힘든 일이 많은 거지? 그럼 나만 사는 게 힘들게 느껴지는 거야?'


목에 핏대를 세워가며 열심히 반박하는 내 모습을 보며 남편이 말했다.


“넌 네 삶이 불행하길 바라니?”

 

십오 년도 넘는 시간이 훌쩍 지난 지금… 그 대화가 어떻게 끝났는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다만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그날 받은 충격이 영혼을 흔들만큼 대단했던 것은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 그리고 오늘날의 나는 감사하게도 더 이상 사는 게 힘들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는 게 즐겁다. 사는 게 가장 쉽다.


돌이켜 보니 사는 게 힘들 거라고 생각했던 때의 나는 사는 게 힘들었다. 사는 게 즐거운 거라고 생각했던 때의 나는 사는 게 즐거웠다. 솔직히 뭐가 먼저였는지는 잘 기억이 안 난다. 힘들 거라고 생각했던 게 먼저였던가 아니면 힘든 게 먼저였던가... 먼저 즐겁고 나서 즐겁다고 생각했던가, 아니면 즐겁다고 생각하니 즐거워졌던가...


분명한 건 다시 힘들어졌을 때 힘을 빼고 살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사는 게 쉬워졌다는 거다. 사는 게 쉽다고 생각하니까 정말로 사는 게 쉬워졌다. 뭐 그냥 밥만 먹고 살면 되지 생각하니 사는 게 너무 쉽다. 사는 게 가장 쉬운 일이다. 그러고 보니 생각하는 대로 이루어진다는 말이 맞는 것도 같다.  

 

당신은 어떤가? 당신은 삶은 즐거운 것이고 사는 게 가장 쉬운 일이라고 생각하는가? 아니면 삶은 힘든 것이고 위로받고 싶은 일이라고 생각하는가?


어느 쪽이든 아마 당신이 옳을 것이다. 아마 어느 쪽이든 당신이 생각하는 대로 이루어질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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