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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선 May 15. 2021

러블리즈의 미묘미묘해가 함축하는 묘법연화경의 정수-하편



(상편에 이어서. 상편 내용은 아래 링크에서 연결됩니다)

https://brunch.co.kr/@slowlearner/46







파트1. “아닌 척 안보는 척해도 알아  Eyes on me e e e  Eyes on me e e e oh babe”
 이 가사는 다음과 같다. ‘아무리 당신이 나를 보지 않는 척하더라도, 실제로는 나를 주시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이를 근거로 이 음악에서 등장인물은 최소 두 명인 것을 알 수 있으며, 누군가 한 사람이(이하 A) 화자에게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파트2. “싫은 척 무심한 척해도 내 맘  Eyes on you u u u Eyes on you u u u Always”
 파트1에서는 화자가 A에 대해 구체적으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파트2에서 ‘겉으로는 싫은 척 무심한 척하고 있지만, 나 또한 당신을 주시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이를 통해 화자와 A는 서로 신경 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둘 사이의 관계가 시작되었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 이후에는 둘 사이의 미묘한 감정이 그려진다.




파트3. “어쩌면 우린 일 년 내내 eenie miney mo  분명히 찾아놓고 또 못 본 척 silly silly boy”
 Eenie miney mo는 영어권의 어린이들이 편을 가르거나 술래를 정하기 위할 때 부르는 노래 혹은 구호이다. 그렇다면, 파트3의 가사는 결국 일 년 내내 누가 술래를 하는지 계속 정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 년이라는 시간은 술래를 정하기에 상당히 긴 시간이다. 그동안 여러 번 술래가 바뀌어 화자 자신이 할 때도, A가 할 때도 있을 것이다. 처음에는 누가 술래를 하는가를 정하는 것이 의미가 있었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누가 술래를 했는지에 대한 의미는 점차 중요하지 않게 된다. 나중에는 ‘나(화자)’라는 개념이나 ‘타인(A)’라는 개념은 그 의미가 점차 흩어지고, 결국 술래라는 개념 하나만 남게 된다.


 다시 말하자면 이 과정에서 나 자신과 당신이라는 분별이 사라진다. 이는 자타(自他)의 경계를 여읜 것을 의미하며, 진리로의 첫 발자국을 내디딘 것이기 때문에 그 이치가 심히 묘하다고 할 수 있다.


 이어지는 가사에서 ‘찾아놓고 못 본 척하며 어리석다(silly silly boy)’고 표현하는 것은 여기에서 발전한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다. 술래를 정하면서 이미 나와 당신 간의 분별이 사라졌기 때문에 A가 나를 찾아도 그것은 찾은 것도, 찾지 못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이를 깨닫지 못한 A는 허상에 사로잡혀 있어 찾았다는 상, 못 찾았다는 상에 집착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화자는 A를 어리석다(silly silly boy)고 표현하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화자와 A의 관계를 추론해 본다면, 화자는 깨달음을 이룬 자(부처 혹은 보살), A는 중생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파트3.5.  파트1~3 다시 보기
 위에서 추론해낸 화자와 A의 관계를 이용해 파트 1~3을 처음부터 다시 분석해 보면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

- 파트1의 마지막에서 A가 화자에게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은 중생이 깨달은 자를 보고 흠모하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

- 파트2에서 깨달은 자는 중생이 자신을 흠모하는 것을 알고 있다.

- 깨달은 자는 이러한 중생을 구제하기 위해 파트3에서 1년 동안 술래 정하기라는 방편을 사용한다.




파트4. “솔직히 우리 뭐냐고 묻고 싶은데 말은 이래도 막상 네 목소리 들리면 쿵 내려앉아 말문이 막혀”
 깨달은 자인 화자는 중생을 구제하기 위한 방편을 사용한 다음, 방편을 벗어나 궁극의 진리로 인도해야 한다.


 깨달은 자는 중생이 진리를 이해한 정도를 파악하기 위해 ‘솔직히 우리 뭐냐고’ 묻고 싶지만, 중생인 A의 목소리를 들으면 말문이 막힌다. 이는 깨달은 자가 당황했다는 의미이다. 왜 당황했는가?


 과거 마하가섭의 경우처럼 염화미소면 충분할 텐데, 근기가 부족한 중생은 필요 없는 말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화자는 A의 목소리를 듣고 나서 당황하는 것이다.




파트5. “눈만 깜빡여 잡힌 술래처럼 얼어붙는걸 (얼어붙는걸)”
 당황은 단순히 말문이 막히는 것뿐만이 아니다. 눈만 깜빡이게 되고, 얼어붙게 될 정도이니, 화자(깨달은 자)가 받은 충격이 결코 가볍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이유는 온전하지 못한 수행은 중생을 오히려 더욱 고통스럽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파트6. “장난이라고 하기엔 자꾸 가슴이 쿵 알아도 모른 척해줘요 아니 알아줘 아니 모른 척해줘”
 중생이 꺼낸 말은 장난이라고 하기에 결코 가볍지 않다. 하지만 자비로운 마음을 가진 깨달은 자는 이내 마음을 가다듬어 다시 중생을 제도하기 시작하며 알아도 모른 척 하라, 알아달라, 모른척하라고 말한다.


 보살의 가르침은 자칫 모순되어 보일 수 있으나, 이는 불완전한 도구인 언어를 사용해서 세간과 열반 둘 사이의 경계를 영원히 여의고 궁극의 진리를 이해하는데 필요한 방법이다.




파트7. “바보 같죠 (바보 같죠) 아이쿠 어떡해 내 맘이 정말 미묘미묘해”
 스스로를 바보 같다고 말하는 것은 아직 깨닫지 못한 중생이 나(화자)를 바라보았을 때의 눈높이로 자신을 표현한 것이다.


 중생을 위에서 지도하는 것이 아닌, 중생과 같은 눈높이에서 바라보고 자신의 마음이 미묘하다는 것을 표현하며 다시 한번 궁극의 진리에 대해 말함으로써 노래를 마치고 있다.




 이렇게 깊은 뜻을 담고 있는 노래가 지상파 1위를 하지 못했다는 것은 통탄하지 않을 수 없는 노릇이다. 대중문화적으로도 국가의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한국의 대중문화 수준이 높다는 것을 세계적으로 알릴 수 있으며, 그로 인한 막대한 경제적 효과를 볼 수 있었을 텐데 아쉬울 따름이다.
 만약 고려시대 때 이 노래가 나왔다면, 오늘날까지 전해져 기록물은 문화재가 되고, 중고등학교 문학 교과서에 수록되어 수능 및 모의고사 고전문학 단골 출제 지문으로 나왔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인생은 타이밍이라는 말이 있지만, 그 말은 준비된 자에게나 통하는 말이다. 지금까지는 타이밍이 잘 안 맞았지만, 러블리즈는 충분히 준비된 걸그룹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부처님 오신 날이 다가오며  날씨가 많이 풀리고 있는 요즘이다. 초여름의 아기코끼리가 자비롭게 웃음 짓듯 러블리즈도 그런 미소를 지을 수 있는 날이  오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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