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아트홀
대전살이가 그전과 다른 건 어울리는 사람들이 달라졌다는 점이다. 서울에서 회사 다니다 완주로 귀촌했을 때까지 나는 비영리단체 활동가, 분위기가 괜찮은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 조금 다른 방식으로 살아보고 싶은 사람이었는데 여기서는 예술인, 즉 글작가 정체성이 가장 크다. 문화재단의 지원사업에 참여하면서 예술인 동료를 만나고 지역에서 문화기획 하는 친구랑 어울리니 미술 전시회, 연극이나 음악 공연에 가볼 기회도 많이 생겼다.
소극장 중에서는 상상아트홀, 드림아트홀, 이음아트홀, 소극장 고도에 가 봤다. 아신극장, 이수아트홀, 런던스테이지, 작은극장 다함, 별별마당 우금치 등에서도 꾸준히 연극, 마당극, 뮤지컬 등 다양한 작품이 올라오는 것 같다.
아는 배우나 연출이 공연을 올릴 때 주로 가는 터라 꼽아보니 상상아트홀에 가장 많이 갔다. 2024년 4월 13일 토요일에 예술공작단 무어의 <착하게 차갑게>를 관람하러 또 방문했다. 친구가 기획하고, 친구가 연출하고, 좋아하는 작가의 희곡으로 눈여겨 보고 있는 배우들이 올리는 작품이다. 다양한 작품을 접해보지 않아서 요즘의 좋은 작품을 많이 보지 못한 것일 테지만 어떤 연극은 지금이 어느 시댄데 아직도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나 하고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어떤 연극은 다른 건 모르겠고 배우가 다했네, 이런 감상으로 끝날 때도 있었다. 고전이라 불리는 작품이 시대에 맞지 않고, 성역할 고정관념이나 반인권적인 감수성을 재생산하고 있다는 인식이 생길 즈음이라 창작자의 치열한 고민을 거치지 않은 작품엔 전혀 흥미를 못 느꼈다. 그러던 와중 예술공작단 무어의 작업에서 그나마 가능성을 발견했달까. 앞으로도 좋은 작업을 많이 해주면 좋겠다.
소극장 연극을 처음 본 건 아마도 대학생 때 ‘연극의 이해’ 같은 수업을 들을 때였을 것이다. 지금 이 순간 단 한 번 실행될 뿐인 유한하고 특별한 장르의 예술이 주는 매력이 대단했다. 배우의 표정이 가깝게 보이고 내 앞과 옆 모든 관객이 바로 눈앞의 무대에 집중하고 있는 동시성의 체험이 신비롭다. 캄캄한 장소에서 숨죽이고 커다란 스크린만을 보는 영화관도 좋아하는 편인데, 연극은 그보다 강렬하다. 한 시간 남짓한 시간동안 배우의 연기, 무대의 빛깔과 모양새, 효과음과 음악으로 들려오는 소리들, 모든 것이 말 그대로 예술적이다. 소품으로 비치된 화분과 무대 배경으로 세워진 문과 가구, 현실의 그것과 다르지만 또 묘하게 현실적인 느낌, 그런 평범과 과장이 연극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상상아트홀에는 무대 외에 전시장도 마련되어 있는데, 공연장의 대기 공간이기도 하고 단독 전시도 가능하다. 공연과 관련한 전시로 관람객들에게 볼거리와 포토존을 제공하기도 한다. 그리고! 쾌적하다. 지하에 있는 공연장은 들어설 때부터 예술적인 느낌이 온몸에 전해지는데, 상상아트홀은 맛있는 식당이 많은 선화동의 어느 건물 2층에 있다. 인근에는 대전의 대표음식 두부두루치기로 유명한 광천식당에 가려고 사람들이 북적북적하다. 바로 옆 옆 집인 청양칼국수도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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