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랑 미가옥에 얼마나 자주 갔을까
처음 미가옥에 간 날은 2021년 11월 27일 토요일이다. 깜짝 놀랄 정도로 맛있어서 다음다음 날 바로 한 번 더 갔다. 일요일이 쉬는 날이라 동행했던 친구는 여행 일정을 조정해서 월요일까지 기다렸다가 미가옥에 한 번 더 가고 돌아갔다. 그 주에만 월, 화, 목 이렇게 세 번을 내리 방문하면서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꼈다. 이거, 기록해야겠다. 일기장엔 당연히 쓰고 있었지만, 그보다 더 특별한 기록이 필요했다. 미가옥만을 위한 무엇, 미가옥의 위대함이 한눈에 보이는 그것. 이럴 때 필요한 건 표다!
엑셀로 미가옥 방문일지 시트를 만들었다. 처음에는 횟수, 날짜와 요일만 적었다. 날짜를 봐도 방문 빈도와 간격을 알 수 있지만 요일을 보면 한 주에 얼마나 자주 갔는지 한눈에 들어온다. 표 작성과 내용 정리의 목적은 다 채워진 칸을 보고 뿌듯해하기, 미가옥에 많이 가고 자주 간 것에 대해 스스로 자랑스러워하기이므로 내가 보기에 편하게, 내가 기억하고 싶은 것 위주로 표를 만들어야 한다. 이후엔 누구랑 갔는지, 얼마를 결제했는지 등을 더했다. 나를 기분 좋게 만드는 요소를 중심으로 내용을 채운다. 처음에는 연이어 날마다 방문하는 것을 부끄러워했기 때문에 무슨 요일에 갔는지를 기억해야 했다. 누가 뭐라도 하는 것도 하는데 날마다 가지는 말고 하루 정도 건너뛰고 갔다. 주 2회라도 월, 화에 방문하기보다는 월, 수나 화, 목 또는 수, 금에 방문해야 만족감이 컸다. 바빠서 며칠 미가옥에 못 간 것 같은데 슬슬 그립다는 느낌이 들어 일지를 보면 마지막 방문이 5일 전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화들짝 놀라 토요일에 서둘러 가기도 했다. 그런 식으로 12월부터 주 2회 정도 방문했다.
2022년 1월에는 일 때문에 수원에서 한 달 이상을 지냈고 미가옥에 가지 못해 은은하게 슬픈 상태였다. 짐을 가지러 집에 들렀던 날 어떻게든 시간을 내어 미가옥에 갔다. 1월에는 겨우 한 번 갔다는 사실이 안타까워서 월별 방문 합계를 내기 시작했다. 제일 많이 갔던 달은 5월 10번이다. 6월 말에 대전으로 이사가 결정되어 마음이 조급했던 모양이다. 갈 수 있을 때마다 갔다.
2월과 3월에는 코로나가 기승을 부릴 때라 미가옥이 며칠씩 문을 닫았다. 방문한 날을 헤아리다가 문 앞까지 갔다가 먹지 못하고 돌아선 날, 재료 소진으로 먹지 못한 날도 일지에 기록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셀이 하나 추가되었다.
내 사랑 미가옥은 음식 맛뿐 아니라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사장님의 서비스도 좋았는데, 미가옥 다른 지점은 어떤지 궁금해서 몇 군데 가봤다. 혹시 나중에 쓸 데가 있을지도 모르니 다른 미가옥 방문 내용도 비고란에 적었다. 콩나물국밥에 대한 관심과 사랑은 미가옥에서 전주의 다른 콩나물국밥집, 군산이나 익산의 콩나물국밥집, 이사 갈 대전의 콩나물국밥집으로 확장되었다. 비고란에 나의 미가옥에 갔다가 먹지 못한 날은 빨간색 ‘헛걸음’으로, 다른 미가옥은 하늘색으로 지점 명을, 비(非)미가옥 콩나물국밥집은 파란색으로 적었다. 4월부터는 콩나물국밥 사진만 찍어올리는 인스타그램 계정 운영을 시작했다.
2022년 6월 중순부터 콩나물국밥의 가격이 6천 원에서 7천 원으로 올랐다. 그렇다면 이 내용도 기록해 둬야지. 콩나물국밥의 가격을 적는 셀을 추가했다. 가게마다 가격 차이도 알 수 있어 흥미로웠다. 그런데 내가 계산하지 않은 날이 있어 알 수 없을 때가 있었다. 채울 수 있는 만큼만 채우고 새로운 셀을 하나 더 만들었다. 내가 미가옥에 쓴 돈을 헤아려보고 싶었다. 친구랑 갔을 때 내가 계산한 경우와 친구가 계산한 경우가 있으니 내가 값을 치른 금액만 써넣었다. 그러러면 누구랑 갔는지 혼자 갔는지도 기록해야 했다. 셀을 하나 더 만들었다. 해가 바뀌었으니 2021년과 2022년을 구분하는 셀도 하나 추가했다.
이렇게 해서 완성된 미가옥 일지에는 연도와 날짜, 요일, 미가옥 방문 회차를 기록하는 연번, 월별 방문 합계, 동행인, 내가 결제한 금액, 콩나물밥의 단가가 적혀있다. 오징어를 추가한 경우에는 그 내용도 적었다. 2022년 10월 8일까지 50회 방문, 478,500원을 썼다. 친구가 낸 금액까지 합하면 50여만 원이겠지. 2022년 6월에 대전으로 이사한 이후에는 주 1회만 겨우 방문했다. 다행히 그해 연말까지 전주로 강의하러 갈 일이 있어서 출근 전에 시간을 내 들를 수 있었다.
그렇게 50번을 가면서 미가옥을 사랑하는 동안, 너무 사랑해서 그 마음을 썼고 <오늘 또 미가옥>이라는 책을 만들었다. 책을 만들면서 이 표를 간략하게 정리해서 부록으로 넣었다. 날짜와 방문 횟수, 미가옥에 갔다가 헛걸음한 내용, 비미가옥에 간 횟수만 적었다. 2022년 10월 20일에 책이 나왔고 사장님께 헌정했다. 사장님이 흔쾌히 허락하시면 출간을 적극적으로 고려해 보려고 했는데 영 내키지 않아 하셔서 책은 그냥 묵혀두었다. 그런데 2023년 10월 13일에 1년 만에 방문했더니 사장이 바뀌어 있었다. 새 사장님이 음식 맛을 유지하려고 노력하시는 건 알겠으나 맛은 달라졌다. 전 사장님의 말투와 몸짓, 음식이 만들어지는 과정, 음식을 내주시는 분위기까지 모든 것이 콩나물국밥을 구성하는데 더 이상 미가옥에 그 콩나물국밥은 없다. 나의 미가옥은 추억 속으로 영원히 사라졌다. 미가옥에 대한 추억과 그리움을 담아 지점명을 감추고 <오늘 또 미가옥>을 다시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했다.
2024년 6월 드디어 <오늘 또 미가옥> 개정판을 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