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미 마포구갑 국회의원 예비후보자 출마선언
그러나 정치를 청부업자에게 맡길 수 없습니다. 그들이 말하는 심판과 청산의 정치는 단언컨대 미래를 찾는 일이 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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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만큼 단시간에 사람을 무한하게 성장시키는 것이 있을까? 정치는 사람을 급진적으로 성장시킨다. 조직보다도 크게, 세월보다도 성숙하게. 나는 그런 사건을 근거리에서 몇 번 목격했었다. 오 사람이 이토록 커질 수 있구나. 정말이지 정치는 사람이 만드는 신화같은 거구나. 그건 감탄스럽긴 커녕 조금 황당한 사실이었다. 특정한 누군가에게 세계를 넘겨주는 방법 밖에 없다는 것은. 신도 아닌데, 사람한테 세계 줘도 되는 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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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엔 녹색정의당 정치인 김혜미의 마포 갑 지역구 국회의원 출마선언 기자회견에 갔다. 그가 나의 가까운 벗이어서, 친구를 응원하고 싶어서 갔다. (친구가 정치를 한다고 해서 응원하러 갔다고 하니, 마치 의리에 사는 닳고 닳은 중년 같구만. 킥킥. 기득권적 무엇이 내 삶에서 이뤄질 때면 웃음이 난다. 행복한 웃음이…) 원래 방청객처럼 응원의 눈빛을 쏘아주고 올 생각이었는데 엉겁결에 단상 위에서 같이 피켓을 나눠 들었다. 국회 소통관의 눈부신 조명과 삭막한 기자들. 처음 서본 정치의 공식 무대는 박수도 환호도 없는, 그러나 분명 무대인 희한한 공간이었다. 거기서 친구 혜미의 표정을 확인하지 못한채, 정치인 김혜미의 이런 발언을 들었다.
“미얀마의 민중가요 중 ‘우리의 하루’라는 곡이 있습니다. 노래 가사가 이렇습니다. ‘영웅이 되지 않아도 내 이름 아는 사람 없어도 내 평범한 하루로 세상을 바꿀래’ 지금 필요한 건, 우리의 하루, 그 하루를 제대로 짓는 정치입니다. 기후대응지수 OECD 최하위, 어린이·청소년 행복지수 최하위, 노인빈곤율 1위, 자살률 1위의 나라에선 평범한 하루를 보내는 것조차 버겁습니다. 기후재난은 일상화 되며, 계절의 빛은 사그라듭니다. 물가는 치솟습니다. 그러는 사이 혹한과 폭설이 휩쓸고 간 서울 쪽방촌에선 또다시 노부부가 사망한 지 일주일 만에 발견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정말 이래선 안 됩니다. 정치가 이렇게까지 무능해져선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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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이 된 사람이 급격히 성장하는 건 아마도 자신을, 나라는 한 사람을 세계의 문제가 거할 곳으로 열어버리는 만용을 부리기 때문일 것이다. (마찬가지로 누군가 정치인이 된 뒤로 급격히 얄팍해지는 건 어떤 문제의 상징으로 인생이 통채로 인용되었을 때, 그저 그 이미지에 머무르는 데 만족해버리기 때문일 것이다) 5년 전 혜미를 처음 만났을 때 그는 사회복지사로서 그가 배우고 실천해온 복지국가의 프로그램이 기후위기라는 피할 수 없는 문제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진화할 것인지에 대해 궁금해했다. 그리고 이를 진지하게 질문하는 정치인과 정당은 어디인지, 절실하고 조금 분노 어린 호기심을 품고있다고 느꼈던 것 같다. (호기심도 눈물이나 결핍처럼 절실할 수 있었던 것이다.) 난 혜미의 친구지만 정치인 김혜미가 그 큰 질문으로 어느 시간대까지 보는진 모른다. 다만 내가 당직을 그만두고 친구 혜미를 드문 드문 만날 때마다 그가 성큼 성큼 커져있었던 건 아마 오늘의 문제들을 자신의 이름을 걸고 꺼리지 않고 수용해왔기 때문 아닐까, 그리고 그럴 수 있는 공간은 큰 질문에서 연원하지 않았을까 짐작해 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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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황당한 일인 것 같다. 개인을 신뢰하는 인류의 정치란… 그래서 내가 아는 사람, 벗들이 정치하는 걸 볼 수 있다는 게 굉장한 혜택같다. (2014년에 녹색당 가입하길 잘했어!) 어떤 혜택이냐면 의심의 비용 절감이랄까.(정치인을 아예 의심을 안할 순 없음! 윤리적으로 그럼 안됨. 그럼 팬덤 정치되고 그럼 지금 민주당꼴 남^^) 나는 김혜미 후보가 “폭우로 집이 잠기고, 강설로 지하철이 마비되며, 강풍으로 공사현장이 무너지”는 현실을 말할 때, 그것이 친구 혜미의 진심이란 걸 안다. “1994년 여름 폭염 속에 태어”나고 “한국의 경제위기와 함께 성장“했고 ”학벌사회의 민낯을 분명하게 마주“했으며 “사회복지를 공부하면서는 사회적 참사를 대응하는 국가와 정치의 실력을 보았고, 2020년 첫 출마를 하며 양당의 위성정당 사태 속에서 날것의 열정을 체험”했다는 정치인 김혜미의 서사를 내 기억 속 혜미의 삶과 교차검증 할 수 있다.
“찬바람과 추위를 견뎌야, 봄이 오듯이 서로를 토닥이며 진달래처럼 활짝 웃는 4월을 위해 저와 함께 해주십시오.”
이 마지막 문장에선 당연히 ⟪힘내라 진달래⟫(노회찬, 2004)가 꽂혀있던 혜미의 책장을 떠올렸다.(출마선언 전문읽기) 김혜미의 정치는 십 년 이십 년 뒤에 어떤 이야기가 될까. 그건 내 친구 혜미의 모든 것은 결코 아니겠지만 그와는 별개로, 용기내어 이 한 명의 정치인에게 세계를 좀 부탁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 2만 2천 번째 또한 생각이긴 함…) 미안하지만 좀 부탁합니다. 김혜미는 믿을만한 정치인이니까. 그리고 친구 혜미에게: 아무리 별명이 파이리라지만 계속 진화할 수는 없다구! 너무 무리하진 말라구.(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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