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슬시 Oct 30. 2022

* 하겠다는 마음이 나를 움직인다

- '쪼매러'가 된 후의 일기

2021년 7월 11일 


스테인리스 볼에 반죽 재료를 넣고 휘핑기를 돌리면 휘핑기가 볼에 부딪히며 큰 소리를 낸다. 그게 꼭 나 같았다. 빈 수레가 요란했다. 마음에 물 한 방울만 떨어져도 잔물결이 하루 종일 인다. 매번 내가 잘 해내지 못한 일로 속상한 것도 한두 번이지, 그런 일이 계속 쌓이다 보면 마음 한편에 스스로를 포기하고픈 마음이 든다.

나는 정말 안 되는 사람인가? 세상 사람들의 마음이 다 궁금하다. 어떻게 저렇게 묵묵히 세상을 살아가지? 멀쩡한 얼굴로 돌아다닐 수 없는 건 나 하나뿐인가? 작은 일에도 크게 마음이 상하는 건 왜일까.


그런 마음의 외침과는 상관없이 매일 책을 읽었다. 평소 같았으면 마음의 요동을 이기지 못하고 때려치웠을 일들이지만 꾹 참고 했다. 그렇게 보름 동안 견딘 끝에 원서 한 권을 읽었다. 매일 스무 쪽씩 읽고, 그날 읽은 분량의 줄거리를 간단하게 요약했다. 원서를 빌려 집으로 돌아왔을 땐 내가 읽을 수 있을까 싶었는데, 목표를 작게 잡아 매일 실천하니 한 달도 지나지 않아 한 권을 읽어낼 수 있었다.



모든 시작점은 작고 사소하다. 사소할 수밖에 없다. 거대한 목표만 좇는다면 시작하기도 전에 지칠 테니까. 슬플 때나 기쁠 때나, 돌덩이를 들고 탑을 쌓는다. 할 수 있는 일이 작은 일밖에 없대도, 일단은 쌓는다. 조금씩 매일 하는 일들의 힘을 믿는다.


여러 일을 작게 해 보자고 결심했다. 어떤 일이라도 일단 부르면 그럴싸해지니까 혼자 하는 일이라도 이름을 붙이기로 했다. ‘조금씩, 매일’이라는 뜻에서 ‘쪼매프로젝트’라고. 그렇게 시작한 쪼매프로젝트 활동을 통해 6월에는 원서 한 권을 읽었다. 


7월에는 6월에 읽었던 책의 전편을 이어 읽으면서, 매일 북저널리즘 홈페이지에서 글을 한 편씩 보고 있다. 휴대폰만 만지작대며 남의 피드 속 남이 해낸 일을 보는 게 짜증 나 결심한 일이다. 건너뛴 날도 있지만 일단은 순조롭다. 이런 식으로 하다 보면 연말에 몇 가지 목표를 이룰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내가 조금씩 매일 쌓아 올릴 날들의 기쁨과 성실함을 복리로 돌려받길 기대하며….


이전 01화 조금씩 매일 하는 일이 좋은 일이기를 바라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