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부터 줄곧 찾는 헤어드레서가 있다. 처음 만났을 땐 좌석이 3개밖에 없는 군소 미용실의 원장이었는데, 작년 2월 꽤 넓은 2호점을 오픈하며 직함도 대표로 바뀌었다. 제법 오래도록 그에게 헤어를 맡겨왔지만 딱히 친하진 않았다. 지금도 막역하다거나 서로 편안한 사이라 말하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예전보단 즐겁게 시시콜콜한 대화를 나누는 관계가 되었다. 지난 1월 그의 결혼 소식을 듣고 와인 한 병을 선물한 것이 계기라면 계기일 테다.
결혼 이후의 그는 내가 '멋있다'고 생각하는 인물 중 하나가 되었다.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갖고 열심인 직업인으로서의 그도 분명 근사하지만, 반짝반짝 빛나는 순간은 따로 있다. 결혼 생활에 대해 이야기할 때다. 나와 다인의 관계를 어느 정도 알고 있는 그는 나를 보면 "결혼하면 너무 좋아, 진짜 행복해, 그러니까 어서 해"라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그러면서 자신의 부인이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 쉼 없이 늘어놓는다. 진심으로 멋있다.
여태껏 만나온 기혼자 남성들의 절대다수는 "죽음과 결혼은 늦을수록 좋다"가 입버릇인 사람들이었다. 진심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본심은 반대이지만 괜히 저렇게 말해야 할 것 같은 은근한 압박을 느낀 이도 있으리라. 나를 포함한 한국 남자들은 대개 속내를 드러내는 일에, 특히나 그것이 긍정적인 감정일 경우 더욱 서툴기에 그런 듯도 싶다.
이 모두를 감안하더라도 자신의 결혼 생활이나 파트너에 대해 소위 "너는 결혼하지 마라"하는 태도를 취하는 건, 음, 여하튼 좀 구리다. 으레 다들 그러하듯 관성적으로 저리 말했다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관계를 아끼는 법을 모르는 자의 변명으로 밖엔 들리지 않는다. 설령 진짜 불행하다 해도, 공개적인 자리에서 농담처럼 푸념을 늘어놓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스스로가 잘못된 선택을 했음을 자인하는 게 웃을 일은 아니지 않나.
행복을 과시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불행을 연기할 이유는 더더욱 없다. 소중히 여겨 마땅한 무언가를 굳이 깎아내려 무엇 하나. 쓸데없는 겸양보다 미소 머금은 너스레가 훨씬 아름답다. 나의 자랑이 누군가의 힐난을 살 수도 있겠지만, 그것이 대수인가? 뭐시 중헌지도 모르는 치들은 가볍게 무시하자. 사랑하고 살기에도 짧은 생 아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