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몇 회 받았으며 비용은 어느 정도 썼을까
2019년 5월부터 햇수로 5년, 만4년 동안 경기도 안양에 있는 상담소에서 심리상담을 받았다. 처음에는 일주일에 한 번씩, 조금 익숙해진 뒤부터는 격주로 다녔다. 처음에는 예술인복지재단의 지원을 받았고 이 정도면 나랑 잘 맞는 선생님인 것 같아 이후에는 비용을 부담하면서 상담을 지속했다. 그러다 지원사업에 신청할 자격이 되면 다시 지원을 받는 식으로 반복했다. 12회기 상담비용을 지원받고, 종료 후 1년이 지나면 다시 신청할 수 있었다. 중간에 괜찮아진 것처럼 느껴질 때나 비용이 부담스러워졌을 때 잠깐 멈추기도 했는데 2023년 4월 지원금으로 받는 마지막 상담이 다가올 때 정말 이제 상담을 종료해도 될 것 같은 기분이었다. 선생님과 함께 연습한 방법으로 마음을 돌보고 다시 힘들어지면 만나자는 인사를 하고 마지막 상담을 마치면서 긴 글을 썼다. 그때 깨달았다. 아니, 표가 없다니! 상담 일지 정리한 게 없어 아쉬웠다. 총 몇 번이나 상담을 받았는지, 주로 몇 주 간격으로 갔었는지, 그간 상담에 들인 돈은 얼마인지 궁금했다. 구글캘린더에 몇 년 치 일정이 여전히 저장되어 있으니 그걸 기준으로 뒤늦게 표를 정리했다.
총 횟수를 세기 위한 회기, 날짜와 요일, 상담 주기, 지원여부 항목을 만들었다. 당시 살던 전북 완주에서 상담소가 있는 경기 안양까지 상담을 다니려면 무궁화호를 타고 가도 교통비가 제법 들었다. 지원금으로 다닐 수 있는 상담소가 전라도에 없어서 어차피 다른 지역으로 가야했는데 가끔이라도 서울 언니집에서 가기 편한 곳으로 골랐다. 상담비를 지원 받으니 교통비를 상담비라고 생각하고 다녔다. 그래서 표에 교통비 란도 필요하다. 2020년 코로나 이후로는 비대면 상담을 시작해서 대면인지 비대면인지를 추가로 적었다. 이미 2년 가까이 상담을 지속해온 사이기 때문에 온라인 상담도 괜찮았다. 덕분에 코로나가 끝난 뒤로도 비대면으로 상담을 받아 교통비가 들지 않았다. 상담비도 내고 교통비도 들면 한 번 갈때마다 최소 12만원이다. 아침 일찍 삼례역에서 수원역으로 기차를 타고, 수원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안양으로 가면 편도 4시간이 걸린다. 삼례-수원 왕복 기차비 28,800원, 지하철 왕복 3,200원, 집과 삼례역을 오가는 자차 운행비를 천원이라고 대충 계산해봤다. 상담소 근처에서 점심을 사 먹고 한 시간 상담을 받고 다시 지하철과 기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온다. 상담 시간 내내 울어서 머리가 띵하니까 수원역에서 기차를 기다리면서는 롯데리아에서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꼭 사먹었다. 그렇게 5년 동안 84번의 상담을 했고, 교통비를 포함해 5백여 만 원을 썼다.
2023년 7월에 상담을 대전에서 상담을 8번 받았다. 해결해야할 시급할 문제가 있는 건 아니었고 혹시 모를 미래를 대비해 이사온 동네에서 주치의처럼 가끔 만날 선생님이 있으면 좋을 것 같았다. 때마침 대전문화재단에서도 예술인심리상담 지원을 사업을 하길래 신청했다. 13주 만이었다. 전에 안양 상담소에서 상담을 종료하겠다고 했다가 도저히 힘들어서 다시 선생님을 찾아간 것도 13주 만이었는데 3개월 무사히 버티기가 조금 힘든 건지도 모르겠다.
8회기의 상담을 무사히 마치고 다시 힘든 긴 겨울을 났다. 무기력과 우울감, 수입 없는 시기의 불안과 초초를 겨우겨우 버티다가 2024년 심리상담 지원사업이 시작되자마자 다시 수원 상담 선생님을 찾았다. 장기 고객 특권으로 온라인 상담이 가능했다. 상담 종료 이후 사실 얼마나 잘 지냈는지, 그런데 지난 겨울은 얼마나 괴로웠는지, 지금은 또 어떤지 이야기 했다. 선생님은 전처럼 공감하며 들어주고, 잘 지낸 데 대해 칭찬도 해주고, 예전처럼 정기적인 상담은 필요 없을 것 같으니 연말쯤 다시 힘들어지면 그때 연락하라고 했다. 그 뒤로 다시 상담을 받지는 않았다. 지원사업으로 무료 상담을 받을 기회가 11번 남아 있다는 사실이 든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