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 상자 속 보이지 않는 태그

by 글쓴이 김해윤



그 시절 행복의 척도



어린 시절,

생일선물이란 다다익선이었다.

많을수록 좋은 것


내 방 한편에 차곡차곡 쌓인 선물들은

나를 소중하게 여기는 친구의 수처럼 느껴졌다.


많이 받을수록 기뻤고,

적을수록 서운했다.




보이지 않는 메시지



시간이 흐를수록

선물상자는 기쁨보다 다른 것들이

더 크게 담기기 시작했다.


'다음엔 네 차례야'

누구도 말하지 않았지만


나는 감사와 즐거움 사이에

그런 메시지 카드를 꺼내 읽는다.




불편해지는 축하



내 생일이 다가오면

다른 이의 생일이 더 불편해진다.


말로만 축하하기에는

성의 없어 보일까 걱정됐고


선물을 건네자니

'나도 곧 생일이야'라는 말을

함께 건네는 것 같았다.


받은 만큼 돌려줘야 하고

해준만큼 받아야 한다는

보이지 않는 태그가 달려 있는 듯했다.




빈 손으로 전하는 마음



나는 벗어나고 싶다.

리본 달린 상자에서,

그 안에 들어 있는 보이지 않는 부담으로부터


그래서 나는 바란다.

말과 표정, 행동만으로도

마음을 온전히 전하고 받기를


축하한다는 한 마디로도

충분하기를


겉은 가볍지만

속은 더 깊어지기를 바라며


나는 빈손으로 축하받고

빈손으로 축하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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