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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adac Jun 16. 2020

내일은 출근할 수 있을 거 같다.

내일은, 덜 아프고 덜 괴로웠으면 좋겠다.

내일은 출근을 해야지.

오늘도 출근을 하지 않았다. 자가 격리 이틀째, 감염자가 많아져도 코로나는 남의 일인 줄로만 알았는데 이렇게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공포로 다가온 건 처음이었다.


확진을 받은 것도 아니었지만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는 수도권에 다녀와서 감기증상이 있었고, 그걸 무시하고 출근하는 게 아무래도 너무 두려웠다. 사회적 거리두기니 물리적 거리두기니 생활속 거리두기니 어쨌든 열심히 손 씻고 개인 위생과 방역을 철저히 하고 몸이 안 좋으면 3~4일 집에서 쉬고 추이를 지켜보라고. 이 증상이 단순한 감기인지 정말로 코로나19인지를 식별하기 위해서도 3~4일 쉬어보라고. 한국 직장에서 1~2일 쉬는 것도 엄청 눈치보였는데 3~4일 쉴 수 있는 데가 얼마나 있을까 싶다.


오늘 아침에 아무래도 감기 증상이 가시지 않는 것 같아 하루 더 쉬겠다고 말했다. 다른 팀원분이 가족이 아파 병원 들렀다 오겠다고 단체 카톡방에 남기는 바람에 (그런데 거기다가 보스는 어제도 회의를 못해서 오늘 하려고 했는데...라고 말하는... 생각 없음, 공감 없음) 나는 어제에 이어 하루 더 쉰다고 하는 게 눈치 보였는데 그래도 쉬겠다고 했다.

종일 집에서 자고 누워서 영화 보고 때 되면 밥 해 먹었다. 괜찮은 것 같다. 다행히 열이 더 난다거나 호흡기 쪽에 증상이 심해지지 않으니 내일은 출근할 수 있을 거 같다. 그렇게 생각하고 자려고 보니 머리가 지끈거린다. 친구 말대로 이건 회사를 그만두어야 낫는 병이다.

<찬실이는 복도 많지>를 봤다. 유튜브에서 4,900원을 결재했다. 재밌었다. 씩씩한 찬실이 언니. 나도 진짜로 원하는 걸 깊이깊이 생각해보고 씩씩하게 잘 살게요.


트위터에서는 경향신문에 실린 이슬아 작가의 글이 화제였다. 재능이 부럽지 않은 꾸준함에 대한 글이었다.


지금 쓰는 이 일기가, 너무나 일기여서 좋은 글을 쓰고 싶은 마음에 대해 가끔 생각하는데, 유튜브 영상을 찍기 시작하면서는 더욱 완전히 사적인 일기가 되었다. 아티스트웨이의 모닝페이지나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에서 말하는 것처럼 그냥 막 쓰는 글이니까. 친구는 너무 사적이라서 읽기 부담스러울 정도라고도 했다. 다음달부터는 글감을 정해서 글을 써버릇해야지.


그치만 지금은 유튜브에 도전한 지 첫달, 꾸준히 이걸 해 내는 것, 이 상황에 적응하는 게 먼저다. 훌륭한 아이디어를 실현시키고 일단 해보는 것에 대해 박수. 하다보면 더 나아지겠지. 벌써부터 이래서 문제고 저래서 문제라는 생각만 먼저 하다보면 에라 하지 말자 하는 마음이 들 뿐이다. 일단, 우선, 그냥 해보는 걸로. 일기쓰는 시간은 점점 짧아져서 어제는 10분도 채 안 걸렸다. 오늘도 엄청 일찍 끝난 것 같은데? 뭐 아팠으니까...

내일은, 덜 아프고 덜 괴로웠으면 좋겠다.


https://www.youtube.com/watch?v=aTmu568mQE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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