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가 아니라 '어떻게'

by 새벽의숲

삶이 먼저 있고 이유는 그 뒤에 붙는다는 글을 읽었다.


왜 사느냐고 물으면 선뜻 답이 나오지 않는다고. 그 말이 한동안 마음에 걸렸다. 삶이 먼저 주어지고 이유는 나중에 붙는 거라면, '왜'라는 질문은 애초에 순서가 뒤바뀐 셈이다. 답이 잘 나오지 않는 건 답할 수 없는 질문을 붙들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나도 한때 그 답을 찾아보려 했다. 뚜렷한 사명감 같은 것. 흔들리지 않는 방향 같은 것. 그런 게 있으면 삶이 단단해질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찾을수록 괴로워졌다. 왜 태어났는지가 아니라 이미 태어난 상태인 거니까.


돌이켜 보면 이유를 찾으려 애쓸 때보다 그냥 하루를 성실하게 채워나갈 때 마음이 더 고요했다. 대단한 성취가 아니어도 좋았다. 아침에 일어나 커피를 내리고, 할 일을 하나씩 해치우고, 저녁에는 좋아하는 글을 읽으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것. 그 안에 조용한 만족이 있었다. '왜'라는 이유를 찾기보다 '어떻게' 살 것인지에 마음을 두는 쪽이 나한테는 더 맞는 것 같다.


다만 '어떻게'에 마음을 두면 피할 수 없는 게 하나 있다. 잘 살려고 할수록 어려움이 따라온다는 것.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으면 불편한 대화를 피하지 말아야 하고, 더 나은 결과를 원하면 실패를 감수해야 한다. 잘 살겠다는 마음에는 크고 작은 마찰이 늘 따라붙는다.


그런데도 우리는 종종 잘 살고 싶으면서도 어려움은 없기를 바란다. 성장하고 싶지만 아프지는 않기를, 나아가고 싶지만 실패하지는 않기를 바라는 거다. 그러니 오히려 더 힘들다. 현실은 늘 둘 중 하나를 내놓으라고 하니까.


그래서 요즘은 이런 생각을 한다. 어려움을 받아들이고 기꺼이 감수할 수 있는 어른스러운 마음을 가질 수 있을까. 아니면 그냥 지금 이 순간에 만족하며 조용히 살아갈 수 있을까.


어쩌면 둘 다일 수도 있겠다. 감수할 건 감수하되 오늘 하루에 만족할 줄도 아는 것. 거창한 이유 없이도 하루를 잘 마무리했다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느끼는 것.


나는 어떻게 살고 싶은가.


아직 또렷한 답은 없다. 다만 이 질문을 품고 있는 것 자체가 이미 어떤 방향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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