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항암 입원 2일차 기록
2024.12.23. 월요일.
밤에 잠을 설쳤다.
잠을 늦게 청하기도 했고 병원이다 보니 새벽에 아파하는 사람이 소리를 지르기도 했고
자리가 안 편하고 마음이 안 편하기도 했다.
병원의 아침은 이른 시간부터 분주하게 시작된다.
5시 정도면 새벽에 출근한 간호사들이 일할 준비를 마치고 전투적으로 환자 바이탈을 체크하러 다닌다. 그러니 아무리 깊은 잠을 자고 있었다고 해도 5시 언저리부터는 혈압 잰다 하면 팔뚝 내밀어야 하고 열 잰다 하면 귀 보여줘야 하고 잠결에 무거운 몸뚱아리를 움직여 새벽의 분주함에 협조해야 한다.
오늘은 4시 40분 쯤부터 정신이 반쯤 깨어 있었던 거 같다. 휴대폰의 4:43이 기억 나는 걸 보니.
몸은 밥이 오는 7시에 일으켜진다.
억지로 밥숟갈을 떠 넣고 식판을 내다 놓고 하다 보면 그저 아침이다.
양치를 하고, 세수를 한다. 내 피부는 소중하니까 기초 제품을 챙겨 바르고 선크림을 바른다.
그러고 있으면 간호사들이 오늘 내가 할일을 알려준다.
우선 심전도를 찍으러 다녀오란다. 예스 클리어!!
다음은 전문간호사가 와서 내가 받는 항암에 대해 설명을 해준다. 대학병원 유튜브 영상을 위주로 내 암과 항암에 대해서 공부했는데 내가 공부한 것과 같은 내용을 줄줄줄 설명해 준다. 다 알아들을 수 있어 묘하게 기뻤다.
그 다음엔 케모포트를 심으러 침대에 실려서 이동당했다.
영상의학과 처치실에서 오른쪽 쇄골 아래에 마취주사를 몇 대 아프게! 맞고 그들이 뭘하는지는 얼굴이 천으로 덮여져 있어서 나는 모르겠지만 내 쇄골 아래 정맥으로 뭔가를 집어넣고 누르고 두드리고 하더라. 그 결과 내 피부 아래에는 동그랗고 딱딱한 것이 심겨졌는데 그걸 ‘케모포트’라고 부르는 거란다. 이제 항암할 때마다 그곳으로 주사를 꽂으면 된단다. 잠시 아팠지만 오래 편할 것이다.
케모포트를 심고 와서 또 다시 전문간호사의 설명을 들었다.
이번엔 부작용 관련한 내용이다. 자세한 설명 모두 역시 내가 공부했던 내용이다. 나이쓰!!
자. 이제는 심장 초음파를 찍고 오란다. 고고.
근데 믿어지지 않는 건? 이렇게 많은 일을 했는데 아직도 12시도 안 된 것.
아침이 맛없어서 다 남긴 나는 배가 너무 고팠다. 어제 사 온 소금빵과 시나몬롤을 남편에게 한 입도 양보하지 않고 다 먹었다. 점심에 나온 병원밥은 남편에게 양보!! 아유 배불러.
미식거리지 말라고 항암 전 복용약을 줬다. 이제 시작이군.
부작용을 방지하는 약을 두 종류 먼저 놔 주었는데 살짝 졸린 건 약 때문이지 잠을 설친 탓인지 모르겠다. 그러고는 드디어!! 항암제가 들어간다.
항암제는 두 종류인데 4시간 짜리 먼저 맞고 1시간 짜리를 맞는단다. 물론 속도는 처음이니까 반응을 보기 위해 원래보다 천천히 약이 들어가다가 괜찮으면 원 속도로 조정해 준단다.
4시간 짜리 달고 졸려서 잠시 잤는데 1시간이나 겨우 잔 듯하다.
특별한 느낌은 없고 수액이 많이 들어가니까 소변이 자주 마렵다. 화장실을 들락거리다가 거울을 보니 아주 작게 눈다래끼가 고개를 내밀고 있다. 별거 아니니 넘길까 하다가 증상 있음 얘기하라던 전문간호사 말이 생각 나서 얘기했더니 교수님께 물어보고 일단 항암제를 중단했다. 조금 후에 오더 와서 다래끼 가라앉히는 약을 먼저 놔준 후 다시 항암제를 맞았다. 다래끼는 다행히 금세 가라앉았다.
그렇게 항암제 하나가 다 들어가고 이번엔 전해질 수액을 맞은 후에 다른 항암제를 달았다.
얘는 손발저림이 있다더니 감기약 먹은 듯, 위스키 한 잔 마신 듯 살짝 알딸딸해진다. 정신은 멀쩡한데 몸은 취한 느낌? 심하진 않아서 그냥 잘 맞았다.
다 맞고 나니 저녁 9시. 병실의 불이 꺼질 시간이다.
병실에서는 9시, 늦어도 10시에는 소등을 한다.
어두운 병실에서 나는 화장실을 들락거리며 타닥타닥 아이패드 키보드 소음을 내고 있다.
내 옆 수액대엔 이제 간수치 낮추는 약이 첨가된 영양제 수액이 걸려 있다.
1차니 부디 순하게 넘어가 줘라.
다들 항암은 맞을 때보다 집에 가서가 진짜 매운맛이라던데.
신라면 정도 맵기로 선택 가능할까요? 예? 제발.
저는 맵찔이라 그 이상은 못 먹는단 말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