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지인 중
늘 검은 강아지를 데리고 다니는
내가 유독 싫어하는 아저씨가 있다.
그의 말은 끝이 없고,
대화가 시작되면 좀처럼 멈출 줄 모른다.
말을 끊을 틈도,
자리를 뜰 핑계도 찾기 어렵다.
몇 번이나 그런 경험을 하고 나니
자연스레 '반드시 피해야 할 사람'이 되었다.
같은 동네에 살다 보니
마주치는 일이 종종 있다.
그날도 마찬가지였다.
언제나처럼 검은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 중인 아저씨를 보자마자 나는 본능적으로 피했다.
모자를 길게 눌러쓰고,
눈이라도 마주칠까 휴대폰 화면을 괜히 스크롤했다.
내 옆을 완전히 지나가고 나서야
안도의 한숨과 함께 고개를 들었다.
그때
멀어지는 그의 옆, 작은 강아지가 눈에 들어왔다.
윤기 나는 털.
살랑거리는 꼬리.
주인의 걸음에 꼭 맞춘 보폭.
간간이 고개를 들어 주인을 바라보는 눈에는
믿음과 애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그 모습을 보는 순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저 강아지만큼은, 저 아저씨가 세상에서 가장 좋은 사람일 거야.'
나에게는 피하고 싶은 사람일 뿐이지만,
어떤 존재에게는 전부가 될 수도 있다.
한 사람의 얼굴은
언제나 한쪽 면만으로는 다 알 수 없는 것 같다.
그는 내게 '싫은 사람'이다
하지만 분명 좋은 사람이기도 할 것이다.
내가 모르는 방식으로.
그래서 이제는 강아지를 사랑할 줄 아는
그 아저씨를 너무 미워하지 않으려 한다.
비록 다시 마주치면
나는 여전히 고개를 돌리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