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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우선쓰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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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adac Jun 14. 2020

조회수는 2지만, 약속을 지키고 싶었어요

하루도 거르지 않겠다던 목표는 이미 실패지만, 자책하지 않겠어요

일요일의 일기는 천천히 쓰기로 하자. 우선쓰소 9시 업로드를 맞춰보려고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집 앞 까페 와이파이를 좀 얻어쓸 수 있지 않을까 하고 휴대폰을 들고 뛰쳐나갔는데 아무래도 잠옷을 입고 카페 앞에 서성이고 있는 게 영 마음이 편치 않았다. 잘 잡히지도 않았고, 문 앞을 딱 막고 있을 수는 없으니까. 차라리 카페에서 작업을 할 생각으로 지갑도 들고, 옷도 제대로 챙겨입고 나왔어야 했다. 근데 카페 9시에 닫는다고 그래서 그 생각도 안했지. (솔직히는 한 5분 인터넷 쓰자고 카페에 들어가는 게 돈이 아깝기도 했어. 하지만 다음부턴 주말에 필요하면 그렇게 해야겠다.)


그러다가 공공와이파이가 잡히는 것 같아서 어라 하면서 이리저리 몇발짝 움직여보니 저기 시내버스 회차지점에 서 있는 버스의 공공와이파이가 잡히는 것이었다. 아싸 하면서 그 신호가 강한 곳으로 좀 걸어가보았는데 그것도 왔다갔다하는 게 불안했다. 그래서 그냥 마음 편히 포기하고 집으로 들어왔다.

어짜피 어제의 유튜브 조회수도 2였다.


평소에는 별 일 없다가 마음이 급한 날 꼭 예상치 못한 사건도 벌어진다. 촬영중이던 아이폰이 추락해서 영상이 두 개로 나뉘었고 간단한 편집이지만 내가 놀라 소리치는 부분은 잘라내고, 다시 화면과 타이핑 소리를 맞추느라 조금 애를 썼다. 중간에 어색한 부분이 있지만 그 정도는 내가 봐줄 수 있다.


오늘의 일기를 차분히 쓰고, 내일 아침에 출근해서 밀린 것 하나 올리고, 당일 것 예약 걸어놓고 하면 되겠지.

사람이 하다보면 밀릴 수도 있고 그런 거니까.


오늘은 일요일. 선배집에서 잘 차려준 ‘콘티넨탈 스타일 브랙퍼스트’를 먹고 기차를 타고 집에 왔다. 죽을 끓여줄까 빵과 베이컨 달걀후라이 같은 거 해줄까 그래서 후자를 택한 것. 어젯밤에 잘 잤는데도 기차에서 내내 잤다. 집에 얼른 들러서 가지님께 밥 차려드리고 외박한 데 사죄하고 오후엔 멀리 강원도에서 캠핑카를 몰고 온 지인을 만나 구경 했다.


마을버스를 캠핑카로 개조한 차를 이동작업실로 쓰려고 구입하셨다고 한다. 우와, 너무 멋져. 그리고 자기가 원하는 방식으로 구조를 직접 공사해서 바꾸려고 이런저런 기술을 배우시겠다고. ‘안 부르고 혼자 고침’을 보고 느낀바가 많았다고 좋은 말씀도 해주셨지. 여성기술자들이 여성들을 대상으로 기술교육을 하는 ‘여기공’협동조합에서 하는 교육도 들으실 예정이라고.


완주숙녀회에서 여성들을 위한 기술교육을 하던 게 생각나서 좋기도 하고, 계속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어제 선배랑도 이야기했지만 나는 아이디어나 기획력, 실행력은 나쁘지 않은데 꾸준히 못해서 탈이라고. 우선쓰소 유튜브는 좀 꾸준히 할 수 있으면 좋겠네. 하하.


하루도 거르지 않고 하려고 했던 게 나의 목표였는데, 이미 하루 거르게 되버렸다. 근데 또 그게 엄청 속상하거나 나를 자책하게 되지는 않아서 다행이다. 상황은 늘 변하고 어떻게 내맘대로 되지 않는 경우들이 있으니까.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는 거지. 나를 미워하지 않게 되어서 다행이다.


아무말이나 쓰는 일기에 질려서 또 다른 걸 하고 싶어지면 그때 다시 고민해보면 된다. 일단 가끔은 ‘하는 데’ 의의를 두는 날도 있는 거니까. 어제와 오늘이 그런 날. 일정상 외박을 할 수밖에 없었는데 시간이 나지 않는데 쓰고 촬영하고 할 수도 없었고, 그런걸 챙겨갈 수도 없었으니까. 상황에 맞게 할 수 있는 걸 하는 거다.  오늘은 마음이 들썩들썩 거린다. 얼른 일기도 빨리 해치우듯 써버리고 싶고.. 그래서 그렇게 한다! 안녕!


https://www.youtube.com/watch?v=3CLh_GtqSQ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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