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태가 떠난 자리

by 새벽의숲

지독한 권태를 벗어나기 위해 굳이 매운 음식을 찾거나 고생스러운 여행을 떠날 필요는 없었다. 삶은 내 생각보다 훨씬 더 짓궂었으니까.


아침에 눈을 뜨니 목구멍이 까슬거렸다. 어제 아주 나쁨 수준을 가리키던 미세먼지 탓인지, 겨울의 건조함 탓인지 알 수 없었다.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저 며칠 전 썼던 글처럼, 오늘도 천장의 생채기를 바라보며 밍밍한 하루를 시작했다.


그렇게 하루를 마친 뒤의 새벽, 몸이 보내는 날카로운 비명에 잠에서 깨어났다. 침을 삼킬 때마다 마치 잘게 부순 유리 조각을 삼키는 듯 목구멍이 아려왔다. 머릿속은 탁한 안개로 가득 찼고 귀는 물이 찬 듯 먹먹했다. '무중력 상태'라며 불평했던 내 몸은 이제 중력을 몇 배나 더한 듯 무겁게 가라앉았다. 발버둥 쳐도 떠오르지 않는 것이 아니라, 아파서 꼼짝도 할 수 없는 상태. 원하던 자극이 이런 형태는 아니었는데.


혹시 코로나일까. 친구가 없어 만날 사람이 없다는 사실이 가장 확실한 방역이 되었는지, 나는 아직까지 코로나에 걸리지 않았다. 혹시 이번에 걸린 걸까. 서랍 깊숙한 곳에서 진단 키트를 꺼냈다. 콧속을 찌르는 불쾌함을 견디며 결과를 기다리는 10분. 다행히 결과는 한 줄, 음성이었다. 그냥 지독한 감기인가 보다.


불과 며칠 전, 별일 없는 삶이 지루하다며 투덜대던 나는 어디 갔나. 고작 바이러스 몇 마리에 끙끙 앓으며, 나는 그토록 지루해하던 어제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아프지 않고 숨 쉬는 것, 고통 없이 침을 삼키는 것. 그 당연한 평온이 권태가 아니라 축복이었음을, 몸이 고장 나고 나서야 깨닫는다.


천장의 얼룩은 여전히 그 자리에 박혀 나를 내려다보고 있다. 나는 아픈 몸을 웅크리며 생각했다. 이 통증이 사라지면 나는 또 언제 그랬냐는 듯, 이 깨달음을 망각하고 다시 지루함을 불평할 것이다. 역시 인간은, 아니 나는 참 간사하다.


하지만 적어도 오늘 밤만큼은, 그 지루하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내일이 오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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