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된 관심의 창조적 잠재력

관심을 기울일수록 환경이 개선되는 이유

by 이정표
지난 화에서는 집중된 관심이 어떻게 대상의 원리를 드러내는지 알아봤습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대상을 이해하는데서 그치면 별 의미가 없을 것입니다. 이해한 내용을 바탕으로 현실을 더 낫게 만들어야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겠지요.

이번 화에서는 이 과정이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 다뤄보려 합니다.





2. 능동 집중은 개선을 낳는다


이로써 수동 집중과 대비되는 능동 집중의 특성은 명백해졌을 것이다. 그러면 이제 일상생활의 영역에서 능동 집중이 작용하는 방식을 좀 더 면밀히 들여다보면서, 앞서 획득한 인식을 심화, 확장시켜 보기로 하자. 일상은 행위가 일어나는 행위의 영역인 만큼, 이 과정을 거치다 보면 능동 집중이 행위에 미치는 영향력이 한층 더 구체화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아마도 우리가 삶의 문제들에 대처해 나가는 가장 일반적인 방식부터 검토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니 먼저 누군가가 삶을 영위하다 문제가 되는 대상이나 사건과 마주치게 된다고 가정해 보기로 하자. 그럼 그는 그 상황에 대한 해결책을 찾기 위해 눈앞에 있는 그 문제의 본성부터 파악하려 들 수 있을 것이다.


즉, 그는 문제 자체에 대한 인식에만 몰두하면서 그 대상이나 사건을 향해 능동 집중의 태도를 취할 것이고, 이를 통해 조만간 그 문제의 배후에 내재된 원리법칙 등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물론 그가 그 원리에 대한 인식만으로 만족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는 새롭게 획득한 인식을 품은 채 되돌아와 자기 인식을 회복함으로써, 그 원리를 자신의 인격 원리에다 첨부시킬 것이다. 그리고 이런 식으로 외부 사물의 원리를 내재화한 뒤에는, 전보다 한층 밝아진 인식으로 눈앞의 문제와 대치하고 있는 자신의 현 상황을 비춰봄으로써, 그 상황을 보다 조화로운 것으로 변모시킬 어떤 가능성을 감지하게 될 것이다.


말하자면 문제가 되는 대상과 당사자 자신의 존재 모두를 아우르는 상황 자체에 대한 능동 집중을 통해 그 갈등 상황 배후에 내재된 어떤 정신적인 것, 즉 조화의 상을 드러내 보이는 것이다.



002-20260130-013213.jpg 문제가 되는 대상의 원리를 밝혀 내재화한 뒤에는 그 대상과 조화를 이루는 방향으로 기존의 태도나 행동 등을 교정(도구의 제작 및 활용 포함)하게 된다.



일단 이 지점까지 인식이 진행되고 나면, 그 조화의 상은, 하나로 합일 된 두 원리에 순응하는 자연스런 상황의 모습인 만큼, 아마도 즉시 당사자의 내면에 그 상황의 현실화에 필요한 행위 의지를 불러일으킬 것이고, 당사자 자신은 그 의지에 자기 자신을 내맡김으로써 거칠게 갈등을 빚던 외부 상황을 한층 정신적이고 우아한 상황으로 변모시키게 될 것이다.


아마도 사람들은 지금껏 삶의 문제들을 바로 이런 식으로 해결해 왔을 것이다. 문제가 되는 외부 대상이나 사건 자체에 대한 집중적 관찰과 탐구를 통해 원리를 발견하고, 그것을 내재화한 뒤, 실제 경험 영역에 응용하고 적용하는 단계적 과정, 이것이 현실에서 부딪히는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전형적인 방식일 것이다.


결국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려면 이론적 결실을 낳는 대상 중심의 능동 집중과 행위의 방향을 밝히는 상황 중심의 능동 집중 모두를 동원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아마도 지금 우리가 관심을 두는 생활의 영역, 즉 행위의 영역에서는 이 과정을 전부 거치기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당장 해결을 요구해 오는 문제를 눈앞에 두고 언제까지나 관찰과 탐구에만 몰두할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행위와 관련된 실마리를 얻어내려면 너무 대상 속으로만 파고들기보다 문제가 되는 상황 배후에 내재된 조화의 가능성을 드러내는 일에 전념해야 할 것이다.



006-20260131-014559.jpg 대치 상황을 조화롭게 변모시킬 가능성을 드러내려면 먼저 문제기 되는 대상의 원리부터 파악해야 한다.



그렇지만 앞서 보았듯 상황에 대한 능동 집중은 대상에 대한 능동 집중을 전제로 하며, 어느 정도는 대상에 대한 탐구를 그 자체 내에 포함한다. 대상에 대한 이해 없이는 상황을 향한 능동 집중도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아마도 대상을 향한 능동 집중을 미리, 충분히 수행해 놓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다. 즉, 행위의 영역으로 뛰어들기 전에 앞으로 마주치게 될 온갖 현상들의 원리부터 광범위하게 습득해 둔다면, 실제 문제 상황에서 대상 인식에 몰두하는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우리가 생애 초반에 현상의 이해와 원리 습득에만 전념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성인이 되어 행위의 영역으로 뛰어들고 나면 상황 자체를 고양시키고 조화롭게 ‘정신화’하는 일에 전념해야 하므로, 온갖 사물과 사건 등에 대한 이해의 형태로 능동 집중을 미리 축적해 두는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탐구의 기간과 행위의 기간을 너무 뚜렷이 구분 짓는 것도 문제가 되겠지만, 어쨌든 행위의 영역에서 주가 되는 건 대상이 아닌 상황 자체를 향한 능동 집중이다. 문제 상황 배후에 내재된 질서를 드러내 실현시키고, 다시 그 변화된 상황 배후에 내재된 더 나은 질서를 드러내 실현시키는 과정의 연쇄, 이것이 바로 일상적 상황에서 능동 집중이 작용하는 모습이다.



010-20260130-013214.jpg '개선' = 외부 대상과 자신의 물성을 조화시켜 나가는 과정



그렇다면 생활의 영역에 적용된 능동 집중은 결국 어떤 결과를 산출해 내는 것일까? 아마도 그 효과는 개선이란 말로 가장 적절히 표현해 낼 수 있을 것이다. 충돌과 부조화가 지배하는 물질적 상황을 보다 질서 있고 조화로운 상황으로 변화시키는 이 정신화 과정은 현실 생활의 각 분야에서 개선의 형태로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실제로, 주변의 생활환경을 향해 우리가 기울여온 이 능동 집중의 태도는 빈곤을 풍요로, 불결함을 쾌적함으로, 불편함을 편리함으로 뒤바꿈으로써 전반적인 경험의 질을 고양시켜 준 바 있다. 또한, 우리 자신이 속한 육체 환경을 향해 기울인 능동 집중도, 마찬가지로, 질병을 완화 거나 치유하고 전염병을 예방하고 건강 상태를 증진시킴으로써 전반적인 삶의 질을 큰 폭으로 향상시켜주었다.


미리 습득해 둔 원리의 보조를 받은 강력한 능동 집중 덕분에 우리 자신과 대립하던 외부 이질적 세력들을 무력화시키는데서 더 나아가 우리 자신에게 봉사하도록 어느 정도 길들일 수조차 있게 된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본다면 외부 세력과 대치하는 문제 상황을 조화롭게 개선해 나아가는 이 정신화 과정이 궁극적으로 매우 넓은 의미에서의 신체 영역, 즉 존재 영역확장으로 귀결된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정신화 과정이란 것도 결국, 대상의 원리를 내재화하여 인격 원리와 통합시킨 뒤, 그 고차원적 원리에 맞게 대상과 자신의 ‘신체적’ 측면을 조화롭게 융화시키는 과정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아마도 몸과 조화를 이루는 도구 등을 하나의 ‘연장된 신체’로 바라볼 수 있다면, 이런 관점이 그리 낯설게 느껴지지만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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