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결혼과 미래의 삶에 관심이 많던 젊은 미국 유학 시절의 어느 날이었다. 지금의 남편이 그때는 대학원 수업을 같이 듣는 친구 중 하나였을 때인데 어느 날 남편을 포함한 여러 다른 나라에서 온 친구들과 점심을 먹던 중 각자의 연애관이나 결혼관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그때 내가 말했다.
“살다 보면 힘든 일이 많이 생길 거야. 힘들고 지칠 때 기댈 수 있고 내 편이 되어 줄 수 있는 게 가족이라고 생각해. 그래서 나는 미래를 함께 꿈꿀 연인이라면 힘들 때 힘이 되어 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어야 한다고 생각해.”
테이블 저쪽 건너편에서 조용히 그 말을 듣던 남편이 글쎄 이렇게 말하는 거다.
“사는 게 왜 힘들 거라고 생각해? 난 사는 건 즐거운 거라고 생각해. 그래서 난 내 연인이나 가족이 그 행복한 시간을 함께 할 수 있고, 그래서 같이 즐거울 수 있기를 바래.”
이상하게도 그 말을 듣고 나서 기분이 상당히 나빴다. 그래서 이내 반박했다. 아니라고. 삶은 힘든 거라고. 세상살이가 원래 다 고된 거 아니냐고. 한국 유행가에도 이런 가사들이 많이 있다고. "이렇게 지치고 힘든 세상에 너를 만나서 행복하다는… 당신이 지치고 힘들 때 힘이 되어 주겠다는… 세상이 모두 그대를 져버려도 난 당신 곁에 있겠다는..."
당시 잘 알지도 못했던 남편을 꾸짖듯 말했다. 만약 네가 삶이 즐거운 거라고 생각한다면 넌 정말 힘든 일을 겪어보지 못했다고. 모든 사람이 다 너같이 행복하기만 하진 않았을 거라고. 사실 말은 안 했지만 속으로는 이렇게도 생각했다. '그게 아니라면 왜 이렇게 힘든 일이 많은 거지? 그럼 나만 사는 게 힘들게 느껴지는 거야?'
목에 핏대를 세워가며 열심히 반박하는 내 모습을 보며 남편이 말했다.
“넌 네 삶이 불행하길 바라니?”
십오 년도 넘는 시간이 훌쩍 지난 지금… 그 대화가 어떻게 끝났는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다만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그날 받은 충격이 영혼을 흔들만큼 대단했던 것은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 그리고 오늘날의 나는 감사하게도 더 이상 사는 게 힘들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는 게 즐겁다. 사는 게 가장 쉽다.
돌이켜 보니 사는 게 힘들 거라고 생각했던 때의 나는 사는 게 힘들었다. 사는 게 즐거운 거라고 생각했던 때의 나는 사는 게 즐거웠다. 솔직히 뭐가 먼저였는지는 잘 기억이 안 난다. 힘들 거라고 생각했던 게 먼저였던가 아니면 힘든 게 먼저였던가... 먼저 즐겁고 나서 즐겁다고 생각했던가, 아니면 즐겁다고 생각하니 즐거워졌던가...
분명한 건 다시 힘들어졌을 때 힘을 빼고 살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사는 게 쉬워졌다는 거다. 사는 게 쉽다고 생각하니까 정말로 사는 게 쉬워졌다. 뭐 그냥 밥만 먹고 살면 되지 생각하니 사는 게 너무 쉽다. 사는 게 가장 쉬운 일이다. 그러고 보니 생각하는 대로 이루어진다는 말이 맞는 것도 같다.
당신은 어떤가? 당신은 삶은 즐거운 것이고 사는 게 가장 쉬운 일이라고 생각하는가? 아니면 삶은 힘든 것이고 위로받고 싶은 일이라고 생각하는가?
어느 쪽이든 아마 당신이 옳을 것이다. 아마 어느 쪽이든 당신이 생각하는 대로 이루어질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