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약한 동물들에게 마음 주지 않을 것이다.
며칠 안 보인다고 불안에 떨지도, 자주 마주친다고 이름을 붙이지도 않을 거다.
너희가 어떤 눈빛을 가졌는지, 어떤 생김인지 관심 주지 않을 거야.
그저 밥그릇이 비어 있으면 채우고, 더러우면 씻어둘게.
그게 다야.
그 이상은 하지 않을 거야.
너희대로 살아가는 방식이 있고, 순리라는 게 있을 테니까.
그 말은, 옴뇸아.
이름을 붙인 너는 내가 책임감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야.
딱 너까지는, 마음을 쓰겠다는 결심이기도 해.
그러니 너도 조금은 보여줘.
말을 못 해도, 어디가 아픈지 설명할 수 없어도,
한 모금의 물이라도 마셔준다면, 나는 오늘 밤 조금 덜 무너질 수 있을 것 같아.
하지만 지금,
네 오늘이 얼마나 힘든 밤일지 떨쳐낼 수가 없어서
내 밤도 쉽게 지나가질 않네.
비쩍 마른 몸으로 나타나
영역 싸움에 밀리고 밀려,
고양이들이 없는 시간에서야
조용히 숨어 있다가
‘먀—’ 하고 나를 부르던, ‘옴뇸이’.
어디선가 사랑을 꽤나 받았던 아이인지
밥그릇도 알아보고, 귀컷팅도 되어 있고,
츄르 토핑 따위 없이도 일단은 배부터 채우겠다는 듯
‘옴뇸뇸’ 소리를 내며
그릇을 매번 싹 비워내던, 그 옴뇸이.
일주일이나 안 보이더니
이런 꼴을 하고 나타나 내 속을 뒤집어놓는다.
아래턱뼈가 두 동강이라니.
차마 다시 바깥에 둘 수 없어
매장 한켠에 작은 자리를 만들어주고 집에 왔지만,
마음은 밤새도록
창고 한쪽, 네 옆에 앉아 있는 것처럼 머물러 있다.
이건,
옴뇸이에게 쓰는 편지이자
나 자신에게 쓰는 다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