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와 책
아침에 화장실 다녀오다가 휴대전화를 가지 물그릇에 빠뜨렸다. 윽. 허둥지둥 꺼내 물기를 닦고 바로 전원을 끄고 헤어드라이어로 말렸다. 다행히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은데 그래도 걱정되어 종일 휴대폰을 켜지 않기로 했다.
어제 밤에 읽다만 책을 펼쳐 읽기 시작했다가 아침을 지어 먹고 작업실로 출근했다. 멍하니 운전해서 오다가 꼬리에 꼬리를 무는 걱정과 불안에 짜증이 밀려왔다. 웬일로 올 여름엔 찾아오지 않았나 싶던 그 마음, 이래도 저래도 괴롭고 싫어서 가슴이 답답해지는 느낌. 대충 밀쳐두고 오늘 해야할 일을 꾸역꾸역 하다보면 뭔가 이렇게 바쁜지 서럽고 억울하다. 친구를 만나서 가라앉는 마음을 끌어올리려고 하면 미운 점만 보이고 기분이 더 좋아지는 거 같지도 않다. 딱히 먹고 싶은 것도 없다. 아, 이거 너무 익숙한 기분이다. 어쩌면 좋아, 이제는 괜찮은 줄 알았는데 방심하면 다시 이렇게 찾아온다. 불안과 짜증, 답답함과 괴로움. 죽으면 다 끝날까. 나도 모르게 생각했다가 깜짝 놀란다. 죽고 싶다는 건 절대 아닌데 그런 생각을 한 게 무서워서 눈물이 난다. 입 밖에 꺼내는 건 물론이고 그런 생각이 떠오르는 것조차, 이렇게 글로 적는 것조차 무서워서 도리질 치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다가 몇 년 전부턴, 죽을 건 아닌데 죽으면 좀 달라지나, 그래도 죽지는 말자 그런 생각으로 괴로운 시절을 버텼다. 죽음을 전혀 생각하지 않는 것보다는 죽음을 진지하게 생각하는 게 나으려나 이상한 생각이 이어지길래 그만 하고. 일단 어쨌든 죽지 않기로 한다. 그런 생각은 하지 않기로 한다.
꺼억 꺼억 나는 지금 운다. 이제 그런 시간들이 다시 찾아오지 않을 거라 생각한 건 아니었지만 무력하지 않던 여름이 신기했고 그저 이만큼 마음이 튼튼해졌나보다 했다. 조금만 일찍 일어날 걸 하는 후회 대신 느긋하게 책을 좀 보다가 천천히 움직이자, 지각하면 큰일나는 회사도 아니고 혼자 일하는 작업실에 딱 정한 시간에 맞춰 안 가도 된다, 밥 하기 싫으면 하지 말자, 미룰 수 있는 건 다 미루고 오늘 꼭 해야하는 일만 하자, 대충 하자, 제발. 그런 다짐들을 하면서 (나는 다짐의 왕이니까) 그래도 허허 이제는 상담 선생님 말대로 감정의 파도를 탈 줄 아는 사람이 되었나보다. 이상 징후를 알아채고 너무 괴로워지기 전에 할 수 있는 것들을 알아서 챙길 줄 알게 되었으니까, 으쓱. 그런데 너무 힘들어. 아침에 휴대전화를 물에 빠뜨리고 출근해서 싫은 사람들이 싫은 이야기를 카톡으로 자꾸 물어보는 데 대답을 할까 말까 망설이면서 컴퓨터 앞에 있는 게 너무 싫어서 책을 들고 작업실 밖으로 나갔다. 한참 책을 읽고 졸리면 좀 자고 다시 책을 읽다가 맛있는 걸 먹으러 나갔다.
# 짜장과 간짜장
간짜장이 기대보다 맛이 없는 것 같아 절망했다. 굳이 크게 맛 차이도 못 느낄 건데 비싼 간짜장 먹을 필요가 있을까 그냥 짜장면이어도 괜찮지 않을까 중국집까지 걸어가면서 뭘 시킬까 계속 고민하다가 그래도 이왕 먹는 거 호기롭게 간짜장을 시켰다. 오백원이든 천원이든 가격을 확인한다고 쉽게 결정을 내리지 않을 거란 걸 알아서 메뉴판으로 가격을 확인하지도 않았다.
옆으로 출입문이 보이는 구석 자리에 앉았다. 들고 간 만화책을 보면서 음식이 나오길 기다렸고, 맛이 없다면서도 허겁지겁 먹는 내가 걱정되어 먹으면서도 만화책을 봤다. 세네 번쯤 젓가락질을 하고나니 그릇에 담긴 면의 양이 줄어서 양념과 면의 비율을 1:1로 맞춰먹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러고 나니 아까보다 더 맛이 있는 것도 같다. 다행이네. 짜장면을 먹었더라면 에잇, 가격 차이 얼마나 난다고 간짜장을 안 먹어서 굳이 기운 내서 맛있는 거 먹자고 와놓고도 실패라며 두고두고 아쉬워했을 것이다. 단무지와 양파, 간짜장의 양념까지 모두 싹 비웠다. 3시쯤 찾아간 식당은 일하는 분들의 식사시간이었다. 등 뒤로 식사하시는 소리가 들렸다. 내가 식사를 마치고 드르륵 의자를 밀고 일어서자 한 분이 카운터로 오셨다. 내가 부르거나 얼굴을 마주쳐도 되지 않는 이 상황이 다행스러웠다.
걸어서 작업실로 돌아오는 길 한전한 벤치에 앉아서 아까 읽다만 만화책을 마저 읽었다. 이야기가 조금 슬퍼서, 내 마음이 여전히 조금 아파서 또 엉엉 울었다.
지금 머릿속에는 아차, 깜빡 한 일이 하나 생각났고, 휴대폰을 켜지 않기로 했기 때문에 지금 바로 스마트뱅킹으로 처리할 수 없어서 짜증이 나고, 그렇지만 나는 성숙한 인간이니까 짜증은 내지말고 투두리스트에 적어놓자, 싶다가 컴퓨터를 잘못 건드리면 카톡이나 메일을 보고 또 울화가 치밀 수 있으니까 종이 다이어리에 적어야지. (적고 왔다)
친구랑 전화 통화를 한참 했고, 기운이 나거나 흥이 나지는 않지만, 고운 마음으로 하루를 정리할 기운은 생겼다. 집에 가야겠다.
# 아이폰 침수 대처
뒤늦게 인터넷 여기저기를 보다가, 드라이어로 말려라 말아라 말이 많은데 선택은 본인이 하겠지만 나는 드라이어로 얼른 말리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다행히 바로 껐고, 물 닦았고, 좀 말렸는데, 바짝 마를 때까지 자연건조로 기다리려고 했는데 얼른 집에 가서 드라이로 말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