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공사 같은 내 순살 인생

무너져도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by 레이다


며칠 전


지원금으로 떠난 여행에서 나는 거의 모두가 백수인 사람들을 만났다.


최준생, 실업자, 위기의 1인 기업가들. 현재 나는 프리랜서로 전향했지만 소득이 백수와 다를 바 없으므로 나 역시 백수라 칭하는 것이 옳았다.


대학교 졸업 이후 취업준비로 고민이 많아 보이던 사회 초년생들, 회사의 울타리를 벗어나 자립을 선택한 실업자들, 사업 난항을 겪는 1인 기업가들.


먹고살 걱정에 고민인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회사를 떠나 홀가분함을 만끽하며 여행을 즐기는 이들도 만날 수 있었다. 이들의 특징은 여행 마지막 날, 떠나지 않고 지역에 머무르며 힐링을 연장했다.


“일정 끝나면 뭐 하실 거예요?”

여행지에서 만난 친구가 물었다.


“집에 가야죠. 어디 가요?”

당연히 다들 집에 가는 줄 알았다. 무엇보다 내 체력은 4박 5일 치뿐이었다.


“전 며칠 더 머무를 거예요. 내내 흐린 날씨만 보다가 오늘 해 뜬 거 보니 좀 더 즐기고 싶어요.”


말을 마친 그녀는 창밖으로 “야호”를 외치며 팔을 높게 치켜들었다. “모든 굴레와 속박을 벗어던지고 행복을 찾아” 떠나온 퇴사밈의 주인공 같았다.


양양에서 머무른 5일 동안 우중충한 흐린 하늘만 보았다. 오전에 잠깐 드러난 맑고 푸른 하늘이 반가웠다. 하지만 난 돌아가야 했다. 여행을 하는 동안 루틴이 깨졌기 때문이다.


집으로 돌아온 주말, 곧장 도서관으로 출근해 그동안 밀린 일을 처리했다.


디지털 노마드를 꿈꾸며 아이패드와 함께 여행을 떠났으나 빼곡한 일기만 남았다. 다른 글은 쓰지도 그리지도 못했다. 물론 일기 덕을 본 것도 있다. 일기를 기반으로 양양 여행기를 쓰기 시작했으니까.


여행을 통해 배운 것이 있다면, 아직은 디지털 노마드로서 역량이 부족하다는 것과 여행은 영감의 원천이 되어준다는 것이다. 브런치에 일본 소도시 여행기를 연재하게 된 것처럼 말이다.


과거 즐거웠던 소도시 여행기를 글로 붙잡아 두었지만, 지금의 나와 비교하며 큰 괴리감을 느꼈다. 결국 지금의 나를 마주하고 돌보는 것이 우선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 사유와 글쓰기는 “도서관으로 출근합니다”로 이어졌다.


실직 후 재난처럼 닥친 층간소음 속에서 보낸 절망의 나날, 도서관으로 출근하며 일상을 되찾고, 평생 직업을 찾아가는 과정을 글로 옮겼다. 글쓰기를 이어가던 어느 날, 힘내라는 메시지를 받았다.


생각했다.

내가 여전히 힘든가?


그렇지 않았다. 희망 하나 보이지 않던 암전 구간은 이미 지나왔다. 글을 쓰며 내가 새로운 단계를 밟아 나가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럼 회복한 건가?


확답할 수 없지만 약은 완전히 끊었고 두근거림과 두통에서 해방되었다. 파도타기 하던 기분도 잔잔해졌다. 별일 없는 날들이 감사하면서도 위기는 언제든 찾아올 수 있음을 뼈에 새겼다. 무너져 보니 알겠다. 다시 무너지더라도 붙잡고 견딜 기반이 충분하면 버틸 수 있겠다고. 지금은 그 기반을 만드는데 집중하고 있다. 부실 공사 같은 내 순살 인생, 무너져도 버텨내고 일어설 수 있도록.


이 글의 완결을 맺기까지 쉽지 않았다. 연재를 이어갈수록 번뇌에 시달렸고, 견디기 어려운 날엔 브런치북 삭제하는 방법을 검색했다. 그때마다 힘들었던 시기를 떠올리며 삭제하려는 손가락을 단속했다. 과거의 나 역시 시련을 버텨낸 선배의 수기가 간절했다. 우연히 읽게 된 활자 속 인물의 진솔한 이야기에 깊은 위로를, 좌절을 딛고 일어서는 모습에 용기를 얻었다.


그렇게 내 이야기도 꺼내 놓을 수 있었다. 불안과 좌절 속 혹독한 겨울을 보내고 있을 후배에게 혼자가 아니라는 위로가 닿길 바라며.


“겨울은 반드시 봄을 데리고 온다”고 했다. 분명 우리의 인생도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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