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가옥에 갈 때마다 거의 매번 김을 더 달라고 한다. 콩나물국밥이 나오기 전 흰 쌀밥에 젓갈을 올려 김에 싸 먹고, 수란에 두세 장을 찢어 섞어 먹고, 콩나물국밥 속 콩나물을 몇 번 싸 먹으면 김은 금방 동이 난다. 언제든 무엇이든 필요한 걸 이야기하라 했으니 (아마도) 김은 무한리필일 텐데 셀프바에서 집어오는 방식이 아니라 직원님이 직접 주는 거라 한 번 이상은 요청하기 민망하긴 하다. 오징어젓갈이나 밑반찬도 더 달라고 하면 더 주고, 밥도 국물도 준다. 수란은 추가 금액을 내더라도 가끔 하나 더 먹고 싶을 때가 있는데 부끄러워서 못해봤다. 현대옥에서는 사람 수대로 콩나물국밥을 주문하면 셀프바에서 콩나물, 밥, 육수를 마음껏 가져다 먹을 수 있다고 한다. 미가옥에서도 콩나물을 더 달라고 하면 줄까? 콩나물국밥집에서 밥 추가, 육수 추가까지는 이해가 되지만 요리의 주인공인 콩나물까지 추가하면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달라고 안 해봤다. 어묵 우동 시키면서 국물을 더 달라고 할 수는 있지만 어묵을 달라고 할 순 없으니까. 현대옥이나 미가옥뿐 아니라 대부분의 콩나물국밥집에서는 밥을 마음껏 먹을 수 있게 해준다. 현대옥에서는 푸짐한 한 끼 제공을 경영철학으로 무한리필 셀프바를 운영하는데 2명이서 콩나물국밥 한 그릇과 서비스 차원에서 제공하는 저렴한 사이드 메뉴를 시키고선 거리낌없이 식사를 하는 경우가 많았는지 여러차례 그러지 말아달라는 공지글이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었다. 주인이 기꺼이 베푸는 선한 마음에 걸맞는 바른 태도를 손님도 보여주면 좋겠다.
배가 많이 고팠던 어느 날에 처음에 나온 밥과 콩나물국밥 속 밥을 다 먹었는데도 양이 차지 않았다. 밥을 더 받아 남은 국물에 말아 먹었다. 배는 불렀지만 밥을 더 넣은 순간 내가 사랑하는 그 미가옥의 콩나물국밥이 아니어서 아쉬웠다. 다음부터는 밥이 더 먹고 싶을 땐 젓갈과 밥을 달라고 해서 맨밥을 김에 싸먹는 게 나을 것 같다. 몸살 기운도 있는 데다 피로가 쌓였던 어떤 날엔 밥이 잘 들어가지 않아서 계속 국물을 들이켰다. 밥엔 손도 대지 않았는데 국물을 다 마셔버려서 육수를 더 달라고 했더니 사장님이 조금 친해졌다 생각하셨는지 ‘어제 술 드셨나봐요’라고 말을 걸어서 당황했다. ‘아니오!’라고 너무 정색하고 대답해서 놀라셨으려나. 술을 먹지 않아서 먹지 않았다고 했을 뿐이에요. 오해는 말아주세요. 술 먹은 다음날 해장하러 오는 사람들이 이런 식으로 국물을 들이켰겠지만 저는 미가옥에 대한 사랑으로 맨정신에 이렇게 국물을 벌컥벌컥 마시는 거랍니다. 해장 따위를 하려고 미가옥을 이용하는 게 아니에요. 제 진심을 알아주세요.
국물을 더 달라고 하면 육수에 성의껏 파와 고추도 조금 썰어 넣어주시지만 아무래도 추가 육수만 부으면 처음 나올 때처럼 간이 딱 맞지 않으니 콩나물국밥이 전체적으로 조금 밍밍해질 수밖에 없다. 추가로 한 그릇 시킬 수도 없고 거 참. 비가 많이 와 뜨근한 국물을 양껏 먹고 싶던 그런 날, 먼저 나온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하며 콩나물국밥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캬, 시원한 국물이 한 술 두 술 술술 들어갔다. 앗, 이러다가 지난번처럼 국물만 쪽 다 빨아먹게 생겼네. 그러다 우연히 괜찮은 방법을 시도해보게 되었다. 팥빙수를 먹을 때 팥과 얼음을 처음부터 팍팍 비벼 섞어 먹는 사람과 나온 모양 그대로 야금야금 떠 먹는 사람이 있다. 나는 후자인데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는 아니고 귀찮아서, 뒤섞인 모양새가 보기에 썩 좋지 않아서, 굳이 섞지 않아도 충분히 맛이 있어서 그렇다. 국물이 땡기던 그날도 그런 이유도 국밥이 나오자마자 자연스럽게 얌전히 국물을 계속 떠먹다보니 다대기 양념이 전체적으로 섞이지 않고 여전히 한 쪽에 몰려있는 상태로 국물만 줄었다. 어랏, 여기다 육수를 부으면 그래도 처음에 가까운 맛이 나오겠는 걸. 다음 숟갈부턴 더욱 조심히 양념과 건더기를 건드리지 않고 국물만 떠먹었다. 그리고 두근두근 육수를 추가한 뒤에 양념을 풀어보니 과거의 밍밍했던 그 맛이 아니다. 이히힛 신나, 더 사랑하기 위해서 신중하게 궁리하고 노력한다는 게 이런 것이로구나. 끝까지 너를 맛있게 먹기 위해서 나는 항상 생각한단다. 내 사랑 미가옥.
사랑에 빠지면 헤아릴 수 없는 애정이 끝도 없이 샘솟는다. 사랑하는 기쁨, 사랑받는 행복, 사랑이 더해져 배가 되는 기적같은 일들이 이어진다. 리필된 육수와 처음의 육수가 같은 가마솥에서 나온 것이듯 무한히 샘솟는 사랑도 사랑 그 자체로는 다른 마음이 아닐 것이다. 여전히 진심으로 사랑하는 마음임을 의심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리필한 육수는 처음보다 줄어든 다대기 양념 때문에 국물 맛이 달라졌다. 게다가 조금 전에 최상의 국물 맛을 경험한 사람, 이미 조금 배가 찬 사람에게 전혀 다른 맛으로 느껴진다. 국물이 더 고플 때, 사랑이 더 고플 때 어떻게 하면 끝까지 맛있게 아름답게 사랑할 수 있을지 늘 새로운 방법을 찾고 시도하고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 끝까지 아름답게 사랑할 수 있다. 여러분, 예쁜 사랑하세요~ 저도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언제나 최선을 다해 온 마음으로 미가옥을 사랑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