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매프로젝트'를 시작하며
나는 자주 실패했다. 대학, 취직, 승진 같은 대단한 일에 도전했다 얻은 실패였다면 이렇게까지 부끄럽지는 않았을 것 같다. 그런 종류의 성취와 좌절은 그가 투자했을 오랜 노력과 시간을 추측하게 만들기에. 그에 비해 나의 실패는 어디에도 말하지 못할 작은 일에 가까웠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데 실패했고 지키겠다고 적은 일들을 해내지 못했다. 마음 먹은 일들을 내팽개칠 때가 많았고, 누구도 강요한 적 없는 계획을 세우고 망치기를 반복했다. 내가 하기로 마음 먹은 일들이 다시 나를 몰아세웠고, 나는 갈 곳을 몰라 배회했다.
생각한 대로 되지 않을 때마다 ‘그럼 그렇지’ 하는 말이 내 안에 쌓였다. 그 작은 말들이 쌓일 수록 자신감을 잃었다. 나란 사람이 정말로 조금씩 작아지는 것 같았다. 나는 해도 안 되는 사람일까, 내가 한 생각에 다시 사로잡혔고 그 말은 예언처럼 매번 실현됐다.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은 대개 오랜 시간을 필요로 했다. 운동, 독서 같은 좋은 습관은 하루만에 생기지 않았다. 어떤 일을 성공과 실패로 단정짓기엔 내가 내어준 시간이 너무나 짧았다. 나는 매번 속단했다. 오늘 실패했다고 내일 연달아 실패할 이유가 없고, 오늘 못했지만 내일은 괜찮아질지 모른다는… 그런 생각에는 힘이 없어서 잘하고 싶다는 마음은 쉽게 허물어졌다.
‘조금씩 매일’ 하겠다는 뜻에서 ‘쪼매프로젝트’라는 이름을 붙인 것도 그런 생각이 불어나던 즈음이었다. 실체 없는 불안과 나를 향한 비난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확실한 기록이 필요했다. 작더라도 뭔가 하고 있다는 확신이 있다면 주저 앉았다가도 일어날 수 있을 것 같았다.
생각해 보면 사람은 여러 습관의 총합과 다르지 않다. 몸에 배인 습관을 토대로 하루를 꾸려나간다. 아침을 먹을지 말지, 이를 닦을지 말지, 하나하나 고민한 뒤 선택하지 않고 평소 하던 습관대로 행동한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하는 일들이 좋은 일들이라면, 나는 아주 쉽게 좋은 사람이 되리란 생각이 들었다.
만들고 싶었던 습관을 하나씩 적었다. 그리고 그 일을 아주 작게 만들었다. 짧으면 5분, 길면 30분 정도 시간을 들여 할 수 있는 일 정도로. 아주 멀리 바라보지 않았다. 오늘 계획한 일 중 한두 가지만 지켜도 충분하다고 여겼다. 그렇게 매일 한 일을 적어 남겼다. 못한 날엔 못해서 짜증난다고 적고, 덮으려던 노트를 다시 열어 내일 다시 잘해보자고 한 줄 더 남겼다. 남긴 기록 안에는 내 머릿속의 나와 다른 내가 있었다. 일기 안에는 잘해보겠다고 매일 발버둥치는 내가 있었다. 퍽 대견하고 사랑스러운 꼴이었다.
나의 일기는 실패의 모음집이 될 거라 생각했지만, 다 적고 읽은 글들은 내가 지나친 과정과 성장을 모아둔 궤적에 가깝다. 이제는 도달해야 할 지점에 집중하는 대신 어떤 과정과 이야기를 남기며 걸어가고 있는지를 살핀다. 결과보다 과정에, 성취보다 성장에 마음을 둔다. 이렇게 말하게 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여전히 가끔은, 이 길이 맞는지 의심하기도 하지만 그런 중에도 오늘의 일을 한다. 조금씩 매일 하는 일, 힘들이지 않고 하는 일이 내게 좋은 일이기를 바라며 매일의 일을 반복한다. 매일 달라지는 나를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