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주에 살 때처럼 콩…이 떠오르지마자 미가옥으로 바로 출발할 수 없는 상황이 되니 대책이 필요했다. 일주일에 한 번은 너무 적다. 전주에 가는 일정도 10월까지다. 미가옥 없는 삶이 가능할까? 그깟 70킬로미터, 미가옥이 부르면 갈 수는 있지만 보통의 삶을 사는 일반인에게 쉬운 일은 아니다.(나는 미가옥 처돌이이긴 하지만…) 가까이 두고 마음 붙일 곳을 찾아야만 한다. 대전 친구 ㅇ가 가끔 간다는 황토콩나라에 갔다. 익숙하게 맛있었지만 끓이는 식이라 아쉽다. 현대옥 대전법원점을 찾아갔다. 바닥이 보이게끔 마지막 국물 한 방울까지 다 먹었지만 그리움이 채워지지 않는다.(입장하자마자 콩나물국밥 먹을 생각에 너무 흥분해서 끓이는 식을 주문하고 말았기 때문에 내가 아는 콩나물국밥이 아니었다.) 미가옥을 사랑하게 된 뒤로 다른 콩나물국밥의 맛을 함부로 평가하지 않으려하는데 골고루 같은 마음으로 세상의 모든 콩나물국밥을 사랑할 순 없다. 만나서 반가웠다 하지만 우리는 여기까지로 하자. 너도 누군가의 사랑을 받는 콩나물국밥이이겠지? 내 마음을 전부 줄 순 없지만 너를 거부하거나 무시하는 건 아니야. 세상은 넓고 콩나물국밥집도 많고 취향은 다양하고 사랑받는 콩나물국밥의 맛과 형태도 여러가지일 테지. 새로운 장소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경험하는 게 재밌는 것처럼 모르는 콩나물국밥을 만나 알아가는 과정도 좋다. 그렇게 계속 먹다보면 나랑 더 맞는 콩나물국밥을 만날 수 있겠지. 사랑이 영원할 거라거나 새로운 사랑을 찾고 말리라는 다짐이 아니다. 그저 순수한 마음으로 더 넓고 깊이 콩나물국밥의 세상을 계속 탐험하고 싶다. 미가옥 콩나물국밥 사진을 올리는 인스타그램 계정이 있는데 미가옥이 아닌 콩나물국밥도 먹을 때마다 사진을 올린다. 이제 점점 미가옥에 가는 횟수가 줄어들 거라 아쉽긴하지만 더 적극적으로 세상의 모르는 콩나물국밥을 만나러 다녀야겠다.
미가옥~ 미가옥 노래를 부르고 다녔더니(오, 내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으로는 노래를 만들어 부르는 것도 있었네. 조만간 미가옥 찬가를 지어 불러야겠다.) 이 집은 어때? 라며 친구들이 자신의 콩나물국밥집을 소개해준다. 고맙고 반가운 마음으로 그 초대에 응한다. 그렇게 전주의 소문난집과 다올에 갔고 우정식당, 동문원, 오거리콩나물해장국, 서울 망원동 전주콩나물국밥도 리스트에 올렸다. 지도 어플에 콩나물국밥 폴더를 만들고 즐겨찾기로 저장해두었다. (여러분이 좋아하는 콩나물국밥집을 소개시켜 주세요. 대장정을 떠나겠어요.) 전주에서 특별한 마음 없이 자주 들렀던 삼백집과 현대옥, 풍전 등에도 애정을 가득 품고 다시 가보려고 한다. 좋아하는 마음으로 자주 갔지만 사랑의 언어로 구체화 시키지 못했던 운암콩나물국밥도 새마음으로 다녀와야지. 이미 전주에 일보러 갈 때마다 그 동네의 콩나물국밥집을 찾아보고 들르곤 하지만 먹어보는 데 그치지 않고 나의 미가옥을 사랑하는 것처럼 각기 다른 콩나물국밥집의 매력을 편견 없는 마음으로 느끼고 와야지. 그리고 기록해야지.
다음주에는 현대옥 본점에 가보려고 한다. 체인점이니까 많고 많은 지점들의 맛이 다 비슷할 거라 생각했는데 대전의 현대옥은 전주의 현대옥과 얼마나 비슷할까 궁금하다. 한 번밖에 가보지 않았고 남부시장식이 아니라 끓이는 식을 먹어서 대전점의 경험을 일반화시킬 순 없지만 전주 서곡동과 완주 둔산동에서 먹어본 현대옥 콩나물국밥과 다른 느낌이었다. 그들은 내 마음을 며칠 동안 붙잡지는 못했어도 거슬리는 것 없이 유려한 맛이었다. 아무래도 지역이나 지점별로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는 것인지 콩나물국밥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정확한 입장을 갖고 싶다. 완주의 현대옥에 갔을 때는 콩나물국밥과 사랑에 빠지기 전이므로 단순히 한 끼 식사를 위해 갔고 평범하고 기분 좋게 돌아왔다. 서곡점에 갔을 때는 미가옥에 대한 들끓는 사랑 때문에 다른 콩나물국밥집을 등한시했다. 이제 나는 성숙한 사랑을 하는 미가옥 처돌이로서 전주 콩나물국밥을 대표하다시피 하는 현대옥의 참맛을 전과 다른 마음으로 느낄 것이다. 고수에 대한 예의로 몸과 마음, 입과 위장을 정갈하게 준비해 경건한 마음으로 그 깊은 맛을 받아들이겠다. 여력이 닿는 한 사람들이 사랑하는 여러 콩나물국밥을 먹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