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을 좋아하고 브랜드를 소비하는 누군가의 생각
Episode 8.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해 (2)
지역과 연결이 잘 되어있는 로컬브랜드는 지속과 확장에 있어 그렇지 않은 곳들에 비해 유리한 점*이 몇 가지 있다.
지역에 활력이 필요하다 생각하는 사람들이 그들을 기꺼이 도와주고자(또는 참여하고자) 한다.
그중 유관부처, 지자체 등 공공기관이나 지역 기업, 생산자들이 지역의 자원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함께 모색한다.
쇠퇴지역 또는 구도심 등 불모지일수록 초기의 성실함과 열정을 인정받게 되면 '지역문제해결에의 기여'라는 부가가치를 얻고 이를 활용하여 지역성장을 위한 특화사업이나 지역기업을 위한 정책 등에 직접 목소리를 낼 수 있다.
자금조달이나 홍보, 추가 자원 등의 확보에 있어 꾸준히 도움 받을 기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문제의 절반은 해결할 수 있다. (물론 이외에도 다양한 루트로 사업지원이나 투자에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내가 말하고 싶은 건 자립에 필요한 일방적 도움이라기보다는, 여럿이서 맞대어 고민하고 서로 도와주는 관계를 유지함으로써 더 오래 지속하고 넓게 확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로컬리티가 강점으로 적용된다는 점이다.)
이렇게 지역의 다양한 파트너십과 외부의 조력이 있을 때, 로컬브랜드는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성장 기반을 마련하는 데 집중하는 것이 좋다. 시장 환경 변화에 적응하고 경쟁사에 대비하기 위한 속도전에 뛰어드려면 내실을 다져야 한다. 100% 자동화를 구현할 수 있는 게 아니라면 사람에 초점을 맞추고 일해야 한다.
사람에 초점을 맞추면 그 사람도 조직에 더 관심 갖고 고민하게 된다.
다양한 리더를 만나면서 그들의 사업을 성장시키기 위해 내가 가장 먼저 관찰했던 것은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누구냐는 것이었다. 좋은 계획과 충분한 기회가 있어도 실행 역량이 안 돼서 놓치는 것만큼 속상한 일도 없다. 반대로 구성원은 성장 욕구가 있는 반면 리더가 이를 무시한 채로 눈앞의 성과에만 집착하는 경우, 구성원들의 반복되는 좌절감과 매너리즘은 결국 리더에 대한 불만으로 향하고 밖으로까지 부정적 영향이 나타난다. 전자도 후자도 결국은 미래에 좋을 게 하나 없다.
때문에 조직 관리가 필요하고, 리더는 모든 것을 일일이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KPI(핵심성과지표)를 활용하여 성과 관리와 내부 역량을 동시에 파악하고자 한다. 그러나 KPI는 말 그대로 성과를 기준으로 평가하는 지표인 만큼 주로 달성하지 못한 이유를 담당하는 팀과 사람의 실패로 여기기 때문에 KPI가 잘 관리된다고 해서 곧 조직이 잘 관리되는 것은 아니다. KPI에 반영되는 니즈는 리더가 달성하고자 하는 방향과 사업 목표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HR을 통해 인사평가와 정기면담을 진행한다. 구성원의 니즈를 파악하고 그에 맞춰 계약을 조정하거나, 다양한 복지혜택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을 함으로써 사람에 초점을 맞춘 관점을 유지하고자 한다.
결국 일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리더와 구성원 간에 각자의 성과와 성장에 대한 확실한 Give and Take를 가시화함으로써 동기부여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지표화하고 지속적으로 공유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KPI는 구성원을 채찍질하는 역할이 아니라 자신이 현재 회사에 어떤 가치를 만들어내고 있는지 인식하고 체감할 수 있게 하는 역할이 되어야 한다. 일하는 사람이 자신은 무엇을 하고 싶은지 / 무엇을 해야 하는지 생각하게 만들고 리더가 그것을 제안하거나 지지하는 역할이 되면, 조직은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스스로 성장하고자 한다.
그런데 이는 조직에 공통되기보다는 구성원 개개인에 적용된다. 자신과 회사의 성과관계가 명확할수록 목표지향적으로 일하게 되지만 함께 일하는 동료와는 그것이 동일하지는 않을 수도 있다. 특히 KPI의 경우, 부서별로 세세하게 나누어질수록 타 부서와의 지표 간 연관성을 고려하지 않으면 나의 성과에 상대의 퍼포먼스가 방해처럼 여겨지기도 하기 때문에 부서이기주의로 발현되는 경우도 있다. 함께 성장하긴 어려운 구조이다.
이보다 우선되는 공통의 무언가가 필요하다. 핵심가치(Core-Value)란 조직의 비전과 미션을 달성하는 과정에서 구성원이 옳다고 믿는 신념 또는 구성원들이 공유하는 가치관이다. 대체로 조직문화와 직결되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 핵심가치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실천하는 구성원은 많지 않은(사실 0에 가까운...)것이 현실이다. (만약 그 이유가 궁금하다면... 자기 브랜드의 핵심가치와 조직의 내규, 조직문화의 특징, 구성원의 일하는 스타일을 동일선상에서 비교해 보면 왜 그런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브랜드의 정체성과 연결되는 핵심가치가 조직 안에서 이질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확실한 건, 대체로 사람들에게 핵심가치는 허공에 둥둥 떠다니는 실체 없는 무언가로 인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 가치의 존재를 증명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나는 기존의 KPI가 경영적 목표달성을 위해 숫자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에서 착안하여 반대로 정성적 지표를 비롯한 브랜드가 제안하는 가치를 증명할 지표는 무엇인지 유심히 살펴보고 싶어 졌다. 가치를 측정하는 방법은 다양했다.
a. 처음 접했던 측정 방법은 정부의 사회적기업 성과지표였다. 지역경제 활성화나 취약계층의 빈곤해결 등을 토대로 기획재정부/고용노동부/행정안전부가 지향하는 목표에 맞춰 개발된 정량적 지표이다. 사회문제를 해결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계량화 할 수 있는 지표로 제한되는 점이 있었다.
b. 이를 보완하고자 SK에서 사회성과인센티브(SPC)라는 시스템을 개발하여 비재무적 성과를 반영하고자 사회적 가치를 화폐단위로 변환하고 그에 기반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였다. 기업이 만드는 사회가치 유형에 따라 다년간 성과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여 측정 방법을 계속 업데이트하고 있는 중이다.
c. 최근에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투명한 경영을 원하는 고객의 니즈(cf. 가치소비, 불매운동 등), 사회적 요구가 점차 강해지면서 영리 기업도 ESG** 및 지속가능한 보고서 등을 통해 자신들이 추구하는 가치를 가시화하는 추세가 되었다. 하지만 ESG는 모든 규모의 조직에 적용하기 어려운 점이 있고 기업의 주관적 해석으로 실제보다 더 나은 것처럼 보이게 하거나 과장되게 홍보하는(그린워싱) 등의 사례도 더러 있는 만큼 객관성과 신뢰성에서 다소 아쉬움이 있었다.
d. 이때 알게 된 것이 B-corp이라는 인증이다. 기업의 미션을 유지하고 임팩트를 강화하기 위해 도입된 이 인증은 BIA라는 자가진단을 통해 5가지 영역에서 평균 80점 이상을 받아야 하는데, 해당되는 영역에 따라 항목은 250개 내외로 구성된다. (2025년에는 9가지 영역으로 더욱 세분화된다고 한다) 이 인증 항목 중에는 계량화 할 수 없는 항목에 대해서는 서술하도록 되어있는데 향후 이를 증명할 자료나 여러 인터뷰를 통해 진위여부를 확인하며, 때문에 인증을 받기까지 최소 6개월 내지 1~2년까지도 걸린다. 또한 3년마다 다시 심사를 받고 통과해야 갱신할 수 있는 만큼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양한 측정 방법을 활용하면서도 여전히 아쉬웠던 점은 브랜드 고유의 정체성에 맞는 핵심 가치 지표에 적용하기는 어려웠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위와 같은 지표들을 활용함에도 정작 고객에게 전달하는 브랜드 메시지로서의 임팩트는 부족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직접 실험해 보기로 했다. 한 지역기업의 핵심가치 키워드 3가지를 놓고 이것을 실현했다고 생각하는 모습을 측정 또는 서술 가능한 방식으로 표현하는 아이디어 워크숍을 진행했다. 이를 통해 구체적인 활동 내용이나 일을 선택하는 기준을 도출하고 그것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을 정리하고 나니 텍스트만으로 공감하지 못하던 구성원들이 가치에 대한 이해도가 한층 높아졌다. (물론 핵심가치 키워드도 사전에 수차례 진행한 리브랜딩 워크숍을 통해 구성원들과 함께 정리했다는 전제가 있다.)
<브랜드 가치를 강화하기 위한 지표 설정 - 워크숍>
핵심가치 키워드를 느낄 수 있는 상황이나 모습 떠올리기
그렇게 되려면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생각해 보기
우리가 그 일을 선택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이야기 나누기
그럼 그 일이 잘 됐다고 확인할 수 있는 방법 찾기 (정량적/정성적)
지난 사업에 대한 회고, 향후 운영계획 등에 반영하기
내용이 길어 더 자세히 설명하지는 않지만, 가치 지표 설정을 통해 과업을 선택하는 기준(사업기획 또는 영업)이나 마케팅/고객커뮤니티에 해당 내용들이 반영되면서 측정 데이터를 통해 구성원들이 스스로 브랜드의 대외적 이미지를 생각하고 기여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KPI와 핵심가치 만으로 해결되지 않았던 조직의 결속력을 보완하는 효과도 있었다. 이 성과를 임팩트 보고서로 작성하고 내외부로 공유할수록 브랜드의 정체성은 더욱 명확해졌고, 자연스럽게 성장을 함께 그릴 수 있었다.
나는 이 실험 과정에서 로컬기반 브랜드일수록 더 유리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역이라는 범주 안에서 구성원의 경험이나 문제인식에 대한 스토리텔링이 가진 교집합이 어느 정도 있기 때문에 지향점을 찾기가 상대적으로 용이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물론 단적으로 생각한다면 그만큼 좁아진 시야로 인해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받아들이는 것에 한계가 생기면 로컬크리에이터 입장에서는 약점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것을 한 번에 다 채울 수 없듯이 초기에 창의적인 아이템을 고민하게 된다면, 그다음에는 안정적인 운영을 도모하고, 그다음에는 새로운 방향으로 함께 움직이는 등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순서대로 채워나간다면 지속과 확장은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런 메리트만 보고 로컬을 선택하고자 한다면 다시 생각해 보길 바란다. 앞에 달아놓은 전제를 확인해야 할 것이다. "지역과 연결이 잘 되어있는".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지만 비즈니스에서는 이유 없이 아무나 도와주지 않는다.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고 그 속에서 함께 살아갈 고민을 하는 것까지가 로컬을 선택하는 기준이 되어야 한다. 반대로 나는 그럴 의지가 있지만, 지역이 그렇지 않다면 그것도 현실적인 고민이 될 것이다. 혈연지연이 오래 자리 잡고 있는 고향이 아닌 이상 그 지역과 나의 결이 맞는지도 충분히 탐색해봐야 한다.
**ESG :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를 뜻하는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이다. 고객과 사회, 시민들로부터 기업의 친환경, 사회적 책임과 투명하고 공정한 경영에 대한 요구가 커지면서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구하고자 하여 ESG경영을 주창하는 기업이 많아졌다. 투자와 자금조달 등에서 ESG에 대한 성과를 요구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