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다이어리, 텀블러...
늘 넣고 다니는 것들만 들어있는 백팩을 메고 걷는다.
집에서 도서관까지 15분.
그런데 오늘은 왜 이렇게 무겁게 느껴지는지..
한 블록도 안 갔는데 벌써 어깨가 뻐근했다.
가방끈을 이리저리 조절해 봐도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
요즘 귀찮다는 핑계로 운동을 하지 않았더니
벌써 이렇게 티가 나는 걸까?
지나가는 사람들은 나보다 더 큰 가방을 메고도
아무렇지 않아 보였다.
발걸음이 점점 무거워질수록 생각은 더 깊어졌다.
분명 어제도 이 길을 걸었는데..
분명히 어제도 이 가방을 들고 같은 거리를 왔다 갔다 했는데도
그때는 전혀 무겁지 않았다.
어제와 오늘,
난 같은 것을 들고 있었다.
노트북에 파일 몇 개 더 저장되었다고 무게가 늘어날 리도 없고,
하루 만에 몸이 약해진 것도 아닐 텐데.
돌이켜보니 어제는 도서관에 가는 게 기대되었다.
의무적으로 해야 할 일이 없고,
순전히 하고 싶은 일만 있었다.
가는 길에 좋아하는 카페에서 커피를 사고
도서관의 좋은 자리에 앉아서 노트북을 할 수 있었다.
그래서 도서관을 가는 길도 돌아오는 길도
가방이 무겁다고 생각하지 않았나 보다.
그런데 오늘은
갑자기 생겨난 해야 할 일과 마감 기한,
머릿속으로 구상해도 풀리지 않는 것들이 있었다.
그때 깨달았다.
오늘 나의 가방 무게는 마음의 차이였구나.
내 가방의 무게는 내 감정에 좌우되어 왔던 것 같다.
바쁜 날에는 가벼운 가방도 거추장스럽고 무거웠다.
일이 잘 풀린 날에는 무거운 가방도 오히려 번쩍번쩍 쉽게 들었다.
출근 가방은 항상 무겁지만
친구를 만나러 갈 때의 가방은 보통 가볍다.
가방의 물리적 무게는 그대로인데 그날의 나의 기분이나 상태가
이렇게 차이를 만드는구나.
생각해 보면 가방의 무게는 내가 그날 짊어지고 살아가야 할 삶의 무게를
보여주는 작은 신호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